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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04.01 조회수 :507
박근혜정부 교육부 첫 업무보고가 3월 28일 있었다. 교육부 업무보고의 전체적인 특징은 신자유주의 기조에 맞춰 시장주의 정책 도입을 확대했던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기조는 유지하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대통령의 ‘창조경제’ 공약을 뒷받침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교육부는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이란 비전 아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정립하고, 구조개혁 및 지방대학, 전문대학 육성 등 주요 대학정책 방안 마련’을 위해 민관 전문가로 '대학발전기획단'을 구성‧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교육과 일자리 연계를 위한 국가직무능력표준 구축 및 교육과정 개편', ‘산업계 수요 중심의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 및 학위과정과 수업 연한 다양화', '지방거점대학 육성사업,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지역인재 유치 및 활용 강화를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안 수립', ‘대학 유형과 여건에 따른 산학연 협력 활성화’ 등을 핵심정책으로 제시했다. 모두 일 자리나 경제성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박근혜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부ㆍ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누리집)
물론 교육부 업무보고 내용에는 대학구조조정 지속이나 국립대재정회계법 추진 등과 같이 과거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들도 있고, 등록금 문제나 고등교육재정 확대 등과 같이 대선에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정책도 일부 포함됐지만 무게는 떨어진다.
교육부 업무보고는 무엇보다 대학 교육정책을 ‘창조경제 실현’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청와대나 정부 그리고 정치권, 학자 그 누구도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과 의미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창의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창의인재’ 역시 학문적으로 일치된 개념이나 의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박근혜정부의 대학정책 상당수가 5~6월에 세부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평가는 그 때나 가서야 가능하겠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업무보고에서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근본 문제 가운데 하나인 사학 중심 구조와 부정비리 해소에 대한 지적과 대책이 없다. 2012년에만 사학 이사장, 총장 및 관계자 10여명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최근에는 교과부 감사실에 재직했던 공무원도 구속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에 대한 실태 진단과 사립학교법 개정 등과 같은 대책이 전무하고, 일부 정보공시 항목을 늘리는 대학 재정․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만을 내놨다.
아울러 핵심 정책인 전문대학과 지방대학 육성도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과 부딪힐 수 있고,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한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데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측면만 도드라질 뿐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부 정책 가운데 대학평가 부분만 일부 개선 의지를 보일뿐 나머지 정책은 계속 이어가거나 확대할 계획을 밝혀 우려를 낳고 있다.
학문의 기본인 ‘문사철(文史哲)’이 무너지고, 공동체가 사라진 대학에서 '창조인재'가 양성될리 만무하다. 교육부가 우리 대학의 근본 문제는 뒤로한 채 개념조차 모호한 ‘창조경제’, ‘창의인재’ 같은 정책 목표만을 강조할수록 우리나라 대학의 씁쓸한 현실만 재삼 확인하는 ‘역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