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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창조경영학과’ 신설, 군사정권 때도 이러진 않았다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05.06 조회수 :584

서울대가 '창조경영학과' 신설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견인할 인재 육성'을 위해 '창조경영학과' 신설 계획을 갖고, '청와대 국정기획·미래전략·교육문화 수석과 교육부 서남수 장관도 몇 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한다.

 

일반적으로 학과 신설이나 통폐합 등은 대학 자율사항으로 외부에서 그 타당성을 언급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서울대의 이번 계획은 일반의 상식을 넘어선 발상이어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창조경영학과' 신설 계획과 관련,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정치권력과 대학의 관계다. 대학이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하고, 국가적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둘의 관계가 현실적으로 완전 분리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학문 영역에서만큼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고, 대학 당국 스스로도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내 '최고'라 자부하는 대학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의제 실현을 위해 학과를 신설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도 정치권력의 요구가 아닌 대학의 자발적 계획에 의해서 말이다. 세계 어느 최고 명문대학들이 정치권력의 의제 실현을 위해 학과를 신설한 경우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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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4월 21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이미지= 서울대학교 누리집 화면 갈무리)

 

서울대의 이번 계획과 관련, 근본적으로 드는 또 다른 질문이 있다. 도대체 '창조경영'은 무엇을 말하는가? 정부에서조차 '창조경제'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데 서울대는 그 뜻을 이해하고 분야를 경영까지 넓힌 것인가? 그리고 기존의 경영학과나 경영전문대학원은 '창조경영'을 가르치지 않고 도대체 무슨 교육을 했다는 것인가? 대학 자체가 '창조적 사고'를 바탕에 두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대학의 기본 역할인 학문과 연구활동에서 '창조적 사고' 없이 어떻게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가 말이다.

 

서울대는 '창조경영학과' 신설을 통해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같은 창업 스타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해서 성공한 것이지 경영학을 열심히 공부해서가 아니다. 서울대 계획처럼 4년간 ‘창조경영학’을 전공해서 세계적 창업 스타가 될 수 있다면 왜 선진국들은 서울대처럼 하지 않았겠는가?

 

서울대는 이번 계획을 밝히면서 ‘창조경영 인재를 전국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별 거점 대학을 5개 내외로 선정’하고, ‘기존 서울대 경영학과 정원 135명이 연세대·고려대 정원 300여 명에 비해 적으므로 2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결국 서울대의 본심은 ‘창조경제’를 내세우는 박근혜정부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해 이번 기회에 학생 정원을 늘리고, 국고보조금 지원을 더 받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혼자서는 민망했던지 다른 대학을 끌어들이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군사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드물었다. 서울대는 더 이상 학문 영역인 학과 신설을 정치적 흥정 대상과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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