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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8.20 조회수 :656
사학 비리의 대명사로 불렸던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했다. 비리로 대학에서 쫓겨난 지 21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상지대 법인은 지난달 28일 김문기씨를 이사로 선임하고, 지난 14일 총장에 임명했다. 상지대 총학생회는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며, 교수협의회 역시 반발하면서 대학은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상지대 법인은 김문기씨를 총장에 선임하면서 꼼수까지 동원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가 총장에 임명될 경우 교육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제54조의3 제3항) 이에 따라 아들이 법인 이사장이던 상지대에서 김문기 씨가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아들이 이사장직을 사퇴한 것이다. 이로써 김문기씨가 총장이 된 것은 법적 하자가 없게 된 셈이다.
1993년 당시 김문기 상지대 법인 이사장이 부동산투기 및 대학 법인 비리 의혹으로 대검 중수부로부터 수사를 받다가
구속되면서 언론은 이 사실을 크게 보도한 바 있다.
법과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김문기씨가 법인 이사와 총장이 된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비록 이사 중 1인이라 하더라도 김문기씨가 사실상 실권자여서 법인 운영의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 과거 김문기씨가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 될 당시 신분도 법인 이사장이었다. 김문기씨의 대학 복귀에 일조했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조차 지난 1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로 볼 수 없다”며 김문기씨의 정이사 선임 부적격 판정을 했다. 그런데도 상지대 법인은 밀어 붙였다.
특히 대학 총장은 지성과 학문의 최고 권위자로서 내적으로는 대학 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고, 업무를 집행하며, 밖으로는 대학을 대표하는 최고위 인사다. 우리나라 사학 비리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인사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급격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지방대학들이 신입생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김문기씨가 총장이라면 과연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교육부 책임이 크다. 상지대가 임시이사체제에서 정이사를 선임해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무렵인 2007년 5월 대법원(주심 김황식 대법관)이 “임시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며 김문기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사분위는 이를 근거로 ‘구 재단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준다’는 방침을 정했고,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분쟁 사학들에 구 재단 인사들의 복귀를 승인해 줬다. 김문기씨 일가도 이 과정에서 복귀를 했다.
김문기씨 일가가 대학에 복귀한 후 상지대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김문기씨 쪽 인사들의 이사회 불참·중도퇴장 등으로 총장 선임, 교수 충원 등 학내 중요 사항 결정이 무산되고 혼란에 빠지자 상지대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구했으나 이마저 묵살됐다.
결국 김문기씨의 이사 선임과 총장 취임이라는 이번 사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박근혜정부의 도덕성과 사학 정책의 시험대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새로 취임한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적극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논란은 상지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비리로 물러났다가 대학에 복귀한 구 재단 인사들이 있는 다른 대학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번 논란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립학교법 개정 밖에 없다. 우리나라 현행 사립학교법은 범죄 행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적이 있더라도 5년만 경과하면 법인 이사로 복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웃 나라인 대만은 사학 이사들이 직무를 남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학교법인 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학에 영구히 복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김문기씨 사태 해결과 별개로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