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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총장, 3번째 해외파 영입 과연 합리적인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02.01 조회수 :572

KAIST 이사회가 1월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강성모(68) 전 머시드 캘리포니아대 총장을 서남표 총장 후임으로 선임했다. 강 내정자는 2월 23일 15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임기는 4년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 내정자는 연세대에 재학 중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금까지 40여년 이상 미국 대학에서 재직했다.

 

강성모 내정자가 취임하게 되면,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인 KAIST는 로버트 러플린(2004년 7월~2006년 7월), 서남표(2006년 7월~2013년 2월)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파가 총장에 재직하게 된다. 정부는 러플린 총장에게 6억여 원의 연봉을 지급했고, 서남표 총장에게도 4억 원 내외의 연봉과 수당을 지급했다. 대략 계산해도 이들에게 지급된 액수가 35억 원 안팎이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생각지도 못할 큰 액수다. 강성모 총장 내정자의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 있다. 왜 KAIST 총장을 해외에서만 데려와야 할까? 더구나 러플린과 서남표 총장 선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수의 KAIST 구성원들은 이들이 소통은 하지 않은 채 일방적 리더십으로 무리한 경쟁구조를 만들어 대학 구성원들을 무한경쟁 속에 내몰았다고 비판한다. 물론 당사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한 때 일부 언론이 보도했던 것처럼 계량적 성과를 내세워 실패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대학구성원들과의 갈등 속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이상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들이 실패한데는 개인적 역량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고 본다. 러플린은 미국인이고, 서남표총장 역시 수십 년을 미국에서 살았다. 이들은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미국식 체제를 당연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두 사람이 시행한 각종 정책들도 내용은 달랐을지 몰라도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기조는 같았다고 할 수 있다. ‘입학정원 늘리고 등록금을 받겠다’는 KAIST 사립화 구상(러플린)이나 성적 부진 학생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매기고 영어강의를 의무화(서남표총장) 한 것 등이 그런 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KAIST 이사회는 차기 총장 내정자로 미국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했던 인사를 지명했다. 강 내정자가 전임자들과 다른 정책 기조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국내 학자들 가운데 KAIST 총장을 선임하면 안되냐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KAIST는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1971년 개교 이래 가장 낮은 84%로 떨어졌다. 실효성 여부와 별개로 정부는 해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며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이공계 최고 수준의 대학 수장조차, 국민 세금 수십억 원을 들여 그것도 3명 연속 해외파로 임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국내 학자를 임명하면 KAIST 문제가 해결되고, 대학 수준을 높일 수 있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KAIST 이사회나 언론에서 온갖 찬사를 보내며 영입했던 두 명의 총장이 모두 실패한 것은 더 이상 해외 영입파들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힘을 이끌어낼 능력이 없으면 대학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강성모 전 총장이 내정된 이상 이런 비판이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강 내정자는 총장 취임 이후 우려를 불식시키고 뛰어난 리더십으로 대학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산적한 대학 문제를 해결하고, KAIST를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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