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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01.16 조회수 :542
교과부가 전국 20여개 대학들이 시행 중인 ‘1+3 국제전형(1+2 및 2+2 유학프로그램 포함)’ 폐쇄 명령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 대학 합격생 부모들은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법원에 '교육과정 폐쇄명령 취소청구' 소송을 냈고, 해당 대학 총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사태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유명 대학들이 수능이나 토플성적 없이 해외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고 광고하면서 ‘1+3국제전형’, ‘글로벌 전형’ 등의 명칭으로 신입생을 모집해 왔습니다. 해외대학과 협약을 맺고 1년은 국내 대학에서, 나머지 3년은 해외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다는 것입니다.
대학들은 이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이 해당 대학 정규 학생이 아니기에 평생교육원을 통해 유학원을 끼고 이들을 모집했습니다. 일부 대학은 논란 등을 의식해 외국대학 소속 교환학생 자격으로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대학에서 유학 간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 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감사원에 민원이 제기되면서 교과부가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교과부는 2012년 11월 국내 대학들이 운영 중인 ‘1+3국제전형’은 고등교육법과 평생교육법, 외국교육기관특별법 등에 위반된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19개 대학에 폐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어서 이들 대학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12개 유학원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대학입시, 학벌, 미국학위 우대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돈이 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우리나라 대학들의 모습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 과정에 입학한 학생들은 외국대학과 똑같은 수준으로 연간 2,000만 원 내외의 등록금을 내고,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은 20~40%를 수수료로 가져가 일부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유명 대학들이 우리나라 정부가 인정하는 정규 교육프로그램도 아니고, 문제가 발생할 시 해당 대학이 책임지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행태를 벌였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울러 미국 대학들이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명대학들이 ‘유학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국제적으로 이런 사례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학뿐만이 아니라 교과부도 문제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는 2011년 초부터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교과부는 2년간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모두가 불법이라며 폐쇄명령을 내렸습니다. 왜 똑같은 상황인데 2년 전에는 관련 사실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교과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시죠.
“1+3전형의 적법성에 대해 검토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관련 법령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국내대학이 해외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평생교육원을 통한 학점 이수 형태로 이 전형을 운영하기 때문에 규제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현재로선 대학에 책임소재를 묻기 어렵다. … 중략 … 불법성 판단여부를 떠나 국내대학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학브로커 역할을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한국대학신문 2011년 2월 18일자)
아울러 교과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국내대학과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관한 규정’을 고등교육국제화와 대학자율화란 이름으로 2008년 8월 폐지했습니다. 현재는 고등교육법시행령에 학위 수여 등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만 명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때문에 국내대학과 외국대학과의 관계에서 언제든지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율화의 결과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결국 탐욕스런 대학과 무책임한 교과부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학과 교과부는 피해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부분을 인식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관련 내용의 법․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