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1. 무전공제 등록금 현황

◯ 윤석열정부는 학과 간 벽을 허물고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확대한다며 무전공제(자유전공제)를 도입했다. 무전공제는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됨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 올해 전체 대학 중 70% 정도가 등록금을 인상한 가운데 신설되는 무전공제 신입생 등록금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됐다.

◯ 무전공제는 단과대학이나 계열 제한 없이 자유전공학부 등으로 입학하여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선택할 수 있는 유형Ⅰ과 단과대학이나 계열 내에서 전공을 자율선택할 수 있는 유형Ⅱ로 나뉜다. 유형Ⅱ는 대체로 소속 단과대학이나 계열의 등록금으로 무전공제 신입생 등록금을 책정하지만 전공 선택 제한이 없는 유형Ⅰ의 경우 별다른 등록금 책정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 이에 우리 연구소는 무전공제 유형Ⅰ을 도입한 수도권 4년제 사립대학 43교의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취합하여 무전공제 유형Ⅰ의 신입생 등록금이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살펴봤다.

◯ 43개 대학 가운데 파악이 어려운 19교¹⁾를 제외한 24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6교(66.7%)가 인문사회보다 등록금이 비싼 ‘자연과학‧공학‧예체능계열 등록금’ 또는 ‘선택가능한 학과 중 등록금이 비싼 학과 등록금’ 등의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 특히 공학계열 등록금으로 책정한 대학은 10개로 가장 많았는데, 24개 대학의 41.7%에 해당한다. ‘공학계열 등록금’ 또는 ‘선택가능한 학과 등록금 중 비싼 등록금’ 등의 기준이 아닌 방식으로 등록금을 책정한 대학은 8곳(33.3%)에 불과하다.

2. 높은 등록금 기준 적용한 대학 사례

◯ <표2>는 공학계열 등록금 또는 공학계열 등록금은 아니지만 높은 등록금을 기준으로 무전공제 신입생 등록금을 책정한 대학이다. 경희대, 서강대, 세종대 등 10개 대학이 공학계열 등록금 기준으로 책정했다.

◯ 문제는 등록금을 책정한 학교측이 이러한 등록금 책정의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대, 강남대, 경희대, 광운대, 인하대²⁾ 등 5교는 공학계열 등록금 책정의 이유를 회의록에 제시하지 않았다.

◯ 이유를 제시한 대학도 ‘모집정원 조정인원 중 공학계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단국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등(삼육대)’, ‘타 학교들도 최고가 등록금 책정, 커리큘럼 신설, 교수추가 배정 등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서강대)’ 등 불분명하거나 납득이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 공학계열 등록금은 아니지만 높은 등록금을 책정한 6개 대학 중 동덕여대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그 외 대학은 ‘다른 단과대학과 달리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므로(명지대)’, ‘추가지원 및 전공선택권을 보장하는 학과 특성 등을 고려(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 학생이탈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및 프로그램 지원 등이 이뤄지므로(숙명여대)’, ‘학과선택시 별다른 제한이 없고, 수업편성‧공간‧교원 등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고 학생들의 전공선택도 예측하기 곤란하여 추가 재원이 필요하므로(숭실대)’ 등의 이유를 밝혔다.

3. 계열별 등록금 평균값 등으로 무전공제 등록금 산출한 대학 사례

◯ 한편, 공학계열 등록금 또는 비싼 등록금을 책정한 대학과 달리 나름의 기준으로 무전공제 등록금을 산출한 대학도 있다. 가천대는 기존 자유전공 입학생이 2학년 진급시 선택한 전공의 평균등록금을 산정해보니 이학체육계열 등록금과 유사하여 이를 무전공제 등록금으로 책정했다.

◯ 고려대는 공통계열 등록금을, 덕성여대는 인문사회, 이학, 공학계열 수업료의 평균값을, 상명대는 캠퍼스별 진입 선택 가능한 계열의 평균값으로 무전공제 등록금을 책정했다.

◯ 물론 이러한 등록금 책정도 한계는 있지만 앞서 이유 없이 공학계열 등록금으로 책정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학과 등록금 중 가장 높은 등록금으로 책정한 경우에 비해서는 그나마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4. 근거없이 비싼 무전공제 등록금, 교육부와 등심위에서 대책 세워야

◯ 과거에 대학 신입생은 수업료와 함께 용도도 불분명한 ‘입학금’을 부담하면서 재학생보다 더 비싼 등록금을 부담했다. 결국 입학금에 대한 부당성이 공론화되면서 교육부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폐지했다.

◯ 신설된 무전공제의 비싼 등록금은 집단적 저항이 어렵고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신입생의 약자적 입장을 악용한 입학금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근거 없이 무전공제 등록금을 일괄적으로 공학계열 등록금으로 책정하거나 비싼 등록금으로 책정한 대학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심도 깊은 재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 교육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 공고시 무전공제 입학자의 등록금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관련 조치를 함께 공고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1)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게재하지 않은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무전공제 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함

2) 경희대는 회의록에 학교측 위원이 공학계열 등록금으로 책정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되어있으나 그 내용을 회의록에 공개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