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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6.22 조회수 :532
2011년 한해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반값등록금’ 논의가 수그러들고 있다. ‘반값등록금 국민본부’가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추진 법안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대중적 논의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당사자인 대학생들 역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값등록금’ 안된다는 기획재정부
그러는 사이 이명박정부는 ‘반값등록금’ 도입 불가를 선언하며 논리전을 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6월 13일 개최한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교육분야 공개토론회' 내용이 대표적이다. 발제자는 온갖 논리로 ‘반값등록금’을 도입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핵심 논리는 이렇다.
△대학 교육은 개인 선택 문제이기에 국민 세금으로 반값 등록금을 도입해서는 안된다 △반값등록금은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훼손시켜 경쟁력을 낮출 것이다 △반값등록금은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 과잉 공급으로 취업률을 떨어뜨린다 △향후 학생 수 감소가 예상되는데 특정 세목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에 사용해 반값등록금을 도입하면 예산의 경직성을 낳고, 과도한 예산 낭비를 불러온다 △반값등록금을 도입하면 대학교육의 질도 저하된다 등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명박정부가 소득 규모에 따라 차등 추진하고 있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신음하는 학생 학부모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들은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 등록금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학벌주의 때문에 대학 진학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며, 학생 등록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는 상당수 사립대학을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사회 일반의 인식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향후 학생 수가 감소하면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율을 조정하면 될 일이고, 반값으로 등록금을 낮춘 만큼의 예산을 국가가 부담하기에 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다.
출연기관의 이상한 ‘반값등록금’ 도입 반대 논리
이명박정부의 ‘반값등록금’ 반대 논리는 교과부 출연기관을 통해서도 제공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6월 15일 20대 대졸자 9,779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대학 학비 조달방식과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부모에게 학비를 의존한 학생이 융자로 조달한 학생보다 토익 성적이 높고 졸업 후 월평균 소득과 정규직 비율도 높다’고 밝혔다. 부모 소득이 자녀의 학업 및 취업에도 영향을 미쳐 부와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며, 내세운 현실 인식과 일치한 조사 결과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반값등록금’ 도입이 아닌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국가장학금’ 확충을 들고 나왔다. 그 이유는 ‘대학 과잉 진학과 이로 인한 취업난 가중’ 그리고 학생들이 졸업 후 학자금 상환을 위해 일자리를 가리지 않고 취업하는 ‘투매양상의 취업’ 때문이란다.
앞선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과 일치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국가장학금’ 확충이 어떻게 부와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또한 보고서 논리대로라면, 취업 후 일정 소득이 되어야 학자금을 상환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일자리를 신중히 골라서 취업할 것이란 말이 된다.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가 매우 제한되어 있고, ‘일반 대출’이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대출이든 결국에는 갚아야 하는 부채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이를 털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바라는 졸업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지 의문이다.
대학생, 학부모, 예비학부모 모두가 나서야
결국 이명박정부에서 ‘반값등록금’ 도입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반값등록금’을 도입하면 안되는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파고들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법안을 제출했지만 이명박정부와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원내 일당이 된 이상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지도 의문이다.
6월 20일 ‘반값등록금 국민본부’가 반값 등록금 실현 릴레이 1인 시위 3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반값등록금’ 시행을 거부하는 이명박정부를 규탄하며, 이후에도 1인 시위를 계속해 ‘반값등록금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 등록금 부담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중산층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학생은 물론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앞으로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예비 학부모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