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대학’ 감사가 진행중이다. 감사원은 지난 7일부터 27일까지 15일 동안 30개 국·공·사립대학을 표본으로 대학교육 재정운영 실태에 대한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예비조사가 끝나면 8월 중에 본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원의 ‘대학’ 감사는 등록금 논란이 한창 쟁점으로 떠오른 지난 6월, 감사원이 감사원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감사인력을 투입하여 등록금 산정기준의 적절성과 재정 운영 상황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 착수하면서 전체 대학 회계자료를 모두 분석하여 대학의 재정운영 실태를 분석·진단하고 이를 통해 등록금 책정의 기초자료를 제공함과 아울러 대학교육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추구하는 방향으로 보나, 감사규모로 보나 이번 감사원 감사는 현행 법·규정 위반여부에 초점이 맞춰져있던 예전의 대학감사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감사의 사각지대 속에서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해온 사립대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립대는 주로 교과부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사학 감사팀 직원이 9명에 불과한 교과부가 내실있는 사립대 감사를 실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우리 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4년제대 157개교, 전문대학 135개교) 설립 후 종합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사립대가 절반(4년제대 78개교(49.6%), 전문대학 59개교(43.7%))이나 됐다. 이렇게 볼 때 200~300명이 투입되어 추진하는 감사원 감사는 기대되는 바가 크다.감사내용도 현행 법·규정 위반여부를 지적하는 소극적 감사를 넘어 대학의 재정운영실태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과도한 적립금 조성, 교비 전용 및 회계 부정, 학내의 무분별한 건물신축관행, 대학 교직원이나 교수들에 대한 과다 수당지급, 무리한 해외연수 등 감사내용도 폭넓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는 등록금 문제를 대학의 문제로 전가시키고, 대학의 문제 중에서도 일부 부실대학의 문제를 부각시켜 결국 대학퇴출정책을 본격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시나리오 속에서 추진되는 감사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실제로 감사원의 감사추진과정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감사원은 예비조사에 착수하면서 중소규모 대학 중심으로 예비조사 대상대학 30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5곳(사립대 12곳, 국·공립대 3곳)은 재정분석이 필요한 대학으로 등록금 인상률, 적립금 비율, 법정부담금 부담 비율 등을 고려하여 선정했으며, 15곳은 경영·학사관리 점검이 필요한 대학으로 교과부가 선정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고려하여 선정했다. 이대로라면 서울 주요 대학이 예비조사 대상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적고, 설사 포함되었더라도 재정운영과 관련하여 권고·시정 등의 개선요구에 그칠 ‘재정분석이 필요한 대학’에 포함되었을 것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결국 감사원 감사는 교과부가 선정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과 별반 다를바 없는 ‘퇴출대학 솎아내기‘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결과로 귀결된다면 굳이 200~300명의 감사원 감사인력을 투입하여 감사를 벌일 필요가 있을까.감사원은 'MB정부와 코드맞추기식’ 감사라는 불명예를 벗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대학 재정운영 실태에 대해 광범위하게 감사를 벌이겠다던 포부에 걸맞는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감사 대상대학 명단공개만 쉬쉬할 것이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까지 포함하여 감사 대상대학의 수를 확대하고, 단계별 실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한 회계자료 분석결과를 공개하여 각 대학이 개선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이번 감사원 감사의 실시배경이 된 등록금 문제의 해법은 별도로 모색되어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대학의 재정을 얼마만큼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대학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