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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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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도 방향도 없는 '부실'한 '부실대학' 선정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1.08.17 조회수 :473

17일 교과부는 평가를 통해 하위 15% 내외의 대학을 선정해 정부재정지원을 제한하는 ‘2012학년도 평가순위 하위 대학 정부재정지원 제한 계획’을 발표했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장학금 지급률, 교육비 환원율, 학자금대출 상환율, 등록금 인상 수준, 산학협력수익률(전문대만 해당)의 9개 지표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 대학은 정부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부실대학으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하위 15% 대학 선정을 시작으로 이들 중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 선정 → 경영부실대학 선정 → 퇴출로 이어지는 구상을 그려놓고 있다.

 

그렇다면 위의 9개 지표로 과연 ‘부실 대학’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교과부가 발표한 ‘부실대학’ 판정 방법은 몇 개 지표로 대학을 일괄적으로 평가해 줄을 세운 다음, 하위 15% 대학까지 선을 긋는 것이다. 그러나 선정 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 확보율만 보더라도 2010년 전임교원 확보율(편제정원 기준)이 100% 이상인 대학은 19교(일반대 186교 대상)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약간 더 부실한 대학을 걸러내는 것일 뿐 나머지 대학이 튼실하다고 볼 수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부실대학’을 선정하는 지표 자체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학벌주의와 수도권중심주의가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지방대학들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쟁 상태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학생 충원율(30%)과 취업률(20%)이 ‘부실대학’ 평가 총점의 50%를 차지한다. 문제는 ‘부실대학’을 판별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이 두 지표가 일방적으로 지방대학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부실대학 퇴출이 지방대학 죽이기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학자금대출은 상환율(10%)의 경우, 학생들의 학자금 상환 실적이 왜 ‘부실대학’ 지표로 쓰이는데 납득조차 하기 어렵다.

 

교과부는 ‘부실대학’을 평가 하위 대학에 한정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부실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대학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개혁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당장 하위 대학 몇 개를 퇴출시켜도 ‘부실대학’은 또 다시 생겨날 수밖에 없다.

 

교원 확보 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법정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제제를 받지 않고, 법인과 정부의 지원을 의무화하지 않아 대학 재정은 책임 방기 상태고, 사학법인은 여전히 대학 구성원과 소통하기보다는 독선적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비리 방지와 관리ㆍ감독 기능을 수행해야 할 감사도 이미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부실 대학 난립과 지방대학 위기를 불러온 핵심 원인으로 집히고 있는 설립ㆍ정원 자율화 정책도 수정ㆍ폐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즉,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전면적 개혁 없이는 우리나라 대학의 부실화를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2일 교과부가 발표한 성화대학 특별감사 결과를 살펴보자. 교과부는 성화대학 설립자가 2005년부터 교비 약 65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성화대학은 이미 2006년 10월과 2010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교과부 종합감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때는 이런 사실을 적발해 내지 못했다. 현재 정부의 대학 관리ㆍ감독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학 '구조개혁'은 교과부가 하듯 하위 대학 몇몇을 잘라내는 식이 아닌 전면적이고 근본적 '구조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한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아닌 '구조개혁'의 합리적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구조개혁'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향은 시장주의 논리에서 벗어난 정부책임형 대학 체제로의 전환, 지역균형발전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설립ㆍ정원 자율화 정책으로 팽창한 대학 정원을 일괄 축소와 대학 특성화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되, 사학의 책임성 강제와 와 정부의 관리ㆍ감독 기능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중대 부정ㆍ비리를 저지른 대학이나 극심한 부실에 빠져 불가피하게 ‘퇴출’해야 되는 대학에 대해서는 대학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고 잔여재산은 정부가 국고로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상 대학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거셀 것이고 잔여재산 처분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도 뜨거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충분한 합의 과정을 갖고자 한다면 충분히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올바른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향을 세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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