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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 지역대학 떠넘기려는 RISE 계획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3.02.06 조회수 :5,420

교육부는 지난 2월 1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이하 RISE)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함으로써 지자체 주도로 지역대학을 육성하고,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직접 육성‧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RISE체계의 주축이 될 글로컬대학에 대해 정부는 대학 당 5년 간 1천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10개 내외 대학을 선정하고, 2027년까지 30개 내외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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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월 1일(수),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및 시범지역 선정 공고 현장 브리핑을 가졌다.<이미지=교육부 누리집 갈무리> 



지자체 주도로 지역대학 재정지원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재정지원사업에서 중앙정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는 지자체가 대학지원계획을 수립한 뒤 교육부 등 중앙부처와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에 근거해 지역대학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2023~2024년 5개 내외 지자체(시‧도)를 RISE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2025년에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주요 지역대학 육성사업 5개(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3,420억 원,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 3.0) 5,512억 원,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LiFE) 510억 원,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HiVE) 900억 원, 지방대활성화사업 2,500억 원(2023년 예산 기준)를 포함해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RISE로 통합해 지원하고, 타 부처 대학재정지원사업도 단계적으로 RISE로 전환하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지자체(시·도)에서는 대학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지자체·대학·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지역 고등교육협의회(가칭)를 신설해야 한다. RISE로 선정된 지역은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해 각종 규제특례를 적용한다.



지자체 역량 준비 부족, 졸속추진 우려 


정책 면면을 살펴보면 RISE 사업의 핵심은 지자체 역량이다. 지자체가 지역대학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각 재정지원사업 취지에 맞게 대학에 재정을 배분하며, 사업 집행 과정과 결과를 관리‧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5개 시범지역 선정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50점을 ‘조직역량’에 배정한 것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조직역량은 △대학지원 전담조직과 인력구성의 적정성, △비영리법인(대학 예산 지원 관련 집행, 관리를 담당) 지정 운영의 적정성, △지자체의 대학지원 재원 확보의 적정성을 평가한다.


문제는 대부분 지자체의 조직역량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현재,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된 조직 현황을 검토한 결과, 대학지원전담 조직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곳은 드물었다. 대부분 3~4명으로 구성된 ‘대학협력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팀 조차 없이 직원 1인이 지방대학 육성 업무를 담당하는 곳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월 21일까지 시범지역 신청을 제출하려면 20여 일 만에 지역의 산업, 대학, 정주 여건을 진단하고, 대학 지원 전담 조직과 공무원 배치를 계획하며, 지역 내 대학 육성을 위한 기본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조직역량으로 당장의 RISE 사업을 내실있게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 중심의 지역대학 육성 기대하기 어려워


설사 지자체가 조직역량을 갖춘다해도 이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재 지역상황은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하여 ‘인재양성→지역정착→산업발전’의 선순환구조가 깨진지 오래다.


2020년 전국사업체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의 50.7%가 수도권에 모여 있고, 사업체 매출액의 58.1%가 수도권 사업체에서 나오고 있다.


대학의 산학협력과 관련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경우 관련 사업체 65.2%가 수도권에 모여있고, 이 분야 전체 매출액의 77%가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다. 지방이 유력했던 제조업 사업체마저 수도권 비율이 51.1%로 비수도권을 앞질렀다.


2014년 「지방대학육성법」 제정을 계기로 이미 17개 지자체에서 지역대학 육성 관련한 조례를 마련하여 시행해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기반에서 당장 추진되는 RISE를 통해 지역대학 위기가 해소되고, 지역대학과 지역사회가 동반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도 ‘장밋빛 환상’이다.


2026년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공정하게 대학을 평가해 재정을 지원하고, 한계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계대학이 폐교할 경우, 교직원 일자리 상실, 지역 상권 붕괴 등의 문제는 지역사회에 큰 골칫덩이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학 재정 지원이 합리적 판단이 아닌 나눠먹기식으로 배분되고, 오히려 전체 지역대학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국립대학의 시‧도립화 등, 지자체에 떠넘기기


한편, 이주호 장관은 이 사업을 브리핑하면서 글로컬대학 선정과 관련하여 “국립대학이 시·도립화 하고, 정부 출연연과 통합하는 등 구조개혁을 하면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국립대학의 지자체 이양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국립대학이 지자체로 이양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지방의 ‘곳간’은 빈약하다. 재정자립도를 보면 서울은 65.3%인데 비해 광역시는 40%대이며, 비광역시는 강원지역 23.4%, 전남지역 21.1%, 경북지역 24.2% 등 20~30%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학의 안정적 재정이 확보될 리 만무하다.


인천대가 시립대에서 국립대로 전환한 배경, 서울시의회 구성이 달라지면서 올해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사례, 전국 지역 도립전문대학이 운영 어려움을 겪는 문제 등 우리나라에서 시·도립대학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현실을 간과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수 없다.


당장 정부 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립대학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준비가 아닌, 시‧도립화 전환 여부가 논의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이주호 장관은 국립대학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 위해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지원사업 평가 항목에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포함했다. 당시 대부분 국립대학이 울며겨자먹기로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던 상황이 다시 연출될 수 있다. 대학 자율과 관치 철폐를 정책 전면에 내걸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관치로 정책을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다.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지역대학 육성 정책 수립해야 


결국 윤석열정부 지방대학 육성의 큰 그림은 국립대학을 시·도립화하고, 지역 대학 재정지원을 지자체에 넘김으로써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지방대학 위기 책임은 정부 몫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주호장관은 말뫼대(스웨덴),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도시, 미텔슈탄트대(독일) 등을 우수 사례로 소개했다. 이 국가들에서는 정부가 대학 운영비를 책임지고 있어, 학생 수 감소로 재정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 대학이 이 대학들처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학 재정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학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방식으로는 지방대학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수도권대학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중앙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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