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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원년? 대학 각자도생 몰아가는 교육부 업무보고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3.01.09 조회수 :1,241

교육부는 1월 5일,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이하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국정과제를 바탕으로 4대 개혁분야, 10대 핵심정책을 제시하고, 2023년을 교육개혁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8일에는 국민의힘,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 당정협의회를 갖고, 교육부 주요 정책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교육개혁 원년’으로 포장한 2023년 업무계획


업무계획에서 밝힌 고등교육 주요 정책은 규제완화, 지자체에 대학 권한 이양, 첨단분야 인재 양성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정원내 학과 신설과 정원 조정을 완전 자율화하고, 사립대학 재산처분을 유연화하며, 회생이 불가능한 한계대학은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퇴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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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5() 정부 서울청사에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미지=교육부 누리집 갈무리)


2023년 5개 지자체를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시범 지정하고, 지역 주도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했다. 또한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반도체 특성화 대학 등 관련 사업을 신설‧확대할 방침이다. 이 외에 교육전문대학원 시범 운영, 대학 유휴 재산을 활용한 수익 창출 방안 마련,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하면서 ‘과감한 교육개혁’을 목표로 2023년을 ‘교육개혁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개혁 원년’이라 할 만큼 기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미충원과 대학 재정 감소, 수도권과 지방대학간 격차 심화, 지속되는 부정·비리 등 해결해야 할 문제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업무계획에는 이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부재하다. 오히려 규제완화, 지자체 이양 등 정부 책임을 방기하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정책 대부분은 지난해 단발적으로 발표된 바 있는데, 당시 대학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이번 업무계획에 그대로 담겼다.


개혁의 완성도를 좌우할 획기적인 재정 확충 방안도 없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도입한다지만 고등교육 예산은 전년 대비 1.6조 원 증액에 그쳤고, 이후 확충 규모는 예측할 수 없다. 지난해 말까지 발표하기로 한 고등교육 마스터플랜이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된 정책을 나열해 ‘교육개혁 원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고등교육 최대 위기 외면


현재 고등교육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학령인구감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은 수도권이 14.3대1로 지난해(13.95대1) 보다 상승한 반면, 지방은 5.7대 1로 지난해(6.04대1) 보다 낮아졌다. 정시모집에서도 경쟁률이 3대 1을 넘지 않아 사실상 미달된 대학 68곳 중 59곳(86.8%)이 지방대학으로 알려졌다.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지방대학 미충원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학령인구는 2024학년도까지 감소하다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나, 수도권 쏠림 현상은 2024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데, 업무보고 어디에도 학령인구감소와 지방대학 미충원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책이 없다.


‘한계대학’이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방안도 우려스럽다. 이는 잔여재산을 사학 운영자들에게 환원해주는 방식으로 ‘한계대학’의 폐교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2040년 이후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을 고려하면 지방 사립대학 상당수가 ‘한계대학’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잔여재산 환원만으로는 학령인구 감소와 한계대학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부실운영의 책임이 있는 대학 설립·운영자에게 일종의 ‘특혜’가 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대학 권한 지자체 이양, 서울과 지방간 격차 심화할 것


이번 업무보고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대학 권한의 지자체 이양’이다. 지자체가 지방대학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협력해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한 대학 특성화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컬대학(Glocal)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가 당장 지방대학 육성방안을 수립할 수준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지자체에 대학 지원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했으나, 지자체 노력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방대학을 육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지역의 평균 재정자립도(2022년 기준)는 강원(24.7%), 충북(30.2%), 전북(23.8%), 경남(32.8%) 등으로 서울(76.3%)의 1/3~1/2 수준이다. 정부 재정지원이 부족한데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마저 낮은 상황에서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대학을 육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에 대학 권한을 이양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지방대학 미충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인 서울’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행태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당정협의회에서 “지방대학과 지방정부를 묶어주는 것으로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얼마나 해결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한 발언은 지역의 현실을 대변한다.


오히려 지자체 이양에 따른 혜택은 서울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시는 대학 건물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이는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지역 대학은 첨단 분야 관련 시설, 상업 시설, 산학연 시설 등의 건물 신‧증축이 용이해져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수도권대학의 첨단분야 순증원 요구도 아직 명확하게 매듭이 안 지어졌다. 지자체 이양은 서울과 지방대학 간 격차만 심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규제 풀어줄테니 각자도생 주문


대학 운영을 위한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4대 요건 완화 관련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교육여건 후퇴는 물론이거니와 재산처분 유연화, 캠퍼스 수익 시설 확대 등과 맞물려 무분별한 상업화, 자산매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학생 수 감소로 등록금 수입 중심의 사립대학 재정구조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이 없으니, 대학 스스로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추라는 ‘각자도생’의 주문이다.


교육전문대학원제는 교사 양성 체계를 변화시키는 중요 정책이다. 과거 다른 분야에서 추진했던 ‘전문대학원제’의 긍·부정 영향이 모두 현존함에도 불구하고, 준비도 대학구성원들과 합의도 없이 상반기에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정부 책임 방기와 경쟁 부추기는 업무계획, 국회서 다시 논의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경쟁 중심의 자유 시장 구도가 교육 분야에도 성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고등교육은 과도한 경쟁 중심 정책으로 인한 격차와 폐단이 심각하다. 역대 정부가 일반재정지원 부활 및 확대, 중장기적인 정원 감축 정책, 지방대학 보호·육성, 정부 재정지원 확대 등 조치들을 취한 것도 경쟁 중심 정책 폐단을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교육 분야 경쟁 중심 자유 시장 발언은 업무계획을 교육개혁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부의 책임 방기를 합리화하고, 또다시 경쟁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정책 추진을 위해 법률 개정을 시도할 것인 만큼, 국회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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