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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3.02 조회수 :774
이명박정부 1년이 지났다. 국민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역대정권 가운데 가장 심각할 정도다. 교육부문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발표된 ‘사교육비’ 실태는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대선 핵심 공약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증한 양상을 보였다.
고등교육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분별한 자율화 정책으로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실종되는 양상이고, 해마다 천정부지로 인상된 등록금마저 ‘대학 자율 사항’이라며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돈 걱정 없이 대학 공부’하게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이 헛공약이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물론 이명박정부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학자금 융자액을 확대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신용유의자로 내몰리고 있다.
‘5·31교육개혁안’ 완결 의지가 그 원인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의 뿌리는 김영삼정부가 1995년 5월 31일 발표한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이하 ‘5^31교육개혁안’)에 있다. 시장논리에 바탕을 둔 ‘5·31교육개혁안’은 김영삼정부에 이어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더욱 구체화됐다가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명박정부는 ‘5·31교육개혁안’이 정권을 초월해 실천 됐음에도, 교육개혁이 완성되지 않은 것은 지난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 대학 자율경쟁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이명박정부는 집권 첫해부터 본격적인 ‘자율화’ 정책을 추진해 ‘5·31교육개혁안’을 완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대학의 질적 발전을 가로 막는 ‘규제’라며 철폐하려는 것들은 대학교육의 전면적 시장화를 막고, 대학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억제 장치였다. 그런데도 이를 허물어 대학을 시장주의 질서로 완전히 재편 즉, 신자유주의 전면화로 치닫도록 한 것은 이명박정부 교육정책 1년이 ‘방임’과 ‘퇴행’으로 결론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었다.
무분별한 자율화, 대학의 무책임과 방종 불러
우리 대학이 그동안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이 설립자나 법인 이사들에 의해 권위적·폐쇄적·비민주적으로 운영된데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이들의 이익을 위한 자율화 정책을 확대하고, 사립대학을 건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들마저 규제라며 철폐를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을 통한 입시부정 의혹에서 보듯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입시정책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로 이관하자, 대학들은 제도화된 정책마저 자신들 ‘마음대로’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혹 조사 주체인 대교협은 고려대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여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아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시 제도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명박정부는 국립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위해 ‘재정·회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정된 자율권만 주고 정부 재정지원 책임은 외면한 채, 국립대 등록금만 올리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명박정부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음에도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대학 당국의 등록금 인상 자율성만 부여해 주었다.
자율권 부여가 이기적, 배타적 이익 추구만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율적 운영 능력 부여와 함께 잘못된 자율권 행사에 대한 강력한 제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그러한 제제조차 규제로 여기고 해제하려 하고 있다. 향후 자율화는 정부와 대학 모두에 잘못된 대학 운영에 대한 책임회피의 수단,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극한의 시장주의 부작용 초래
이명박정부는 지금의 경쟁 체제도 모자라다는 인식에서 대학간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향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학 정보공시제가 지난 해 시작되었지만, 정보의 신뢰성에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몇 개월째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정보공개가 본격화되고, 그 결과가 향후 대학 존폐나 대학 운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내용을 조작하는 대학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한 이명박정부는 대학간 경쟁 체제 도입을 넘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대학, 학과, 학문 등에 대한 퇴출 구조를 상시화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사학청산 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학청산 제도는 대학을 학문과 교육의 전당이 아닌 영리 추구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그 이익은 사학경영자에게 넘겨주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으며, 흥정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국내 대학 경쟁 강화를 위해 외국대학 국내 진출, 영리법인 도입 등을 주장한 바 있다. 만약 이들 정책이 추진된다면 국내 대학 제도 근간이 개편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을 것이다.
보수 퇴행으로 교육개혁 의미 상실
이명박정부 교육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한나라당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주변 수구세력들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왜곡과 교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지난 일 년간의 활동은 사립대학 구재단의 복귀를 위한 조직적 활동과 운영 방해와 파행으로 얼룩져 버렸다. 교과부가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주경복 위원 해촉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사분위가 설치될 때부터 이미 예상된 결과이지만 실제 사분위는 철저히 구 사학재단 경영진의 요구에 따라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개되었다.
또한 사립대학 경영자들은 사립대학의 자율을 명분으로 내걸고, 지금의 사립학교법 마저 폐지하고 사학 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권한 확대만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사학 청산시 본인들이 출자한 재산을 전액 환수 받을 수 없게 될 때 이를 극렬 반대하거나, 다른 형태(예를 들어 용도 변경 등)로 전액 환수 받을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할 공산이 크며, 이들의 목소리가 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 역시 크다.
더욱이 수구세력을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의 보수 회귀 행태는 대학 자율을 무한대로 허용하지만 대학 당국의 최소한의 책무성을 요구하고 있는 이주호 차관 주도의 대학 자율화 정책을 스스로 발목 잡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대학의 자본화·상업화
이명박정부의 대학자율화는 대학의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고, 민간자본 유치를 원활히 하며, 대학 시설의 상업화와 대학 적립금 펀드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확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 즉, 소요 재원을 등록금이나 학생들의 소비를 통해 확충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그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즉, 대학 재원이 확대될수록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책임 또한 확대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자본과 상업시설이 파산하거나 적립금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에 따른 책임을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다. 다만 등록금 등으로 재정 지원을 전담하게 된 학생들이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아직은 사업 초기라는 점과 적립금 펀드 투자는 투자 내역과 손실 규모가 일부 언론 보도 외에는 공개되고 있지 않아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앞으로 이에 따른 문제점들은 계속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피해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과 상업시설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명한 공개와 운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선거 끝나자 돌변하는 서민 교육정책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서민들을 위한 교육개혁을 이야기 했다. 2006년 지자체 선거부터 제시한 등록금 반값 공약은 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집권은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제출된 공약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공약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에 이르렀으며, 등록금 반값 공약을 입안한 이주호 차관은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을 뿐이다.
지난 일 년간 이명박정부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방안은 ‘신용유의자’를 양산할 학자금 대출 확대뿐이었으며,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을 위한 공청회는 한 번밖에 진행하지 않았다. 아울러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가장 직접적 원인인 등록금 폭등을 억제할 어떠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국민의 교육기회의 균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의 책임 방기이자, 무능력이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학부모 가계 형편에 따라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갈리면서 극심한 양극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명박정부는 선거 때 득표를 위해 온갖 수사학을 동원한 서민 관련 대책을 내놓았지만 당선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위험
출범 첫 해 촛불집회 등으로 교육개혁을 실기했다고 생각하는 이명박정부는 올해 신자유주의 교육개혁 완결을 내걸고 총력전에 들어갈 태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책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더 이상 신자유주의가 미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정부의 과도한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민주적 의사 수렴 절차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배제된 대학 구성원들 역시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명박정부 집권 2년의 성패는 무한 질주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 중단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