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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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고려대 입시 의혹 전면 감사 나서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02.05 조회수 :421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고려대가 실시한 2009학년도 ‘수시 2-2 일반전형’ 1단계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해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했다는 구체적 수치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지만 고려대는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명을 요구한 해당 고교에는 ‘의혹을 제기해 혼란을 야기하면 다른 학생 피해가 염려’된다며 ‘협박’에 가까운 언사를 퍼부었다.

 

고려대 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12학년도부터 각 고등학교 학생들의 진학 실적을 후배 학생들의 입학전형에 반영하는 이른바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하기에 이르렇다. 학교 선배들 성적에 따라 후배들 진로가 결정되는 엽기적인 상황이 발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고교등급제에 대한 고려대의 집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려대는 2004년에도 연세대, 이화여대와 함께 고교등급제를 적용해 교과부로부터 ‘2005~2006년 신규 재정지원 사업 지원액을 20% 감액’하는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시행은 이명박정부가 대학 자율을 강조하면서 대입 기능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 이관하면서 이미 예고되었다는 점이다. 대교협은 2009년 1월 15일 정기총회를 열고, 2013년 대입 완전 자율화를 전제로 2011학년도부터 대학별 고사를 한층 다양화 해 사실상의 본고사를 도입하고, 공식적인 3불 정책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6월 중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려대의 이번 행태는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회적 논란을 무릅쓰더라도 3불정책의 하나인 고교등급제를 앞장서서 치고 나가겠다는 것을 노골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수도권 주요 대학의 가려운 곳을 고려대가 앞장서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적당히 무마되면 나머지 ‘본고사’와 ‘기부금입학제’ 도입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대교협이 고려대 관련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교협은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당초 일정을 앞당겨 윤리위원회 열어 고려대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대교협이 고려대 문제를 조사해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는데 있다. 지난 해 대학 입시가 대교협에 이양되었지만 아직까지 「대교협법」에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법률 개정조차 되지 않았다. 부정한 입학사정이 밝혀졌을 때, 제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대교협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의결로 회원에 대해 3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하거나 경고를 할 수 있으며, 징계결과는 교과부 장관에게 통보한다’고만 되어 있다. 실제 이번 고려대 입시 논란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대교협 ‘윤리위원회’는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결국,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을 해명할 방법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감사밖에 없다. 특히 대입 업무가 대교협으로 이양된 상황에서 교과부가 행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전무해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감사뿐이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감사를 통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명백히 가려야 한다. 의지도 능력도 없을 대교협에 맡겨 두어서는 국민적 의혹만 확산될 뿐이다.

 

아울러 교과부의 고려대 전면 감사는 이명박정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명박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대학 자율화정책을 대학들이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 점검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확인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대학자율화 정책이 우리나라 대학을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을 해명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진행되는 대학자율화 정책의 본질은 극소수 이른바 ‘명문대학’들의 이익만 챙겨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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