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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9.11.18 조회수 :963
지난 15일, 4년제 사립대 총장 모임인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정기총회에서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난 10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재정이 황폐화됐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사설까지 써서 '오죽하면' 사립대 총장들이 이런 결정을 했겠냐며 두둔하고 있다.
물론, 등록금 동결, 강사법 시행, 입학금 폐지 등으로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연구소가 주장해 왔듯이 대학 재정 확보 방안이 등록금 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등록금 동결 10년에도, 2018년 우리나라 등록금 의존율은 53.8%(교비회계 기준)이고, 학생과 학부모 등록금 부담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9년부터 법정 상한만큼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2029년에는 연간 등록금이 1천만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1
지난 15일, 4년제 사립대 총장 모임인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정기총회에서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고등교육 재정 부담 주체는 학생뿐만이 아니다.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교육관련법은 학교법인과 국가도 고등교육 재정 부담 주체로 명확히 규정했다. 사립대 총장은 교내 행정과 의사결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대외적으로는 학교를 대표하는 최고위 인사다. 대학 재정이 열악하다면, 대학 총장은 법인과 국가에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립대 총장들이 법인에 책임을 요구하는 모습은 본 일이 없다. 사학법인은 교직원 고용의 법적 주체임에도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법정부담금도 내지 못해 교비로 전가하는 등 최소한의 재정적 책임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익 없는 수익용기본재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등 법인의 재정 개선 노력이 미진한 상황을 사립대 총장들이 모를 리 없다.
또 하나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넉넉지 않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GDP 대비 정부부담 공교육비 비율(고등교육)’은 2016년 회계연도 기준 0.7%에 불과하다. OECD 가입국 평균인 0.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2016년 우리나라 민간 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1.1%로, OECD 평균(0.5%)과 비교해 0.6%p 높다. 고등교육재정이 열악하고, 등록금이 고액인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그동안 국가 책임에 대한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립대 총장들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정부의 일반재정지원 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대학의 최고 수장으로서 재정 문제가 엄중하다면, 해결 주체인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더욱 강한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 때마침, 교수 단체와 교직원 단체, 학생들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만큼 대학 총장들이 의지만 있다면 함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학법인과 국가를 상대로는 적극적 노력을 해본 적 없이, 그동안 재정 확보 방안으로 손쉽게 등록금 인상만을 선택해온 행태에 기대 또다시 '등록금 자율책정권 행사'를 결의했다.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무책임하고 뻔뻔하게 느껴질 일이다.
더 이상 등록금 인상으로 사립대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등록금 중심인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정의 근본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법 제정을 통해 평가 결과에 따른 차등지원이 아닌 학생마다 일정 수준의 교육비를 지원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총장들은 이 과정에서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 작업도 함께 해야 한다.
1. 법인 '투기 의혹' 눈감고 등록금 인상 요구하는 총장들, 대학교육연구소, 2019.7.4. (http://khei.re.kr/post/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