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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6.13 조회수 :616
6월 10일, 중앙대 이사회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임, 두산의 중앙대 인수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고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대학 인수는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 이번 사례는 인수자인 두산이 전(前)대학 이사장에게 일종의 인수자금을 돌려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학 인수는 대체로 대학 부채 탕감이나 재정 투자를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최근 인수된 성균관대나 경원대도 그러하다. 하지만 두산이 인수 대가로 출연한 1,200억 원은 엉뚱하게도 중앙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김희수 전 중앙대 이사장 개인이 설립한 수림장학재단이 가져갔다. 6월 4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이사장이 두산에 1,200억 원을 수림재단에 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중앙대 홈페이지에는 김희수 전 이사장이 중앙대에 1,116억 원의 개인 재산을 출연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이 말대로라면, 김희수 전 이사장은 중앙대에 투자한 돈에 이자까지 붙여 찾아간 셈이다.
사립학교 제28조 제2항과 동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르면,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교지·교사 등은 매도할 수 없다. 즉, 대학은 사고 팔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 인수자들이 내는 출연금 등은 육영 의지의 표현인 것이지 대학 매매 대금이 아니다. 더욱이 인수자가 기존 대학 경영자들에게 재산상의 보상을 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립학교법 어디에도 ‘인수’관련 규정은 없다.
김희수 전 중앙대 이사장은 이를 악용하여 편법적으로 출연금을 환수해 간 것이다. 인수 자금 관련 법적 규정이 없으니, 두산이 누구에게 얼마를 주던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계산인 것이다. 대학의 매매를 금지한 것은 사학의 사유화를 막고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조치였다. 이러한 법적 취지가 무색하게 법망을 뚫고 두산의 출연금을 고스란히 개인 소유화했다.
이러한 두산의 중앙대 인수 사례는 사학 설립자나 기본재산 출연자가 본인 명의의 장학 재단 등을 설립하고, 이곳으로 인수 자금을 빼돌리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부정·비리로 정상적 대학운영을 어렵게 한 사학 경영자가 중앙대와 같은 방법으로 대학을 팔아넘겨 버릴 수도 있다. 또한, 사학 퇴출이 본격화 되면, 중앙대 사례를 들어 사학경영자들이 거액의 출연금 환수를 주장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5월 30일 두산의 중앙대 인수를 아무런 조치 없이 승인해 버렸다. 법으로 아무리 대학 매매를 금지한다 해도 법망을 피해 출연재산을 환수해 간다면, 사립학교법의 근간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사학의 사유화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출연금은 대학을 인수한 근본 목적, 대학교육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대학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출연금이 흘러들어간 것은 대학 발전을 저해하고, 대학에 적지 않은 재정적 손실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과부는 인수 관련 조항이 없다는 소극적 해석에서 벗어나 사립학교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했다는 적극적 해석으로 출연금을 대학으로 보낼 것을 요구하고, 이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중앙대 신임 이사진 승인을 미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신임 이사진을 승인해 버렸다. 이는 교과부가 향후 사립대학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예라 할 수 있다.
교과부는 이미 사학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학 퇴출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계 사학 퇴출을 통해 사립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중앙대 인수과정의 문제점을 무시해 버린 것도 한계 사학 퇴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자나 출연자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사학의 재산을 개인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사립대학을 설립자 사유재산으로 보고,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중앙대 두산 인수 과정은 이러한 사유화문제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 망을 피해 편법행위를 자행하고, 사립학교법을 무력화한 사건이다. 이에 대한 심각한 검토 없이 중앙대 이사회를 승인한 교과부는 추후 일어날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현재, 경기대와 광운대 등 기업에 인수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대학이 한 둘이 아니다. 두산의 중앙대 인수 과정에 명확한 실사와 조치가 없다면, 중앙대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자칫 사학경영자의 이른바 ‘먹튀’를 양성화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대학 인수에만 급급하고, 대학구성원들은 대기업 진출에 따른 기대효과만 보려하고, 교과부는 사학경영자의 편을 들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이 같은 사립대학의 무책임한 운영을 막을 도리가 없다. 그 피해가 누구에게 올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