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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6.30 조회수 :596
지난 6월 26일(목) 국제교육진흥원 대강당에서는 국립대 교수·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 재정·회계법(시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시안)’은 지난 5월 29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국고회계와 비국고회계인 기성회회계를 통합하여 교비회계를 설치한다는 것을 골자로 제출한 법안이며, 도입취지는 그간 추진해 온 국립대 법인화와 대동소이하다.
참여정부 시절 국립대 법인화 관련 법안 공청회에 공권력을 투입하여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전력을 의식해서인지 교과부 대표로 주제발표를 한 구자문 대학자율화추진팀 팀장은 공청회에 앞서 국립대 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보면 과연 교과부가 국립대 구성원들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교과부가 의견수렴을 통해 법안에 반영한 내용은 국립대 평가와 재정지원 연계조항 삭제(고등교육법 제11조의 2로 대체), 연구원 및 직원 2년 초과 채용 조항 삭제, 기성회회계 직원은 교비직원으로 한정하여 승계, 재정위원회와 관련하여 교원과 직원 구분, 학생참여보장, 대학의 장 당연직 포함여부 대학자율, 심의사항의 경우 심의결과를 존중한다는 규정 추가 등이다. 이외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기획재정부와 재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국립대 구성원들이 ‘국립대 재정·회계법(시안)’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국립대 재정지원의 축소와 민간부담의 가중이다. 교과부는 재정지원은 절대 축소되지 않을 것이며 물가상승률·국가재정규모 확대율 등을 고려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획재정부와 재협의하겠다고 했다. 국립대 법인화가 거론될 때마다 재정지원 여부가 쟁점이었건만 아직도 교과부가 ‘재협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재정지원 책임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핑퐁게임을 벌이는 것에 불과하다.
교육비의 민간부담 가중에 대한 교과부의 무책임한 인식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 교육재정지원과장을 역임한 박동선 한경대 사무국장은 토론문을 통해 법률의 근거가 없는 기성회계제도를 폐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 31년간 정부는 불법행위인 국립대 기성회비 징수를 묵인한 것 아닌가. 수 십 년의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이며, 결국 회계통합은 이러한 불법행위를 양성화하는 과정이 아니냐는 방청석의 질의에 대해 구자문 팀장은 등록금이 과다인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공청회는 이처럼 교과부의 변함없는(?) 답변으로 마무리되었다. 교과부는 이날 공청회 이후 수정·보완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시안)’을 갖고 7월 중순경에 공청회를 한 번 더 개최한 뒤, 교과부(안)을 7월 중순경에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관계부처 협의, 입법예고, 법제심사를 거쳐 확정된 정부안을 9월경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립대 재정·회계법’ 도입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시장주의 체제로 전면 재편되는 대형 신호탄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대학의 시장화는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으나 ‘국립대 재정·회계법’ 이 도입되면 그 속도와 폭은 지금과 차원을 달리 할 것이다. 재정구조의 다변화라는 명목아래 대학의 영리활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각종 법·제도의 제·개정이 이뤄지고 대학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시장판으로 전락한 대학사회는 인수·합병이 일상화될 것이다. 가뜩이나 등록금 인상·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대학구성원들은 이제 대학에서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파장을 감안해볼 때 ‘국립대 재정·회계법(시안)’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비록 국립대 법인화가 대선공약이였다 할지라도 이러한 국립대 구조조정에 대해 구성원들이 반대한다면 백지화해야 한다. 마침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이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새롭게 임명된 교육과학문화수석이 그간 국립대 구조조정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국립대 재정·회계법(시안)’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용단을 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