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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대학 정원 감축 정책, 발상 전환 필요하다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7.12.05 조회수 :909

교육부는 11월 30일 ‘대학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경쟁중심 대학 발전 접근에서 벗어나 공공성과 협력의 가치회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고등교육은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대학 간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이 중심적으로 추진되어왔다. 그 결과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점점 취약해지고,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는 더욱 고착화됐다. 따라서 정부가 공공성과 협력의 가치를 회복시키겠다고 한 것은 ‘대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교육부는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구조개혁평가’를 ‘대학 기본 역량 진단(이하 역량진단)’으로 전환하고, ‘일반재정지원사업’을 신설해 역량 진단에서 일정수준 이상 받은 대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1주기 구조개혁 평가(2015년 실시, 2013년 대비 2018년 입학정원 감축)가 전체 대학을 등급을 매겨 서열화하고, 지원과 연계되지 않아 교육여건 개선이 미흡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국립대를 육성하고, 사립대를 공영형으로 전환하며, 사학비리를 근절시키겠다는 방안도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는 정책으로 보여진다.

 

정원정책, 기존 정책 틀 못 벗어나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방안은 줄 세우기식 평가를 통해 하위대학을 정원감축 대상으로 한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번 방안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새롭게 구조조정 정책을 마련할 기간이 너무 짧고, 대선이 있기 전인 지난 3월에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이 발표되어 대학들이 이미 준비에 돌입했다는 시기적 한계가 있었다.

 

정부 역시 이번 역량진단을 과도기 정책으로 규정하고, 향후 고등교육 전문가‧현장 등의 의견을 수렴해 2021년 시행할 새로운 진단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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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1년 시행할 새로운 진단방안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이번 방안이 교육부 스스로 평가한 1주기 구조조정방안의 문제를 해소하거나 적어도 완화시키는 방안이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방안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대학 기본 역량 진단’ 방안은 ‘외피’는 바뀌었을지 모르나, 평가 하위 대학을 대상으로 한 기존 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8년에 교육여건, 대학운영 건전성, 발전계획 및 성과 등 역량을 진단하고, 하위 40% 대학을 대상으로 향후 3년간(18~21년) ‘2만명’ 감축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상위 60%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해 정원 감축을 권고하지 않고, ‘일반재정지원사업’을 신설해 지원할 방침이다. 하위 40% 대학이 2만명의 정원감축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1주기 평가에서 A등급을 제외한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정원 감축을 시도했음에도 수도권 입학정원 비중은 2013년 37.5%에서 2017년 39%로 4년만에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천명 이상’ 대학의 입학정원 비중도 51.2%에서 52.1%로 소폭 상승했다.

 

교육부 방침대로 60%를 자율개선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정원감축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물론 교육부는 자율개선대학을 권역별로 선정하여 이러한 문제를 최대한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율개선대학 60% 중 10%는 권역별 구분없이 선정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당초 2주기 구조개혁을 통해 감축하려던 5만명 중 2만명을 ‘역량진단’을 통해 감축하고, 나머지 3만여명은 ‘시장’ 즉 학생 선택을 받지 않은 대학들이 자연 감축하는 방식으로 해소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지방대학이 정원감축의 주 대상이 되는 현상은 1주기때 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인 및 구성원참여지표 신설, 바람직하나 실효성 의문

 

한편 정부는 이번 역량진단방안을 통해 법인전입금 또는 법정부담금 비율 등 법인의 책무성과 구성원 참여‧소통계획을 새롭게 진단하기로 했으며, 부정‧비리 대학에 대해서는 감점 폭을 확대하는 등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인지표’의 경우 평가 기준이 ‘법정기준’인지 ‘사립대 평균’인지 불명확하고, 그나마 전문대는 1단계 평가에는 적용하지 않고, 2단계 평가에만 적용한다. ‘구성원 참여소통’ 지표는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 개방이사 등을 법령상 요건(대표성 등)에 맞게 구성‧운영하려는 계획 등을 진단하는 것인데, 대부분 대학들이 ‘형식’ 상으로는 요건을 준수하고 있어 지표 삽입만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충원율’ 지표는 10점(4년제 대학 기준 신입생 4점, 재학생 6점)으로 1주기 평가 때보다 2점 높아졌다. ‘충원율’은 대학 자체역량보다 수도권 과밀화 및 지방공동화 현상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지표로, 대학의 ‘기본역량’을 진단하는 지표로는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재정지원사업, 지원 규모와 지원 대학 수 적어

 

이번 정책에서 주목되는 사항은 일반재정지원사업의 부활이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운영비 지원 성격의 ‘일반지원사업’을 신설해 역량진단에서 상위평가를 받은 대학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2004년 이후 평가를 통해 선별・차등 지원하는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전면 개편됐다. 특수목적지원사업은 중복지원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심화, 대학 간 불평등 확대, 평가지표에 따른 대학의 획일적 운영, 학문간 불균형 등의 문제를 낳았다. 따라서 정부가 대학 운영비를 지원하는 일반지원사업을 다시 신설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예산 규모가 제시되지 않아 일반재정지원사업이 안정적 재정지원으로서 의미 있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ACE(2018년 예산 740억원), PRIME(1,482억원), CORE(425억원), WE-UP(38억원) 사업을 일반지원사업으로 전환하고, 100교 내외 대학에 대학 당 20~5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에 근거하면 관련 예산은 3~4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입학금 폐지에 따른 사립대 재정 감소액(입학금의 80%)이 3천억원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일반지원사업 규모는 대학 재정 확충 방안으로서 매우 부족하다. 지원 대학 수(100교 내외)도 전체 대학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정원’ 정책, 종합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정부가 공공성을 높이고, 협력 가치를 회복시키겠다는 정책 기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원 감축’은 과거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 정책으로 방만해진 우리 대학이 적정한 규모를 갖추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 교육여건을 어떻게 개선할지,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간 균형은 어떻게 맞출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위상을 어떻게 조정할지, 국립대를 어떻게 육성할지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 재정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을 확대하고, ‘일반재정지원 사업’ 지원 규모와 지원 대학 수를 크게 늘려야한다. 그래야만 대학들도 안정적인 재정을 기반으로 발전방안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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