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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입학금 폐지, 정부 의지에 달렸다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7.11.08 조회수 :581

입학금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8월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는 입학금 폐지를 결의했으나 사립대는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가 등록금 인상안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교육부와 합의가 결렬됐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학생·정부간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입학금 폐지를 재논의하기로 결정, 지난 2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는 입학 실소요비용 20%를 제외한 나머지를 5-7년 이내에 감축하고 입학금의 단계적 축소폐지 대학에 대하여 국가장학금 유형 및 일반재정지원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한 2차 회의가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입학금 폐지하면 정부가 국고로 지원해 준다?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에 이어 사립대 입학금 폐지도 본격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논의 가운데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 있다.


교육부와 사립대학간 논의의 핵심은 입학금을 폐지하면 대학들이 손실 보는 재정 보충을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정부는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국가장학금이나 일반재정지원사업 인센티브를 통해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고, 사립대학 일각에서는 등록금 인상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립대학들이 입학금을 폐지하면 정부가 부족분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대학 입학금은 성격과 징수목적, 산정근거 등이 불분명해서 계속 논란이 돼 왔다. 교육부는 과거 학교의 설립 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에 규정하고 있으며, 입학금은 동 조항의 그 밖의 납부금에 해당하는 등록금의 구성요소 중 하나로, 신입생 입학에 소요되는 경비뿐만 아니라, 다른 항목의 수입과 합산되어 교직원 인건비, 학생복리비, 시설비, 장학금 등 학교운영 전반에 사용된다"1고 밝힌 후 얼마 전까지 이 입장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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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육부가 입학금이 교직원 인건비, 학생복리비, 시설비, 장학금 등 학교운영 전반에 사용된다고 밝힌 점은 입학금수업료의 구분을 스스로 무너뜨려 입학금의 성격과 징수목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사립대학 입학금은 천차만별이다. 대학들이 마음대로 인상한 결과다. 사립대 학생 1인당 입학금 분포를 보면, 입학금이 없는 대학부터 최고 100만 원 이상 징수하는 대학까지 있다.(<표-1> 참조)


<표-1>2017년 전국 사립대학 학생 1인당 입학금 분포

(단위 : 대학 수, %)

구분

50만원 미만

50만원대

60만원대

70원대

대학 수

16

27

24

35

비율

10.3

17.4

15.5

22.6

구분

80만원대

90만원대

100만원 이상

합계

대학 수

25

27

1

155

비율

16.1

17.4

0.6

100.0

자료 : 대학알리미


대학들이 입학금을 이처럼 자의적으로 징수한 결과, 대학별 입학금 수입도 큰 차이가 난다. 2016년 사립대학 결산서에 나타난 입학금 수입 액수를 보면, 5억 원 미만에서 100억 원 이상까지 무려 2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표-2> 참조) 물론 1인당 입학금이 높아도 학생 수가 적어 전체 징수액이 적은 대학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1인당 입학금이 높은 대학의 전체 징수액이 높았다.


<표-2> 2016년 전국 사립대학 입학금 수입 총액 분포

(단위 : 대학 수, %)

구분

5억원 미만

5억원~15억원 미만

15억원~20억원 미만

20억원~30억원 미

대학 수

37

46

23

17

비율

24.2

30.1

15.0

11.1

구분

30억원~50억원 미만

50억원~100억원 미만

100억원 이상

합계

대학 수

14

13

3

153

비율

9.2

8.5

2.0

100.0

) 자료 미비 제외 : 케이씨대, 침례신학

자료 : 2016년 전국 사립대학 결산 집계표


구체적으로 전체 입학금 수입이 50억 원 이상인 16개 대학 가운데 3개 대학을 제외한 13개 대학의 학생 1인당 입학금은 90만 원 이상이다. 반면, 전체 입학금 수입이 5억 원 미만인 37개 대학 가운데 26개 대학의 학생 1인당 입학금은 60만 원 이하다.

 

5-7년 단계적 감축은 현정부 임기 내 폐지하지 말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사립대 입학금이 폐지될 경우 국가장학금이나 일반재정지원사업 인센티브를 통해 지원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지원을 할 것인가


만약 현재 대학들이 징수하는 입학금 총액을 기준으로 지원할 경우 지금까지 입학금을 높게 올린 대학들만 이익을 보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 고충은 아랑곳 않고 입학금을 계속 인상했던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혜택의 주요 대상이 된다그렇지 않고, 교육부가 일정 금액만을 지원할 경우 기존 수입보다 국고지원이 적은 대학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국가장학금이나 일반재정지원 사업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입학금을 폐지하지 않은 대학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교육부 방침대로 대학들이 입학금을 5-7년 이내에 감축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입학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대학 재정 수입도 줄어드는데, 여기에다 입학금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재정 수입은 더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입학금을 5-7년 이내에 감축하라고 하는 것은 현 정부 임기 이내에 입학금 폐지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과 같은 인식과 방법으로는 사립대학 입학금 문제를 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학금 폐지 논란으로 수많은 대학개혁 과제가 교육부 정책에서 뒤로 밀리는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면 괜한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고등교육재정 규모 늘리고 지원 방식 개선해야


그렇다면 사립대학 입학금 폐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은 정부 의지에 달렸다


정부는 당장 사립대 입학금 폐지를 선언하고, 고등교육 예산 대폭 증액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학생 개인에게 지급되는 국가장학금을 대학에 직접 지원하고,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정부가 일반지원사업을 부활하기로 한 만큼 학생 수와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을 고려해 대학별 지원액을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반값등록금도 시행하고, 국고가 증액된 만큼 사립대가 운영비로 자율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고등교육재정 규모를 늘리고 지원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사립대학 입학금 문제, 더 나아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사립대학 재정 감소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고등교육예산이 전년도 보다 1,610억 원 증액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국회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통해 고등교육재정의 획기적 증액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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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부, 민원 질의․회신 사례집, 2010, 214~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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