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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7.04.03 조회수 :802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나라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학이나 교수들이 유독 많이 등장해 더욱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학 사회에 남긴 교훈과 과제를 정리해 네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1. 또다시 폴리페서 2. 이화여대 입시 비리의 교훈 3. 국립대 자율성 파괴한 정부의 총장선출 개입 4.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문제점 |
박근혜정부 임기 동안 국립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해 사상 초유의 총장 공석 사태가 이어졌다. 공주대는 선거를 통해 총장 후보자 2명을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교육부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임명하지 않아 2014년 3월 이후 아직까지 총장 공석 상태다. 한국방송통신대(2014년 10월 이후)와 전주교대(2015년 3월 이후), 광주교대(2016년 10월 이후)도 같은 이유로 총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전남대도 2016년 11월 총장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2017년 1월 13일 뒤늦게 총장이 임용되었다.
공주대 37개월, 한국방송대 31개월, 전주교대 26개월째 공석
이례적으로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에서 ‘총장추천위원회’ 또는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2인 이상의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이 인사위원회 자문을 거쳐 대통령에게 임용을 제청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동안에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학에서 추천한 1순위 후보자가 임명되었는데, 박근혜정부에서는 경북대, 충남대, 경상대, 순천대, 한국해양대, 공주교대, 서울대 등에서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되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이 2016년 6월 20일 27개 국공립대 지부 대표자들과 함께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대학 총장 후보자에 관한 교육부의 임명제청 거부를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해결을 촉구했다.(이미지=대학노조 누리집)
이 외에 한국체육대는 2013년부터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해 교육부가 4차례나 임명을 거절 해 23개월간 총장 공석 상태였는데,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친박 김성조 전 의원을 추천하자 임명되었다. 부산대는 정부 정책과 달리 직선제로 선출 한 후보자를 추천했음에도 1순위 후보자가 임명되었는데, 여기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위순 후보자 무더기 임명
이처럼 전체 국립대 41곳(4년제 29교, 전문대 1교, 교육대 10교, 방송통신대 1교) 중에서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정부 개입으로 논란이 제기되어 언론에 보도된 경우만 14곳이다. 국립대 3곳 중 1곳은 정부 주도로 국립대 총장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뜻이다.
대학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교육부는 ‘민감한 개인정보’ 운운하며 총장 임용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임명이 거부된 1순위 후보들은 ‘비위(非違)가 있거나 범법 행위 경력이 있다’는 풍문에 심적 고통을 겪기도 했고, 대학에서는 권력 눈치를 봐가며 총장 후보자를 다시 선출하는 행정 낭비를 반복해야 했다.
학령인구감소와 지방대학 위기가 심각해 정부와 국립대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했던 시기에 정부의 직‧간접적인 간섭과 통제로 국립대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정권의 코드 맞추기와 정권 핵심인사 개입 의혹
지속된 논란에도 교육부와 청와대가 태도를 바꾸지 않았던 것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사건 전반에서 보여지듯이 국립대 총장 임용 또한 ‘정권의 코드 맞추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총장 임용제청이 4번이나 거부됐던 한국체육대에 친박 의원을 추천하자 곧바로 임용된 사례뿐만 아니라, 임용이 거절 된 경북대 총장 1순위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 인사위원회 내용에 “학교 발전보다 사회 문제 관여에 적극적인 성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비선 실세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수차례 제기되었다.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된 경북대, 공주교대, 충남대, 경상대, 서울대 등 총장 선출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개입했다는 언론의 의혹 보도들이 그것이다.
앞서 이명박정부가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에 불리하게 재정지원사업을 설계해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이에 더해 박근혜정부는 간선제로 선출 된 후보자마저도 ‘정권 코드’와 맞는지 여부와 ‘비선’ 실세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임명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법령 개정으로 국립대 총장직선제 무력화 추진
한편 박근혜정부는 2015년 8월 부산대 고(故) 고현철 교수가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를 요구하며 목숨을 던진 것을 계기로 총장직선제 부활이 제기되자, 법령을 개정해 총장임용후보자를 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단일화하려고 했다. 물론 법령 개정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 했듯이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 또한 정부 의도대로 국정화하려 했던 것이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헌법 조항이 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했듯이 대학 총장직선제도 같은 시기에 도입되었다. 비록 국립대 총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하더라도 정부는 헌법 정신을 지켜 대학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대학이 추천한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는 등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이는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립대 총장선출 자율성 보장해야
국립대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든 간선제로 하든, 선출된 총장 후보자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든 아니든, 그것은 대학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무력화시킨다거나 총장 임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간섭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이 자율적‧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립대에 필요한 것은 위기에 처한 지방 국립대들이 과거 명성을 되찾고, 지역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립대 설립‧운영의 ‘책임자’인 정부가 재정적, 행정적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