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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7.03.10 조회수 :951
3월 9일, 교육부는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주기 대학 구조개혁의 주요 특징은 △ 1단계 평가를 통해 정원감축을 권고하지 않는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하고, 나머지 대학에 대해 2단계 평가를 실시해 단계별 정원감축 및 퇴출을 유도하고 △ 혁신의 체질화, 특성화, 육성 및 자생력 확보 등 대학의 질적 성장을 강조했으며 △ ‘대학 통폐합 활성화’를 내세운 점 등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당시 소위 ‘부실대학 퇴출’ 중심의 이명박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이 지방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도까지 16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주기 구조개혁에서 ‘자율개선대학’을 정원감축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결국 이명박정부의 대학구조조정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정원감축, 전체 대학 대상에서 하위 50% 대학 대상으로 변경
평가를 통한 정원감축이라는 1주기 기조를 이어받은 2주기 대학구조개혁은 지방대를 위축시킬 것이다. 물론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주기 대학구조개혁 개선방안 연구’ 발표 이후 쏟아진 ‘지방대 죽이기’ 비판을 의식한 듯 ‘자율개선대학’ 선정 시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3월 9일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이미지=교육부 보도자료 갈무리)
이러한 조치가 지방대의 불리함을 다소 보완할 수 있겠으나 2단계에서 통합평가하면 결국 ‘위기대학, 한계대학’에는 지방대학이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 대학에 가해지는 구조조정의 강도는 매우 클 것이다. 2023학년도까지 총 16만 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겠다는 현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10만 명을 더 감축해야 한다.
이는 2016년 전체 대학 및 전문대학 입학정원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다. 2주기 감축 규모(5만명)만 놓고 보더라도 전체 입학정원의 약 10%에 달하는데, 이를 하위 50% 대학에서 모두 감축한다면 해당 대학의 정원감축 강도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평가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선점하기 어려운 지방 중소규모 대학은 위기를 넘어 소멸함으로써 지방도시의 대학기반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대학의 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먼 구조개혁
정원감축 목표 달성에 집중했던 1주기와 달리 2주기 대학 구조개혁은 대학의 체질개선, 특성화, 육성 및 자생력 확보 등 대학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의 면면을 살펴보면 질적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정원감축을 하지 않는 ‘자율개선대학’의 특성화 유도가 대표적이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자율개선대학’은 대학자율역량강화, LINC+, BK, CK, SCK 등의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연구중심대학(글로벌 경쟁대학), 교육중심대학(중견/강소대학, 고등직업교육 중심대학) 등으로의 특성화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백화점식 종합대학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지 않고 과연 특성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학부정원 감축 대책 없는 연구중심대학(글로벌 경쟁대학) 육성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입학자 감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족한 정원을 성인학습자로 채우거나, 해외캠퍼스를 유치하라고 독려하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대학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교육활동을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삼을 것을 권장하는 방안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체질개선, 질적 성장을 내세웠지만 이와 직결된 ‘재정・회계, 법인책무성’에 대한 평가지표를 전체 대학이 아닌 ‘위기대학, 한계대학’만 대상으로 한 2단계 평가지표에 포함한 것도 문제다.
10여 년 전 캠퍼스 특성화에 실패한 국립대 통폐합 다시 유도
한편, 이번 2주기 구조개혁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학 통・폐합 활성화’다. 교육부는 「대학 설립・운영규정」과 「국립대학 통・폐합 기준」을 개정해 감축 기준을 완화하고 이 기준을 충족한 통・폐합 대학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최근 국・사립을 막론하고 형성되고 있는 ‘연합대학 붐’은 이러한 정책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사립대의 경우 동일법인 내의 대학통합을 제외하고는 ‘연합대학’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학운영자간의 이해관계가 조율되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2주기 구조개혁에 따른 ‘대학 통・폐합’은 사실상 국립대를 겨냥한다고 볼 수 있다.
국립대학 통폐합이 진척된다면 이는 10여 년 전 이뤄진 국립대 통폐합의 2차 통합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전남대와 여수대, 부산대와 밀양대 등 18개 국립대가 9개로 통폐합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유사·중복학과 통·폐합을 통한 캠퍼스 특성화’를 내세운 국립대 통·폐합은 캠퍼스 특성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대규모 대학에 소규모 대학이 흡수·편입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일단 통합해 정원을 줄이고 보자’식의 ‘대학 통・폐합 활성화’는 이 같은 문제를 재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끝으로 재정지원과 연계해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도 1주기와 마찬가지로 대학현장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화여대 재정지원 특혜로 인해 교육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재정지원사업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와 이를 통한 정원감축 중단해야
2주기 구조개혁계획을 제시하면서 교육부는 대학의 체질개선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정원감축 목표달성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산업구조 변화 등 대학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정원감축과 함께 우리 대학의 질적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으로 차기 대선을 둘러싼 후보경쟁이 본격화된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벌써부터 각종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교육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와 이를 통한 정원감축은 대학간, 지역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평가라는 수단으로 대학을 옥죄어 오히려 자율적인 발전역량을 가로막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