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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02.17 조회수 :453
대통령 취임식이 몇 일 앞으로 다가왔다.
노무현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는 지난 두달여 동안 각종 개혁안을 쏟아내며,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국민들 앞에 선보였다. 하지만 그 동안 진행된 개혁 논의에서 대학 개혁, 특히 사립대학 개혁과 관련한 논의가 없었던 점은 심히 유감이다. 물론 교육인적자원부가 인수위에 보고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현정부에서 실패한 대학교육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사학개혁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이 조화되는 방향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구시대적 레파토리를 반복하는데 그쳤다. 그것도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장 제시가 아니라 국회에 계류된 의원 입법안을 빌어서 말이다. 사립대학 개혁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없다는 속마음의 반영이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지 않고서는 사립대학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 충북 음성의 극동정보대학 설립자 류 아무개씨가 학교비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함께 공모한 그의 아들은 불구속 입건되었다. 부산 고신대는 총장의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고 27억원의 외부자금을 교육부 허가 없이 차입했으며, 법인과 관련 없는 병원에 12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다가 교육인적자원부 특별감사에서 적발되었다. 서강대도 교수협의회가 서강대의 설립 단체인 예수회와 재단에 대해 교비유용, 회계비리, 인사 전횡, 동문기부금 전용 등 총체적인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재단이 이에 반박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 들어 덕성여대, 단국대, 서일대, 경인여대, 서원대, 한국외대 등이 학교운영자들의 부정·비리로 관선이사가 파견되었으며, 한동대와 대구미래대는 총·학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또한 광주예술대는 이 과정에서 폐교되기도 했다. 이밖에 세종대, 인하대, 안산공대 등에서는 학교운영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이 재임용 탈락되어 지금까지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들 대학 운영자들은 당초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결같이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사학 개혁이 언급될 때면 “부정·비리는 일부에 국한된 문제고 대다수 대학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상당수 사학 운영자들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다. 법으로 규정된 초보적 수준의 예·결산 공개마저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기부금 입학을 도입하겠다는 연·고대를 비롯해 전체 대학의 절반 가량이 지난 25년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종합감사를 단 한차례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사립대학이 이렇게 된 데는 역대정권과 정치권 그리고 관료사회의 책임이 매우 크다. 군사정권은 취약간 권력기반을 보강하는 수단으로 사학을 악용했으며, 김영삼·김대중정부는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사학 개혁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은 사학 운영자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제공해 주었으며, 관료들은 정권의 눈치와 자신의 이익, 사학운영자의 눈치를 보며 법적으로 보장된 지도·감독 의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학의 84%와 전문대학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을 이 상태로 두고 대학 경쟁력을 논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코미디다. 노무현정부가 범정부적 차원에서 사학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법 개정 여부의 현실성을 들어 사학 개혁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말도 안돼는 궤변이다. 이런 논리라면 집권 초반부의 개혁 작업은 모두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 개혁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무현정부가 만약 사립대학 문제를 가볍게 보고 원칙 없던 역대 정부의 사학 정책을 되풀이 할 경우, 교육개혁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사학에 대한 전면 수술은 교육개혁의 출발이어야 한다. 역대 정부가 보여준 교훈이다.
2003년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