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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02.04 조회수 :429
대학가 등록금 투쟁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올 것 같다.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대학 당국의 행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립대학은 공공요금과 시간강사 부족분을 등록금 인상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이 예산은 기성회계 예산 증액분의 상당액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정부가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부족분을 보존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에 기성회비 인상을 통해 편성했던 공공요금과 시간강사 부족분 예산이 올해로 전액 이월되어야 한다.
그러면 올해 이들 명목으로 기성회비를 별도로 인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들 명목의 예산이 이월되지 않은 대학은 예산을 전용해 다른 곳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바보로 보고 있는 셈이다.
사립대학은 대다수가 물가 및 인건비 인상, 교원 신규 채용, 장학금 증액, 실험실습기자재 구입, 건물 신축 등을 등록금 인상 명분으로 삼는다. 장학금 증액과 건물 신축만 빼면 표면적으로 특별히 문제 될 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찌된 일이지 해가 바뀌어도 교육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1년 결산이 끝나고 나면 이월·적립금이 얼마 남았다는 얘기가 들릴뿐이다.
일부 대학의 일이기는 하지만 장학금 증액한다고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병 주고 약 주는’ 개그에 가깝다. 상당수 대학에서 건물 신축 때문에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수백 억 원에 이르는 건물을 학생등록금으로 지어 놓고, 등기를 학교법인 명의로 한다는 것은 낯뜨거운 일 아닌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는, 많은 대학에서는 등록금 추가 소요액만 제시할 뿐 세입 될 예산은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예산이 얼마나 남아 올해로 이월될 예산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은 얼마나 증액될 것인지, 법인전입금은 얼마나 확충할 것인지 밝혀야 함에도 말이다. 대학들이 얼마나 부도덕하게 등록금을 인상하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서도 자료를 구성원들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은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4조 제3항에 ‘추정결산 등의 합리적 자료를 기초로 예산을 편성’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도 해마다 예산편성지침을 내려보내 ‘학내 구성원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대학구성원 누구에게나 예·결산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립대학들은 ‘가결산이 없다’느니, ‘자료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느니 하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학이 구멍가게보다 못하게 재정을 운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등록금 인상이 그만큼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 부산에서는 대학생 자식들의 등록금을 걱정하던 한 아버지가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이틀 후 제주도 한 호텔에 모인 전국대학 부총장들은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대학측과 학생간의 갈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입학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부금 입학을 도입하면 더 이상 대학 등록금이 오르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너무나 반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그래서 더욱 참담한 대한민국 2003년 오늘의 두 모습이다.
2003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