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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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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위해 정부 나서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10.14 조회수 :516

지난 95년부터 도입된 장애인 대입 특별전형이 정부와 학교당국의 무관심으로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학생들은 경제적 부담과 교육여건 미비 등으로 인해 교육권을 오히려 침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은 대부분의 제도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번 모 대학의 학생이 “장애학생을 배려하지 않아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자 큼지막하게 지면을 할애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이다. 이는 우리 언론이 장애학생의 교육권 문제를 어떠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장애인 특별전형 제도를 도입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25.5%인 46개 대학에 그쳤다. 이 가운데 38개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의 유형을 보면, 지체부자유자가 63.2%로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정신지체자나 언어장애자는 1.8%와 0.3%에 머물렀다. 특히 국립대학의 경우 지체부자유자가 79.2%에 이르고 있으나, 정신지체자는 아예 한 명도 없고, 청각장애자는 5.8%에 머물렀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각 대학들이 다른 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학에서 투자해야할 부담정도가 적은 유형의 장애인을 골라 입학시키기 때문이었다. 신입생 모집 요강에 아예 입학 자격을 제한한 대학도 있었다.

 

보다 심각한 것은 대학이 장애 학생을 선발만 해 놓고 투자를 소홀히 해 자퇴 및 휴학 등으로 인한 중도 탈락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자퇴율이 2000년 10.2%, 2001년 10.4%로 계속 높아지고, 2002년에도 상반기에만 6.6%에 이르렀다. 최근 4년간 평균 휴학율도 30.2%나 되었다. 조사 가능한 자퇴생 150명의 44.0%가 2학기 안에 학교를 그만 두었으며, 1학기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자퇴 및 휴학한 학생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유를 밝힌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3%가 경제적 이유 등에 따른 가사문제로, 22.9%가 질병을 이유로 자퇴 및 휴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학생을 둔 부모나 가족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수치이다.

 

이들 대학의 교육환경은 예상했던대로 매우 열악했다. 10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모든 항목에 해당하는 대학은 대구대 한 곳 뿐이었다. 위원회 및 전담기구를 두고 있는 대학은 38개 대학 가운데 23.7%인 9곳이고, 전담 교·직원, 조교를 고용하고 있는 대학 역시 26.3%인 10곳에 불과했다. 도우미 제도가 있는 곳도 38개 대학의 31.6%인 12곳에 머물렀다. 또한 장애학생을 위한 별도 예산 편성을 하거나 장학제도가 있는 대학이나 장애관련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은 13곳으로 34.2%였으며, 별도의 학교규정이나 수화통역사 및 점역자를 고용하고 있는 대학은 2곳으로 5.3%였다. 이 밖에 학교차원에서 차량, 휠체어 등을 제공하는 대학은 26.3%인 10곳, 별도의 휴게실을 보유한 대학은 15.8%인 6곳에 불과했다.

 

장애인 특별전형을 도입한 대학은 장애 학생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최대한 투자해야 한다. 준비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을 도입할 경우, 학생들은 말 그대로 지옥에서 생활해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신대와 상명대, 용인대는 각각 95년~97년에 장애인 특별전형을 각각 도입해 놓고 지금까지 관련 예산을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 외에도 대학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장애인 관련 예산이 매우 낮아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교육받을 권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가운데 하나이다. 장애학생을 위한 대학의 투자를 시혜적 차원이나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헌법 제11조 역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상적으로 보면,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의 책임은 특별전형을 도입한 대학에 있다고 하겠지만 본질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학의 재정에 한계가 있는 이상,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절하고 고른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교육방법 및 여건을 개선하여 그들의 생활안정과 사회참여에 기여해야할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2003년 교육예산에 이와 관련한 예산이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2002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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