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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들,‘네 멋대로 해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07.08 조회수 :404

지난 7월 2일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대표들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면담하고, 제시한 A4용지 18매 분량(4개 분야 21개 항목)의 건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대학과 관련한 부분 역시 그렇다.

 

이들은“모든 대학교육 관련 법령을 개정 내지 폐지하고, 학교법인 정관과 학칙에 규정하되, 장기적으로 사학에 대한 정부의 법규적·행정적 규제를 모두 없애라”고 요구했다. 또한“대학설립을 자유화하고, 학생 선발권을 자유화”하며, “대학간 자유경쟁과 학생들의 대학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여, 대학교육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들자”고 했다. “학생등록금 책정을 합리화하고, 기여입학제 도입을 허용”하자는 내용과“사학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 이들은“사학운영의 최대 걸림돌은 이사진보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인한 자율성 결여”에 있고,“사학 운영의 투명성 제고는 규제와 처벌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학교 법인 이사 선임과 관련한 제한 내용의 개선”, “공익이사제 도입 반대”,“학교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임시이사 파견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법적 분쟁의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교육관련 법이 아닌 민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는 인사들의 주장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이는 대학이 갖는 공공재적 성격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후안무치한 모습 그 자체다.

 

먼저, 이들은 대학을 완전히 사유화하겠다면서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사유 재산을 운영하는데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 것은 그들이 즐겨 쓰는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 물론 이들은 건의에서 “대학 교육을 통한 고급인력 개발은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의 재정 지원 당위성을 강변하고 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대학 교육이 사유화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 만큼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학법인 연합회는 “사학운영의 최대 걸림돌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인한 자율성 결여에 있다”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사학법인 연합회는 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게다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애초에 학교를 제대로 운영했으면 그들이 주장하듯이 지금처럼 ‘사학을 통제하는 사립학교법`이 생겼을 리도 없다. 사립대학 운영자들이 스스로 통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사학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사립대학 운영자들은 부정·비리가 일부 대학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학 전체를 통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국민이 범죄를 저질러서 ‘형사법’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일말의 부정 소지가 있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옳은 일이다.

 

더욱이 사학 운영자들의 일부 대학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교육부가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았고, 검·경 역시 사학 부정·비리에 무관심해서 그렇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부정·비리가 없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드물다. 단적으로 2000년 현재, 113개 사립대학 중 설립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를 한번도 받지 않은 대학이 59곳이나 되었다. 때문에 사학법인 연합회의 밑도 끝도 없는 자율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게다가 교육기관의 실질적 수장이라는 사람들이 “사학운영의 최대 걸림돌은 이사진보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인한 자율성 결여에 있다"라거나 “사학 운영의 투명성 제고는 규제와 처벌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며, 법과 질서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이사 선임과 관련한 각종 제한을 개선하고, 영리기업체도 도입하고 있는 공익이사제를 반대하는 것이라니 기본적인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전국 협의체인 조직에서 대다수 지방대학의 몰락을 불러올 것이 뻔한 대학간 자유경쟁을 요구하는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혹시, 자유경쟁에서 탈락해 문을 닫을 사학법인은‘사학청산법’을 통해 학교 재산을 모두 회수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모 방송국 드라마 제목처럼, 사학들‘네 멋대로 해라’

 

2002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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