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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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되살아나는 망령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2.03.18 조회수 :214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고액의 등록금을 내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시되고 있다. 다만, 해마다 대폭 인상되는 것에만 문제를 삼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인식의 근저에는 국가가 교육재정을 부담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학교 법인 역시 전입금을 내야 하나 법인이 영세하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고가 깔려있다.학생들에게 묻는다. 치열한 `국가 경쟁 시대`를 도처에서 강조한다.

 

우리나라 대학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어떻게 하면 대학에 `경쟁력`이 생기는가. 문제는 `돈`이다. 돈이 있어야 대학경쟁력이 생긴다. 하지만 국가나 학교법인은 돈이 없단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학생 등록금을 지금보다 5~6배, 아니 10~20배 인상시키면 된다.

 

사립대학에 묻는다. 지난 10여년간 사립대학 등록금은 3~4배 인상되었다. 그런데도 교육여건은 10여년전보다 1~2배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인가. 사립대학들은 왜 1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죽을 소리만 하는가. 사립대학은 말할 것이다. `미국의 사립대학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3~4배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닌다`고. 하지만 이들은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미국 대학생의 70%이상이 등록금이 싼 공립인 주립대학에 다닌다`는 것을.

 

사립대학에 다시 묻겠다. 수조원에 달하는 이월·적립금은 무엇인가. `학교 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계속 묻겠다. 지금 학생들의 희생의 대가는 누가 보상받는가. 그러면 후배들은 희생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가. 그들의 등록금은 인상하지 않을 것인가. 그때 가면 수조원의 이월·적립금을 남기지 않을 것인가. 지금 기업체에서 재학생들 교육 수준이 낮다고 채용조차 꺼려한다는 불평에 대해 뭐라 답변할 것인가.

 

정부에 묻겠다. 대학예산의 수십배에 달하는 전투기를 구입할 예산은 있어도 교육재정 매워줄 예산은 없는가. 교육은 교육받고 싶은 사람이 받는 것이기에 돈 없으면서 억지로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 할 것인가. 교육은 학생 개인의 취업과 출세를 위한 수단이지 국가가 관여할 일이 아닌가. 그래서 대학에 필요한 예산은 교육받은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 역시`수익자 부담 논리`인가.

 

그렇다면 묻겠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 혁신과 국가발전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렇다면 정부가 대학에 해 줄 일이 무엇이라 보는가. 지금 충분히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다시 묻겠다. 일개 은행을 살리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대학 교육을 살리는 게 중요한가. 모 은행에 십수조원을 들여 외국에 팔아 넘길 예산은 있고, 백년대계에 투자할 예산은 없는가. 더 나아가 보자. 세칭 국내 최고 명문대 신입생 부모의 절반이 전문직·관리직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이러한 추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앞으로 돈 없으면 대학도 가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제는 `인식`이다.

 

정부나 사학법인이나, 등록금을 내는 학부모나 학생이나 모두가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학부모 호주머니 털어서는 우리가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선진국 대학을 따라갈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닌가. 더욱이 선진국 대학의 경쟁력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에서 대학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붇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선진국 사립대학은 우리나라처럼 학생등록금을 쪼개 천문학적 이월·적립금을 남기지도 않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해마다 되살아오는 망령을 보면서.

2002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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