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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4.24 조회수 :653
본격적인 정원감축을 앞두고 대학마다 학과 통폐합에 따른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대학구성원들은 충분한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는 학교당국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모집과 취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초학문 또는 인문학 분야의 학과들이 주로 통폐합의 대상인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학과 통폐합은 대학의 특성과 발전전략, 대학구성원과의 합의 등과는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정책에 있습니다. 지난 1월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2023년까지 입학정원 16만명을 감축해야한다는 구조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대학특성화사업 선정시 정원을 감축한 대학에 가산점을 주겠다며 사업신청서를 4월말까지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교육부는 ‘2015학년도 대학 및 산업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안)(이하 ‘정원조정계획안’)’에서 학과 통폐합을 할 경우 대학구성원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법령 및 학칙에 따른 사전공고, 심의 및 공포 등의 절차를 준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4월말까지 사업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권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대학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결국 정원 줄이기에 급급한 정부가 대학의 안정적인 발전계획수립을 저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는 정원만 줄인다면 교육의 질은 상관없다는 식의 발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정원조정계획안’에서 대학구조개혁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학과 통폐합 등 입학정원을 조정할 경우 계열별 교원확보율을 전년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한「대학설립운영규정」의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통폐합 과정에서 계열별 교원확보율이 전년도 수준에 미달하더라도 이를 통해 평가나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학의 교원확보 현황을 보면 무슨 기준을 더 풀어주겠다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의학계열을 제외하고는 법령기준대로 교원을 확보하지 않고 있는 대학이 80% 안팎에 달합니다. 구체적으로 교원을 법정기준대로 확보하지 않은 대학 비율이 예체능계열은 88.1%, 공학계열은 82.9%, 자연계열은 82.3%, 인문사회계열은 76.5%에 달합니다.
<표>2013년 계열별 전임교원 확보율(재학생 기준) 대학분포 | ||||||
(단위: 대학수, %) | ||||||
구분 |
100% 이상 |
70%이상~ 100%미만 |
50%이상~ 70%미만 |
50%미만 |
합계 | |
인문사회계열 |
대학수 |
43 |
80 |
57 |
3 |
183 |
비율 |
23.5 |
43.7 |
31.1 |
1.6 |
100.0 | |
자연계열 |
대학수 |
26 |
46 |
54 |
21 |
147 |
비율 |
17.7 |
31.3 |
36.7 |
14.3 |
100.0 | |
공학계열 |
대학수 |
24 |
25 |
80 |
11 |
140 |
비율 |
17.1 |
17.9 |
57.1 |
7.9 |
100.0 | |
의학계열 |
대학수 |
37 |
3 |
4 |
3 |
47 |
비율 |
78.7 |
6.4 |
8.5 |
6.4 |
100.0 | |
예체능계열 |
대학수 |
18 |
25 |
71 |
37 |
151 |
비율 |
11.9 |
16.6 |
47.0 |
24.5 |
100.0 | |
주) 각 계열을 보유한 일반 4년제 대학(본교) 대상 |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년도 확보율 수준을 유지해야한다는 최소한의 규정마저 완화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입니다.
우리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입학정원을 줄여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과 통폐합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원감축 못지않게 우리 대학의 질을 높이는 문제 또한 중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우리 대학의 미래를 신중하게 설계해야할 교육부가 정원감축 목표달성에 매몰되어 또 다른 위기의 싹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