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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개혁 전면 재고돼야-수도권대학에 미칠 영향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3.17 조회수 :571

지난 1월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대학을 5개 등급으로 평가해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16만 명의 대입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의 구조개혁 계획이 발표되자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의 비판이 거세다. 무엇보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약 11만 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했다. 그런데 감축한 정원의 83%가 지방대학에서 감축됐을 만큼 편중이 심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비중은 오히려 33.6%에서 37.0%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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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14년 1월 28일 "모든 대학을 평가해 평가등급에 따라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교육부, '대학 교육의 질 제고 및 학령인구 급감 대비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 갈무리)

 

교육부의 구조개혁 방안이 추진되면 지방대학은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는 기존의 평가는 지방대학에 불리한 지표위주였으나, 이번 평가는 기존의 정량지표 외에 정성평가 등을 포함해 지방대학이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정성지표로 예를 든 대학발전계획, 학사운영, 사회공헌 등은 객관성 측면에서 논란이 일 소지가 크다. 지방대학이 정성지표를 통해 수도권 대학과 충원율, 취업률 등의 정량지표 차이를 뛰어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원 감축 및 퇴출은 또다시 지방대학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대학 평가를 통한 지방대학의 정원감축과 퇴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한다. 최근 들어 부정·비리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지방대학들이 많은 것도 이런 여론을 키우고 있다. 또한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가 극심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양적 팽창 진원지는 수도권 대학이다. 2002년 이후 지방대학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수도권 대학의 학생 수는 2002년 대비 2012년 8만 7천명이 늘었다. 더욱이 수도권 대학들의 교육여건이 월등히 뛰어나다고도 볼 수 없다. 교원, 교지·교사, 도서관 좌석 수 등 교육여건 관련 법정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수도권대학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무턱대고 지방대학 정원부터 감축하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육부는 대학을 5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정원 감축과 퇴출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요 대학이 상위 단계에 포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이들 대학은 교육부의 구조조정으로 대학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까?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대학 특성화 사업’을 보면, 사업단 선정을 위한 평가지표 중 점수가 가장 높은 지표는 여전히 충원율과 취업률이다. 취업률이 낮거나 학생 충원이 어려운 소위 ‘비인기 학과’나 ‘기초학문’은 통·폐합 또는 폐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대학의 일부 전공·학문으로 꾸려진 사업단만을 집중 지원하고 있어 나머지 대다수는 지원에서 제외되거나 소외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교육부 구조조정은 수도권·지방대학 가릴 것 없이 학문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개별 대학의 독자적 경쟁력보다는 대학 서열과 그에 따른 규모 팽창을 통해 성장해 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평가할 때 비교되는 선진국 대학들 중에 우리나라만큼 학부생 규모가 큰 대학은 거의 없다. 대학들이 교육 및 연구활동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킨 것이 아니라 학벌주의와 대학서열에 기대어 특성 없는 종합화를 추진하고 학생 수를 늘려 등록금에 의존하면서 유지해 온 결과다. 현 상태를 유지한 상황에서 설사 수도권 주요 대학이 교육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는다 해도 그것이 곧 대학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편, 교육부 구조조정과 관련한 또 다른 우려는 대학 내 민주주의와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평가에 따른 경쟁논리 때문에 구성원의 건전한 비판이나 논쟁이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대학 구성원의 자치활동이나 대학 언론 활동 역시 크게 제약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는 최근 들어 다양한 사례로 확인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는 곧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 전반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기형적 사립대학 체제를 국가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체제로 변화시키고, 교육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지방대학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규모 대학들도 규모를 줄여 작지만 강한 대학들이 전국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체계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과 개편 등에 대한 종합적인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은 경희대 '대학주보'에 기고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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