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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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구조조정 정책 될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2.07 조회수 :618

교육부는 2월 5일 ‘2014년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CK - Ⅰ)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지방대학이 학과(학부) 단위로 특성화 사업단을 구성해 사업을 신청하면, 정부가 평가를 통해 70여 대학을 선정해 2018년까지 매년 약 2천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방대 육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지방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구체적인 재정지원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성공 못한 NURI 사업과 판박이

 

그런데 특이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 노무현정부가 추진했던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이하 NURI 사업)과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NURI 사업은 ‘특성화를 통한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학과(학부) 단위 사업단을 평가해 재정을 지원했다.

 

당시 정부는 NURI 사업을 통해 대학 서열화 현상이 완화되고, 우수학생 지방대학 진학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2004~2008년 5년에 걸쳐 약 1조 4천 억 원이 지원된 NURI 사업은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방대학의 위기 역시 극복하지 못했다. 또한 지역 거점 대학과 이공계 분야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지방대학간, 학문간 불균형도 심화되었다.

 

[참조: <대교연 논평> - 지방대학 목 죄는 누리 사업(2004/06/28)]

 

당시 정부 과학기술정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007년 8월 21일 NURI 사업에 대해 5단계 평가 등급(매우우수, 우수, 정상, 미흡, 매우 미흡) 중 미흡 평가를 내리기까지 했다.

 

[참조: <대교연 논평> 교육부 평가 `A`, 정부기관 평가 `낙제` 받은 누리사업(2007/09/11)]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발표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은 추진 목적, 사업단 구성, 사업에 대한 기대 등 큰 틀에서 NURI 사업의 판박이다.(<표>참조) 물론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정책을 차용하거나 새롭게 접근해 다시 시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당시 어떤 평가를 받았느냐에 따라 내용과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고민의 흔적 없이 지방 ‘명품대학’, ‘명품학과’ 운운하면서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재정지원 규모는 오히려 30% 가량 줄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정책에 혼란스러워 할 지방대학들의 고충을 고려한 흔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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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육성 아닌, 구조조정 정책

 

게다가 이번 정책은 지방대학 육성이 아닌 구조조정 정책으로 평가된다. 정원을 감축 할 경우 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대부분의 정부 재정지원 사업 선정 시 간발의 점수 차로 당락이 결정돼, 사업에 선정되려면 정원을 감축해서라도 가산점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여건 평가지표’ 배점 50점 중에서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특성화분야 전임교원 확보율, 특성화분야 재학생 충원율 배점이 18점으로 이들 지표는 학생 수를 줄여서 지표값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직접적인 가산점 외에도 평가지표의 상당 부분이 정원 감축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물론 함께 발표한 수도권대학특성화 사업도 동일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 수도권대학들은 입학정원 감축으로 인한 등록금수입 감소분과 특성화사업 지원 규모를 저울질 할 여력이 있다.

 

또한 2013년 수도권 사립대 재학생충원율(111.7%)은 지방대학(97.2%)과 비교해 15% 가량 높기 때문에 정원 감축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 해 사업에 지원할 가능성도 높다. 수도권대학에서는 지방대학만큼 입학정원 감축이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이렇게 되면 2017년까지 4년제 대학 정원 감축 목표인 2만 5천명은 대부분 지방대학에서 이뤄져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되고, 지방대학은 정원 감축으로 인해 등록금수입 마저 감소해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학과간, 학문간 불균형 더욱 심각해질 것

 

한편, 앞서 설명했듯이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은 학과, 학부 단위로 사업단을 꾸려 신청하기 때문에 사업단 중심으로 예산을 집행한다. 물론 지원 예산의 30%는 전체 대학 교육역량을 위해 사용하도록 했지만, 사업단에 참여하는 학과와 그 외 학과간 지원 격차는 매우 클 수밖에 없어 학과간, 학문간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정책에서는 학과통폐합 등 대학 내 구조조정 계획을 평가지표에 포함했기 때문에 사업단에 포함되지 않는 학과들은 정부와 대학 지원에서 후순위로 밀리면서 대거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다. 충원율과 취업률을 중심으로 한 정부재정지원 사업으로 인해 기초학문 관련 학과들이 구조조정 일순위가 되었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지방대 육성 진정성 있나?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으로는 박근혜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지방대학 육성’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 육성방안(2013년 8월), 대학구조개혁방안(2014년 1월), 이번에 발표 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이 과거 실패한 정책을 포장만 달리했거나, 지방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에 재정지원을 구실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라는 것은 올바른 지방대 육성의 해법이 될 수 없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정원감축이 불가피하더라도 지금 같이 지방대학만 희생양 삼는 정책으로는 수많은 대학과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과 학문 불균형 등을 불러올 구조조정은 결국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의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방대 ‘육성’의 외피를 입은 채 지방대 ‘희생’만을 불러올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은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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