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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09.11 조회수 :643
교육부는 9월 7일, 지방 인재 육성을 목표로 2004년부터 추진 중인 ‘누리사업(NURIㆍ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3차년도 중간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누리사업 추진 결과, 교원 확보율은 63.8%(04년)에서 85.0%(07년)로, 학생 충원률은 96.3%(04년)에서 100.0%(07년)로, 학생 취업률은 58.9%(04년)에서 71.3%(07년)로 높아지는 등 참여 대학의 교육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이 사업으로 대학 특성화를 통한 우수 인재 양성 및 산학협력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분야별 우수 사례를 묶은 사례집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와 별개로 사업요건 미충족 및 평가점수가 낮은 3개 사업단 및 1개 사업팀의 사업단 선정을 취소하고, 63개 사업단은 사업비를 삭감하기로 했다. 전체 131개 사업단의 절반이 넘는 규모가 제재를 받은 것이다. 이는 평가 첫해인 05년에 7개 사업단이 선정 취소되고, 61개 사업단의 사업비가 삭감되었다가, 06년 평가에서 2개 사업단 취소, 34개 사업단 사업비 삭감에 이은 평가 결과라는 점에서 더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부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대책없는 교육부 정책으로 지난 3년간 사업이 취소되어 기존에 지원되었던 국고보조금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공중으로 사라져버린 규모가 자그마치 153억원(1차년도 72억원, 2차년도 15억원, 3차년도 36억원)에 이른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지원액을 삭감 당한 경험이 있는 대학이 사업 취소까지 당했다면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된다.
특히 누리사업은 교육부가 성과로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교원 확보율 증가를 보면, 1차 및 2차 시기 전체 신규 임용 교원 1,232명 가운데 68.2%인 840명이 겸임교원 또는 초빙교원이었다. 이들은 사업 종료와 동시에 계약이 만료되면 모두 학교를 그만 둬야 해 실질적인 교원 충원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교육부는 3차년 평가 결과 자료에서 신규 교원 증가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는 또 졸업생 취업률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규직에 취업했는지 단기 계약직에 취업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 계약직이나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보았을 때 이들의 취업 형태가 얼마나 안정적일지 의문이며, 오히려 상당수는 비정규 계약직에 취업했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누리사업 핵심 성과들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은 지난 4년간 1조원 국고를 쏟아 부을 필요가 있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만든다.
정부 과학기술정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07년 8월 21일 누리사업을 포함해, 지방연구중심 대학사업(BK21사업), 지역대학우수과학자 지원사업 등에 대해 5단계 평가 등급(매우우수, 우수, 정상, 미흡, 매우 미흡) 가운데 3개 사업 모두 미흡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2008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에서 누리 사업 36억원과 BK21 사업비 86억원이 삭감되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006년 평가에서 누리사업이 ‘지역발전에 필요한 현장적응력 있는 우수인력양성이라는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획ㆍ집행단계의 성과지표가 적절히 제시되어있지 못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다시 말해 1조원이 넘게 투자되는 거대 사업을 교육부가 명확한 목표 없이 지역 우수인재 양성이라는 추상적인 구호만을 내세워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자체평가에서 이들 사업 모두를 A등급 처리해 망신을 자초했다.
누리사업에 대한 교육부 자화자찬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로 수도권 대학과 격차가 줄어들고 지방대학 경쟁력이 강화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점은 교육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학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누리사업을 포함, 고등교육예산 1조원 증액 전망에 따라 대학 재정지원 사업 전반에 대한 평가와 재조정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새로 들어설 정권에 따라 누리사업은 없어질 수도 새로운 사업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엄청난 국민 세금을 쏟아 붇고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사업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 교육정책에 교육관련 단체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히 요구되어지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