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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10.24 조회수 :600
<국민저널>(http://www.kookminjournal.com/), <성신퍼블리카>(https://sspublica.tistory.com/),
<잠망경>(http://magazine.freecamp.kr), <고찌>(http://hqzzirasi.tistory.com) ……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에 생소한 이름의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자치(독립)언론’입니다. 이들 매체는 대학의 공식 기관이자 총장이 발행인이며, 대학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학보’와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자치언론’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취재와 편집을 스스로 하고 제작비까지 자체 충당합니다. 발행 배경과 시기 그리고 운영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서울대저널>(http://www.snujn.com/info)이나 <연세通>(http://yonseitong.tistory.com/) 등도 있습니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학생들의 목소리나 요구가 다양해진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 매체가 생겨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기존의 학보에 더해 대학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매체들의 새로운 등장이 단순히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거나 대학 내의 언로 활성화 측면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 입니다.
최근 상당수 대학 언론은 학교 당국과의 갈등으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민주당 배재정 의원이 발표한 ‘수도권 4년제 대학 학내 언론(학보, 영자지, 교지, 방송국)의 자유’ 현황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8%가 학내 언론의 부정적 사안 게재 항목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또 학교로부터 ‘기사검열’을 받은 경우도 34.4%나 됐고, 대학언론인 스스로 ‘자기검열’을 한 경험도 32.8%나 됐습니다. 이 조사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많고, 기성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는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했기에, 그 대상을 전국 대학으로 확대하면 ‘언론 자유를 제약 받는다’는 응답자 비율은 대폭 늘어날 것입니다.
실제 대학 언론 탄압 사례는 이명박정부 이래 부지기수로 많았습니다. 대학 총장이나 고위급 인사를 비판하거나 학내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발행을 중단시키거나 이미 발행한 매체를 수거하는 일도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과 통합 고지하던 신문·방송비 등을 분리 고지하라고 요구해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은 대학 언론의 수준을 갈수록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취업 공부에 바쁜 학생들의 관심 저하도 있겠지만, 학보의 경우 지원하는 신입기자가 줄고, 부족한 인력으로 지면을 채우려니 전반적으로 발간 주기나 지면 량, 기사의 질도 갈수록 저하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되는 학보 등은 학생들의 무관심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근래 등장한 상당수 ‘자치 언론’은 결국 대학 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제작 환경 등이 열악한 대학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창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 언론이 다루기 힘들거나 대학 당국이 꺼려할 내용도 정면으로 다루는 등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보냅니다. 그래서 이들은 대학 당국으로부터 지원은커녕 ‘학생지도위원회’에 불려 다니기도 하고, 상황이 어려워져 문을 닫은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자치 언론’이 발행인이나 편집국장, 기사를 쓴 기자 이름 등도 예명을 쓰거나 아예 명기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학 언론 환경이 이처럼 어렵게 된 데는 학생들의 인식 부족과 무관심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학 언론을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대학 당국의 반지성적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물론 대학 당국은 ‘대학 평가’나 ‘신입생 유치’, ‘국고보조금 확보’ 등을 위한 학내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할지 모르나 이건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대학 당국 논리대로라면 대학 언론은 소식지나 홍보 매체가 되어야겠지요. 그러나 대학 언론이 소식지나 홍보 매체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됩니다.
대학 언론은 대학 내의 정보를 유통시키고, 구성원간의 소통의 장을 만들며, 공동체 문화를 표현·전파하고, 대학 운영에 대한 감시와 비판 더 나아가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당국의 지원과 더불어 취재 및 편집에 대한 독립성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대학 언론의 활성화 여부는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언론의 중심이 원칙적으로 학보, 영자지, 교지, 방송국 등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른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 대변이라는 측면에서 ‘자치 언론’이 활성화된다면 기존의 대학 언론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풍부한 학내 여론 조성과 의사소통이 가능할테니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이유로 ‘자치 언론’이 등장하는 것은 대학 당국이나 학생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학의 언로가 그만큼 막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니까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자치 언론’이 대학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큽니다. 대학 당국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대학 언론에 대한 간섭과 탄압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지원과 독립성을 보장해서 지금처럼 ‘자치 언론’이 생길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아울러 현존하는 ‘자치 언론’에 대해서도 기존의 대학 언론과 별개의 학생자치활동으로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서로가 신바람 나는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