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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08.12 조회수 :946
교육부는 지난 7월 31일 ‘지방대학 육성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창조경제를 선도할 특성화된 지방대학 육성 △우수인재의 지역 유치․정주 기반 구축 △평생교육, 문화, 복지의 구심점으로서 지방대학의 위상 재정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5대 중점과제와 16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박근혜대통령은 대선 당시 ‘지방대학 육성’을 공약해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과거 정부의 지방대학 정책을 다시 포장해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방대학 육성은 박정희정권 때부터 언급되기는 했지만 원칙적 입장이 아닌 구체적 실행 계획이 마련된 것은 김대중정부 때부터다. 이후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도 육성방안을 내놓았으며, 박근혜정부까지 포함하면 모두 4차례 '지방대학 육성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에 교육부가 내놓은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과거 정부의 정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방대학이 왜 위기인지에 대한 진단부터 보자.
<표-1> 역대 정부 지방대학 위기 진단 비교 | |||
박근혜정부 | 김대중정부 | ||
지역과 함께 창의적 인재 양성과 창조경제 견인! 지방대학 육성 방안 시안(2013.8) | 지방대학 육성 대책(2000.12) | ||
1 | 수도권집중으로 지방인재가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고, 지역에서는 인재유출 | 1 | 수도권 집중화 현상 심화로 지방대학 공동화 위기 초래 |
2 | 학령인구 감소로 2025년 이후 입학정원의 30% 이상 미충원 추산 | 2 | 적령인구 감소, 정원확대, 경쟁력 약화로 정원 미달 사태 심화 |
3 | 지방대 위상 약화로 졸업생 취업의 질이 낮아지고, 우수학생 지방대학 기피 | 3 | 교육여건 열악/ 취업률 큰 차이 없으나 취업의 질은 매우 낮음 |
4 | 지역 및 사회 수요에 부응한 특성화 및 자구적 구조개혁 노력 부족 | 4 | 자구노력 부족 및 사회의 차별적 인식/지자체 및 산업체 지원과 관심 부족 |
이명박정부 | 노무현정부 | ||
“지역대학시대”를 연다! 지역대학 발전 방안(2012.6) |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을 통한 지방대학 발전 방안(2003.4) | ||
1 | 수도권 경제력 집중 등으로 우수 인재들의 지역대학 진학 기피 현상 심화 | 1 | 수도권-지방 격차 심화로 지방출신 우수학생의 수도권 유입 가속화 |
2 |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 추세에 따른 구조개혁․특성화 필요 | 2 | 90년대 중반이후 지방대학 난립으로 정원미달 사태 발생 |
3 | 지역대학 졸업생의 취업난 심화 속 취업미스매치 여전/서울소재 대학과 교육․연구여건 격차 미해소 | 3 | 지방 산업기반 취약 및 지방대생들의 경쟁력 약화로 취업난 극심/지방대 교육/연구여건이 수도권대학에 비해 열악 |
4 | 지역산업 수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이론 위주 교육과정 운영 | 4 | 지방의 혁신역량 부족 및 중앙의 조정기제 부재 |
<표-1>을 보면, 지방대학 위기 실태를 유형별로 1~4로 분류했을 때 김대중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거의 똑같이 진단하고 있다. 이는 지방대학이 십수 년 전부터 똑같은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정권이 바뀌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지방대 육성 방안으로 △지방대학 특성화 및 구조조정 △지방대학 재정지원 확대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산학협력 모델 정착 △지역인재 전형 도입 △지방대학생 지원 강화 △지역인재의채용우대(할당)강화 △대학의 창업교육 및 창업문화 활성화 △지역 평생교육기능 강화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 제정 △대학-산업체-지자체-중앙정부 협의체 구축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내용은 일부 세부적인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과거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들을 반복한 것이다. 특히 <표-2>를 보면, 김대중정부가 내놓았던 정책과 판박이다.
<표-2> 역대 정부 지방대학 육성 주요 정책 비교 | |||
박근혜정부 | 김대중정부 | ||
지역과 함께 창의적 인재양성과 창조경제 견인!지방대학 육성 방안 시안(2013.8) | 지방대학 육성 대책(2000.12) | ||
1 | 지방대학 특성화 및 구조조정 | 1 | 비교우위, 특성화 분야 중심의 자율 구조조정 유도 |
2 | 지방대학 재정지원 확대 | 2 | 지방대학 지원 비중 확대 |
3 |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산학협력 모델 정착 | 3 | 권역별 산․학․연 연계 체제 구축 |
4 | 지역인재 전형 도입 | 4 | △ |
5 | 지방대학생 지원 강화 | 5 | 국고확대, 학자금, 생활비지원, 우수교수유치 |
6 | 지역인재의채용우대(할당)강화 | 6 | 지방대학 학생 취업 기회 확대 |
7 | 대학의 창업교육 및 창업문화 활성화 | 7 | 대학의 기술개발 이전 및 창업지원 |
8 | 지역 평생교육기능 강화 | 8 | 지역 평생학습센타 중핵기관으로 육성 |
9 |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 제정 | 9 |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
10 | 대학-산업체-지자체-중앙정부협의체구축 | 10 | 범정부적 추진체제와 안정적 재원 마련 |
이명박정부 | 노무현정부 | ||
“지역대학시대”를 연다! 지역대학 발전 방안(2012.6) |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을 통한 지방대학 발전 방안(2003.4) | ||
1 | 지방대학 특성화 및 상시적 구조개혁 추진 체계화 | 1 | 지방대학의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 지원 |
2 |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지원확대 | 2 | 지방과지방대학에대한R&D투자확대 |
3 | 산학협력 친화적으로 대학체제 개선 | 3 | 산․학․연․관Network의중심축으로서의 지방대학 |
4 | × | 4 | 우수 연구인력의 지방정착 지원 |
5 | 지역대학 장학지원 강화 | 5 | 지방 인재육성 프로젝트의 추진 |
6 |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 | 6 | 「지역인재 채용장려제」검토 |
7 | 창업교육 및 창업지원 강화 | 7 | 창업 및 기술개발 시설기반 조성 |
8 | × | 8 | × |
9 | × | 9 | △ |
10 | 지역산업과 지역대학간 일자리 창출 협의회 활성화 | 10 | 국가 및 지역수준의 통합적 혁신시스템 구축 |
주1) 김대중정부는 ‘모집 정원의 일정 비율’을 할당하지는 않았으나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지방고교 졸업자가 지방대학 진학시 등록금 감면 △지방고교 출신자에게 장학금 우선 지급․학자금 융자 우선지원․해외연수기회 확대 등을 논의한 바 있다. | |||
주2) 노무현정부는 별도의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국가균형발전특별법’(2004. 1. 16, 제정)을 제정하면서 ‘지방대학 육성 조항’을 삽입해 지방대학 육성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했다. |
물론 위기 진단이 같으니 대안도 비슷할 수 있고, 정책도 과거 정부 정책을 차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지방대학 정책을 잘 알고 있을 교육부가 이와 관련된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포장만 바꿔 마치 새로운 것을 내놓은 것처럼 정책을 발표해서는 안된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지방대학 육성 의지를 갖고 있다면, 비슷하거나 아니면 동일한 정책들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십수 년간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평가부터 진행해야 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근혜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정책이 과거 정부의 그것을 넘어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등을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지방대학 육성 방안(시안)'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오직 '이전 정부의 재정지원정책 특징 분석'만 내놓았을 뿐이다.
그래서 박근혜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방안'은 과거 정부가 그랬듯이 일시적인 관심만 불러일으키고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교육부의 발표 내용 중 특히 강조됐던 ‘지역인재 전형’(2015학년도부터 비수도권 지방대 모집 정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자로 선발)은 정책 발표와 동시에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정책들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특별한 언급조차 없다.
‘지방대학 육성’은 ‘지방대학 육성 정책’만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김대중정부에서도 이미 언급(‘지방대학 육성대책(안)’. ‘지방대학육성대책위원회’, 2000. 9)된 바 있듯이 ‘지역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대책’ 등과 같은 국토 종합개발 계획, 산업발전계획, 인력 수급계획, 문화발전 계획 등과의 연계된 종합적인 지방대학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범정부적 추진 체제와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집권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히 정권 변동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다 비슷한 정책들마저 흐지부지 되기를 반복했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위에서 언급한 지역균형발전 대책이나 이와 연계된 각종 계획은 별도로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한술 더 떠 지방대학 발전 비전으로 ‘지역의 창조경제 견인’을 내놨다. 대학이 지역 경제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지역 경제 발전 없이 지방대학이 지역 경제를 견인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현 불가능한 일을 정책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지방대학 육성 방안'은 여러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시안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8월 말에 최종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지적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