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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07.01 조회수 :733
교육부가 6월 25일 ‘2013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국·사립 대학 등록금이 2009년에는 OECD 국가 중에서 2번째였는데, 2011년에는 자료 제출 국가 중에서 4번째 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11년부터 고등교육에서의 학생지원 정책을 확대해 왔음을 주목”하고 "향후 교육지표에 이와 같은 정책성과가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이후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순위가 더 나아'질 듯한 희망섞인 분석을 내놨습니다.
교육부가 25일 발표한 '2013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 중 대학등록금 관련 부분 편집 갈무리
그런데 교육부 발표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OECD국가 대학등록금 순위는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까지의 등록금 정책 성과(?)가 반영된 것인데, 미국 다음으로 비쌌던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순식간에 어떻게 4위로 내려오게 됐는가 하는 점 입니다.
<표1> 교육부 발표, OECD 국가 대학 등록금 순위(2011학년도)
(단위 : 미국달러 구매력지수(PPP)환산액) | ||||||
구 분 |
1위 |
2위 |
3위 |
4위 |
5위 | |
사립 |
국가 |
미국 |
슬로베니아 |
호주 |
한국 |
일본 |
등록금 |
17,163 |
11,040 |
10,110 |
9,383 |
8,039 | |
국공립 |
국가 |
아일랜드 |
칠레 |
미국 |
한국 |
일본 |
등록금 |
6,450 |
5,885 |
5,402 |
5,395 |
5,019 | |
주) 등록금 산정 시 장학금 및 보조금, 학자금 대출은 고려하지 않음 ※ 자료 : 교육부, ‘2013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 발표’ 보도자료, 2013.6.25, 재편집. |
OECD 홈페이지에 공개 된『2013 OECD 교육지표』원본을 살펴본 결과 금액(미국달러 구매력지수 환산액 기준)만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9,383)은 미국($17,163), 슬로베니아($11,040), 호주($10,110)에 이어 4위가 맞습니다.
그런데 사립대 등록금 2위인 슬로베니아는 거의 100%에 달하는 학생들이 등록금이 없는 국공립대학이나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등록금을 내는 ‘독립형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1%에 불과합니다.
호주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호주 대학생 96%는 등록금이 $3,924에 불과한 국공립대학에 다니고 있고, 단 4%만이 $10,110 등록금을 지불하는 ‘독립형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슬로베니아, 호주는 사실상 사립대학 등록금 2위, 3위라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국공립대 등록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공립대 등록금 1위인 아일랜드는 국공립대학에 재학중인 전일제 EU학생 등록금은 정부가 직접 지불하고, 주로 시간제, 석사이상 과정, 비 EU 학생에 대해서만 학비의 절반을 학생에게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슬로베니아(사립 2위)와 칠레(국공립 2위)는 2009년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고, 2011년 자료를 제출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4위로 나타난 것입니다.
또 하나 밝혀진 사실은 우리나라 등록금이 미국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국공립 대학의 경우 2009년에는 우리나라($5,193)가 미국($6,312)의 82.3% 수준이었는데, 2011년에는 99.9% 수준으로 거의 같았습니다. 사립대학도 2009년에는 41.0%였는데, 2011년에는 54.7%로 13.7%나 추격했습니다.
<표2> 미국과 한국, 2009년 대비 2011년 대학 등록금 현황
(단위 : 미국달러 구매력지수(PPP)환산액, %) | ||||||
구분 |
국공립 |
사립 | ||||
미국(A) |
한국(B) |
비율(B/A) |
미국(A) |
한국(B) |
비율(B/A) | |
2009년 |
6,312 |
5,193 |
82.3 |
22,852 |
9,366 |
41.0 |
2011년 |
5,402 |
5,395 |
99.9 |
17,163 |
9,383 |
54.7 |
주1) 교육기관에 의하여 부과된 연간 평균 수업료 주2) A유형 고등교육 과정(대학, 교육대, 산업대, 각종학교, 기술대학, 사내대학, 전문․특수․일반대학원, 대학원대학(석사과정)) 전일제 학생 기준 주3) 학생이 받은 장학금, 학비보조금은 포함되지 않음 ※ 자료 : OECD, Education at a Glance OECD Indicators, 2012, 2013년. |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통계 결과를 소위 ‘마사지’하는 방식으로 왜곡했다고 합니다. 통계청이 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정부가 미리 정부 측에 유리하게 해석해서 발표하거나, 불리한 결과는 발표 일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번 교육부의 OECD 교육지표 발표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내용들은『2013 OECD 교육지표』에 나와 있기 때문에 교육부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을텐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 없이 금액 순위만을 기준으로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결과’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OECD 교육지표를 통해 살펴 본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의 진실은 △사실상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며 △미국과의 격차마저도 줄어 국공립대 등록금은 거의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통계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통계는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OECD 등록금 순위 지표에서도 이 같은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