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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6-04-21 조회수 :121
지난 15일, 교육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청사진인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향(안)’을 발표하면서, 거점국립대를 5극3특 성장엔진과 연계한 지산학연 협력기반 연구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방안은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과거 지방대 육성정책과 다른 점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지방거점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 허브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방대 육성은 과거 모든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유독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지방대 육성이라는 추상적 목표를 넘어 지역거점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30년까지 4조 원을 투자해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의 70% 정도인 4천 4백만 원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원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사업 중심의 단기적 지원에서 벗어나 대규모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의 제도 혁신, 인프라 구축, 인적자원 등 대학 전반을 지원함으로써 거점대학을 지역의 중추 기관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일관된 국가균형성장 정책으로 거점국립대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방대를 육성한다면서 막상 정부 정책은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일례로 윤석열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지방대학을 육성한다면서 규제완화를 통해 지역의 반도체 기업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리고, 수도권 대학의 첨단분야 학과 증원을 허용하는 엇박자를 보였다.
이렇게 해서는 지방대가 발전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이 곧 생존전략”이라며 국가균형발전을 국가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다른 정책이 이러한 방향에 위배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일관성있는 국정운영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방안이 이러한 기대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니라 ‘서울대 4개 만들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9개 거점국립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방안은 9개 거점국립대학 중 3개 대학을 집중 지원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나머지 6개 대학과 차별화했다. 3개 대학은 ‘브랜드 단과대학’, ‘인공지능(AI) 거점대학’ 등을 교당 1,000억 원 내외로 패키지로 집중 지원하고, 그 외 6개 대학은 300~400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항간에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니라 서울대 4개 만들기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2024년 기준으로 거점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평균 2,539만 원)를 서울대 수준(6,302만 원)으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연간 7조 2천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 목표치가 서울대의 7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5년간 4조 원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9개 거점국립대 내에서 차등까지 두니 과연 거점국립대가 집중육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 주도형 운영, 학문의 다양성 훼손 우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궁극적인 목표도 의문이다. 이번 방안의 골자는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 및 연구 거점 육성 ▲지역 AI 교육·연구 거점 육성 ▲대학 전반의 산학연 성장 브릿지 구축 ▲성과 확산으로 지역대학 동반성장 지원이다. 지역전략산업과 AI 등 신산업분야와의 연계가 육성방안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발 더 나아가 ‘브랜드 단과대학’은 기업과 일체화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과구조, 교육과정, 교과목 등 단과대학 운영을 기업이 주도하도록 하고,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 기업 소속인 자의 전임교원 겸직을 허용할 계획이다. 국립대학을 별도 법인화해 법인에 기업인이 참여하여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과연 이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운영을 기업 주도로 바꾸면 대학이 기업에 예속될 우려가 있으며, 인문, 사회, 기초과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깊이를 담보한 고등교육기관으로의 육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 변화에 맞춰 교육 시스템을 계속 개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협력업체가 지역을 벗어나거나 문을 닫을 경우 협력대학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중추 기관으로서 고등교육기관이 마땅히 가져야 할 지역사회의 환경, 복지, 문화, 공동체에 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우려도 있다.
고등교육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긴 안목 필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거점국립대를 집중 육성한다면 이들 대학은 향후 수도권대학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따라서 목전의 위기 해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고등교육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지역산업과 긴밀히 협력하되 대학의 공공성과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산학협력을 넘어 대학운영을 기업이 주도하는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또한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여 거점국립대 간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차등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거점대학이 상향 평준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정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비중이 59.8%(2022년 기준)로 OECD 평균보다 12% 낮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고등교육재정은 분명 더 늘려야 한다.
끝으로 교육부는 교육부 주관 특별점검, 종함감사 강화 등 책무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이러한 방안이 선언적 내용에 머물지 않도록 감사 인력을 충원하여 3년 주기의 교육부 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서울대와 거점국립대학 간 격차가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만큼, 이재명정부가 중장기적 안목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