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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5.08.20 조회수 :224
지난 8월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이재명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국가비전과 국정원칙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균형성장, 사회, 외교안보 분야 123개 국정과제가 담겼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고등교육 관련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열린평생・직업교육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둘째는 ‘AI 디지털시대 미래인재 양성’으로 △대학(원)을 통한 AI 인재양성 △AI 역량 기반인 기초인문학 교육 강화 △성인 AI 재교육 확대가 담겼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AI 시대 미래인재 양성’은 대선 때부터 주요 공약으로 제시된만큼, 국정과제 채택이 예상됐다. 특히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정부가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을 집중 육성해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으로 국가균형성장 전략에도 포함된다. 2023년 기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가 6천만 원을 넘는 반면, 경북대(2,645만 원), 부산대(2,602만 원)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산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정부 의지대로라면 역대 정부에서 없었던 획기적인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인재 양성’은 정부가 2027년까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 전략과 맞닿아 있다.
고등교육 비전과 개혁과제 부재
국정과제는 단순히 대선 공약을 정책화하는 수준을 넘어, 향후 5년간 정부가 각 분야에서 어떤 비전과 개혁 과제를 추진할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어야 한다. 고등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서 고등교육 체제를 어떻게 개혁할지에 대한 중장기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보다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 전체 대학의 85%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등록금 의존 구조에 묶여 있다. 그런데 학령인구는 올해 46만 명에서 2042년 23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2032년부터 본격적인 급감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방 사립대학부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미 수도권과 지방대 간 격차는 ‘개별대학’ 수준을 넘어 ‘지방대학 전체’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의미 있다 하더라도, 위기에 처한 지방대 문제 전반을 아우르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추진하더라도 동시에 지방대 육성과 더불어 종합적인 고등교육 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 대학 정원감축 방안을 수립하고,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사립대학 재정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지역 대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 서열이 공고한 상황에서 전체 대학 정원감축은 지역 거점 국립대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권대학 또한 정원감축을 통해 보다 나은 교육·연구 여건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로드맵을 바탕으로 사립대학 개혁과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함께 추진해야만 우리 대학이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다.
정부 책임 강화를 전제로 지자체와 역할 분담해야
‘RISE 재구조화’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진 않았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지방대학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학 행‧재정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할 것을 목표로 RISE를 추진했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방은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인재양성, 지역정착, 지역산업발전의 선순환구조가 깨진지 오래다. 또한 지자체 선거 주기와 지역 정치 논리에 따라 대학 재정 지원이 ‘나눠먹기’ 식으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 RISE 평가를 바탕으로 지방대 육성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되, 지자체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AI 인재 양성 역시 관련 학과를 대거 만들고, 증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첨단분야는 고도의 교육여건과 우수 교원이 필요한만큼 정부 재정 확충과 대학 특성화 전략을 연계해 내실있는 교육 과정과 여건을 갖추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준비 안된 학과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면 우수 인재 양성은 고사하고, 곧 존속 위기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정책 보완을 통해 추가적인 ‘고등교육 개혁방안’ 마련해야
이재명정부 출범 3개월째다. 교육부 장관은 후보자가 한 차례 낙마한 이후, 아직까지 공석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없어진 대통령실 교육문화수석 자리는 이재명정부에서도 복원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교육 분야갸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인상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한 국정과제(안)는 이재명정부 검토를 거쳐 확정될 것이다. 이후 정책 보완을 통해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AI 인재 양성을 넘어 전체 대학 정원감축, 정부 재정지원 확대, 지방대학 육성, 사학개혁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고등교육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