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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성’은 없고, ‘자율’만 난무하는 이명박정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8.27 조회수 :522

이명박정부가 8월 27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은 크게 △정부 재정지원 운용방식(6건) △국제화(4건) △대학(법인) 운영(13건) △교사(校舍)(6건) △조세 감면 확대(3건) 등 모두 32가지다.(세부 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예상치 못한 대학자율화 추진계획 발표

 

우선 정책 내용 검토 전에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정부 발표 자료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명박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차원에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학사․인사․재정 등의 분야에서 66개 자율화 과제 추진(을) 완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교과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등이 합동으로 내용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이명박정부가 ‘대학 퇴출’을 위해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던 이른바 ‘대학구조개혁사업’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처인 교과부를 넘어 국무총리가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별도의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이 발표된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내부 통제와 감독 시스템 없는 예산 총액 지원

 

아무튼 발표된 내용을 보자. 정부는 먼저 ‘국고 지원사업 운용 방식을 개선해 사업별로 대학이 예산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정부가 품목별로 예산 집행을 통제하던 것을 대학이 사업별 예산 총액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재정 운영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서 원칙적으로 국고의 ‘총액지원 방식’이 옳다. 그러나 국고지원 사업에 대한 내부 통제나 감시 시스템이 부실하고, 외부 관리․감독 시스템 역시 특별히 변동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행 시스템에서도 감사원 감사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명박정부가 이런 문제에 어떤 대책을 세워 놓고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지 의문이다.

 

다음은 ‘법정 확보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기본재산(교지 및 교사 등)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하는 경우, 교비회계에 보전 없이 용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쉽게 말해 등록금으로 구입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법인재산으로 자유롭게 전환해서 수익을 올리고 대학운영에 보탬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 결산 기준, 사립대학 수익용기본재산 수익률은 3.5%에 불과하다. 대학들이 기존에 있는 재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교육용기본재산을 수익용기본재산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대학 재정 운영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등록금으로 조성한 대학 재산, 법인 재산으로 쉽게 변경

 

물론 정부는 ‘등록금으로 조성된 재산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대학 회계 시스템 부실로 과거에 산 재산은 자금 출처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등록금으로 구입한 학교 재산이라도 눈치 보지 말고 법인 재산으로 편하게 용도 변경해서 수익사업을 하든지 팔아서 수익을 올리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학원에 대해서는 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강원권, 제주권) 범위에서 교지․교사 임차를 허용’하고, 국립대학 소재지 범위도 단일 지자체에서 광역경제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학원을 설치한 대학들이 ’수요‘를 찾아 본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건물을 임대하고,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부족한 정원을 채울 수 있게 된다. 대학들은 정원을 채운만큼 등록금 수입 등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교과부는 8월 12일 대학원을 개설한 대학이 박사과정 정원 1명을 줄이면 석사과정 정원을 2명 늘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넘치는 박사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로 앞뒤가 안맞는 정책들이다.


리더쉽 발휘 어렵다(?)고 총장 임기 제한 폐지 


정부의 이번 발표 중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총장 임기 제한을 폐지한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대학 총장의 임기는 학교법인 정관으로 정하되, 4년을 초과할 수 없고, 중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교과부는 4년 초과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총장이 중․장기적인 비전하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납득하기 힘든 걸 떠나서 황당한 조치다.

 

공직에 있는 사람 중에 임기 제한이 없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대학 총장 임기 제한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는 소리도 뜬금없다. 대학 총장의 임기 4년 초과 제한이 폐지돼 스스로가 물러나지 않으면 총장을 교체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는 족벌 사학 운영자들이 대학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임기 제한 없이 대학을 영속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조치다. 도대체 왜 이런 내용이 대학 자율화의 내용으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 내 호텔 영업까지 가능 


마지막으로 정부는 ‘교육 여건 개선 및 학생들의 주거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기숙사 등 대학 교사(校舍) 신․증축 시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기숙사’가 아니라 ‘대학 교사 신․증축’ 부분이다. 대학 기숙사 신․증축을 위한 규제 완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히 도입해야겠지만 이를 빌미로 다른 부분까지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건축 연면적이 캠퍼스의 30%를 초과’하지 않으면 기숙사 설립의 경우처럼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대학 내 호텔 및 국제회의산업 관련 시설 설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돈 안되는 기숙사와 돈이 되는 상업시설 가운데 대학 당국이 어느 것을 선택할까. 뻔한 이치다. 결국 기숙사 규제 완화를 빌미로 대학 내 상업시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준 것이다.


국회가 자율화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종합 평가하면, 이번 발표는 등록금 동결 조치로 대학들이 가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이명박정부가 갑자기 추가 자율화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이번 정책 추진 배경으로 ‘(그 동안의) 정책 추진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을 예로 든 것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대학 자율은 확대할수록 좋고, 정부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 자율은 ‘운영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학문활동을 위한 구성원들의 ‘자율’이어야 하고, 자율 부여와 동시에 공익적 책임성(이명박정부는 이를 ‘책무성’이라 한다)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런 조건에 비춰 봤을 때 이명박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은 대학 운영자들에게만 자율을 부여할 뿐 대학구성원들의 자율은 어디에도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 자율을 그토록 강조하던 이명박정부가 대학의 공익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눈에 띄는 조치를 내놓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의 대학 자율화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는 이명박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 전반을 철저히 분석하고, 문제가 있는 정책은 철회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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