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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4.10.24 조회수 :375
윤석열 정부가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해 부정・비리로 해임된 구(舊) 재단의 ‘이사추천권 제한’을 폐기했다. 이에 따라 임시이사 대학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부정・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 추천 인사들이 정이사로 무제한 선임될 수 있게 됐다.
이사추천권 제한, 부정・비리 구 재단 체제 전환 막기 위한 최소장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교육부장관 소속 심의기구로, 부정・비리 등으로 운영이 불가한 대학에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된 대학에 정이사를 선임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사분위는 임시이사 대학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사분위 내부 규정에 따라 부정・비리를 일으킨 구 재단에게도 과반수에 달하는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사분위가 부정・비리 당사자의 대학 복귀 길을 터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6월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해 정이사 선임 규정을 법령화했다. 사분위가 정이사를 선임할 때 △전・현직이사협의체 △교직원 대표기구 △학생・학부모 대표기구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설립 종교단체 △관할청 △그밖에 이해관계인의 추천을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이하 구 재단)에 학교 분쟁에 책임이 있는 인사가 참여할 경우, 구 재단의 ‘정이사 후보 추천자 수’를 ‘전체 추천자 수’의 과반 미만으로 제한했다(이하 이사추천권 제한). 학교 분쟁에 책임이 있는 구 재단 체제로의 전환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10월 8일, 6년 만에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재개정해 ‘이사추천권 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구 재단 중심의 정이사 체제 전환 가시화될 것
2022년 7월 발표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는 ‘임시이사 선임 대학이 조속한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1)당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책이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임시이사 대학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구 재단 인사들이 학교에 복귀하려는 시도다. 최근에도 임시이사에서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학교법인 성신학원, 충암학원, 상지학원 등의 구 재단 인사가 ‘이사추천권 제한이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구 재단의 이사추천권 제한을 폐기했으니, 이후 구 재단 중심의 정이사 체제 전환이 가시화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밝힌 ‘임시이사 대학의 조속한 정상화’는 구 재단 중심의 정이사 선임을 법령으로 명시하려는 사전포석이었던 셈이다.
구 재단 중심의 정이사 전환, 학내 분규 재발 우려 커
문제는 구 재단 중심으로 정상화 할 경우 학내 분규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임시이사 대학의 정이사 체제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구 재단 측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면서 사실상 부정・부당 운영 책임자들에게 대학을 돌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조선대(2009년 정상화)와 상지대(2010년 정상화)는 정이사 9명 중 5명(55.6%), 대구대(2011년 정상화)는 6명 중 3명(50.0%), 오산대(2011년 정상화)는 9명 중 7명(77.8%), 김포대(2008년 정상화)는 5명 중 3명(60.0%)의 정이사를 구 재단 측 추천 인사로 선임했다. 조선대와 상지대는 2017년, 대구대는 2014년, 김포대는 2012년에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됐다.2) 최근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이사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대도 부정・비리로 쫓겨난 이력이 있는 설립자의 측근이 정이사로 논의되고 있어, 대학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3)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윤석열 정부가 구 재단의 이사추천권 제한을 폐지한 것은 정부가 사립대학을 설립‧운영자의 사적 재산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 재단 복귀 이후 학교가 분규에 휩싸여 부실하게 운영된다면 ‘퇴출’ 하면 그만이다. 국정과제에서 임시이사 대학 정상화가 ‘부실·한계대학’ 정책과 함께 발표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상화 방안’ 사립학교법에 명시해야
1988년부터 2020년 8월 말까지 한 번 이상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험이 있는 학교법인은 총 50곳이다. 사립대학 학교법인이 총 30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6곳 중 1곳은 임원 간 분쟁, 이사회 부실 및 부당 운영, 회계비리 등의 문제로 임시이사가 선임된 적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사진이 교체될 정도의 극심한 사립대학 부정·비리 및 부당운영이 ‘일부’ 대학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4) 이런 상황에서 부정・비리 책임이 있는 구 재단 중심으로 정이사가 선임된다면 사립대학의 ‘정상’ 운영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부정・비리 구 재단의 이사추천권 제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시행령에 관련 규정이 명시됨에 따라 정권 변화에 따라 정상화 기준이 변화하는 문제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 재단의 이사추천권 제한을 유지’하는 내용 등을 담아 임시이사 대학의 정상화 관련 규정을 현행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 「사립학교법」으로 상향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1) 대한민국정부,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 2022, 139쪽.
2) 대학교육연구소, 『임시이사 선임 사립대학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국회의원 서동용, 2020, 34쪽,
3) 박종현, 경기대 또 내홍… ‘비리 연루’ 총장 가족 이사 선임 시도, 『중부일보』, 2024.10.20.
4) 대학교육연구소, 『임시이사 선임 사립대학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국회의원 서동용, 2020, 33쪽,
이미지=사학분쟁조정위원회 누리집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