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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4.02.02 조회수 :867
지난 24일, 교육부는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개혁으로 사회난제를 해결한다’는 비전 아래 고등교육 주요 정책으로는 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대학, 첨단분야 인재양성 및 산학협력 활성화, 학과·전공간 벽을 허물고 전공선택권 확대, 대학 규제 확대, 「사립대학(학교) 구조개선법」 추진,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저금리 지원 증액, 국·공유지 등을 활용한 연합기숙사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제시한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범운영했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지난 1년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 대학현장과 여론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교육부가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월 24일(수), 2024년 교육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미지=교육부 누리집)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책임을 지자체에 이양하겠다는 교육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이하 RISE체계) 구축과 글로컬대학 육성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으로, 올해 교육부는 RISE 추진체계 구축 및 ‘RISE 25~29년 추진계획’ 수립, 10개 내외 글로컬대학 추가지정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 RISE체계 구축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2월,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7개 고등교육 관련 단체도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다수의 지방대학은 죽을 수밖에 없다. 반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더욱 더 비대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상남도의회는 “인력 충원, 라이즈센터 개소 및 전문인력 채용 등에 따른 비용을 모두 지방비로 부담하게 되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2025년 이후 본격 도입되면 전담조직과 라이즈센터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사업 관리비용 등 운영예산 또한 상당한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대가 겪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유출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지자체에 그 책임을 떠넘기니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컬 사업도 과연 지방시대를 견인해 나갈 지방대학 육성사업이 될지 의문이다.
글로컬 사업은 1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여 지역의 산업·사회 연계 특화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을 지원육성하겠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글로컬 사업에 선정된 9개 대학(포항공대 제외)의 올해 정시모집 지원자는 오히려 감소했고, 절반 이상 대학은 경쟁률도 떨어졌다. 이는 현재 지방대가 처한 상황이 예산만 투입한다고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인재들이 지방대학으로 모이고 지방대학에서 육성된 인재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려면 지방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 즉,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지역 공동화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와 종합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지방대학도 살 수 있는 것이다.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글로컬 사업은 선정된 대학 이외의 다수 지방대학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예산편성만 보더라도 일반재정지원의 성격을 띈 지방대학활성화사업과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인센티브를 글로컬 대학에 몰아줌으로써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지방대학의 소외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의 70%(4년제 기준)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중 지난해 글로컬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3곳에 지나지 않아 사립대학은 이 사업에서 소외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대학 구조조정과 지방대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교육부가 글로컬 대학 사업을 밀어붙임으로써, 선정되지 않은 지방 사립대학은 각자도생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사립대학(학교)구조개선법」 통과만 요구하는 교육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대학현장은 구조조정이 뜨거운 이슈인데 반해 교육부는 이번 사업계획안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사립대학(학교) 구조개선법」 제정 추진’만 간략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법안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 민주당 위원들은 대학구조개선법과 관련해서 장상윤 교육부차관에게 이 법으로 경영위기대학 퇴출을 유도할 경우 대학정원이 얼마만큼 줄어들 것인지, 소위 경영위기대학은 대부분 중소규모 대학인데 이들 대학 퇴출을 유도한다고 학령인구 감소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경영위기대학의 재산 매각이 늦어지면 잔여재산 환원도 어려워질텐데 이렇게 되면 법안이 제정된다해도 대학퇴출유도에 실패하는 것은 아닌지, 대학운영자의 부정비리로 위기에 직면한 대학은 그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교육의 공공성 훼손 우려가 있는 법안을 논의함에 있어 위원들의 질의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내용으로 교육부의 성실한 답변이 필요했다. 그러나 장상윤 차관은 법안통과가 지연되면 부실운영의 장기화로 지역사회와 대학구성원 피해만 커진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학교) 구조개선법」 제정’만 국회에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 법안의 실효성과 이 법안이 야기할 우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의무가 있다.
R&D 예산 삭감하고 첨단인재 양성하겠다는 것은 모순
한편, 교육부는 첨단분야 인재양성 및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첨단산업 부트캠프, 첨단분야 혁신 융합대학 등의 재정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도 첨단분야로 진출하려는 학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의대쏠림현상’으로 첨단산업 인재확충은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대 반대를 무릅쓰고 수도권규제까지 풀면서 수도권대학 첨단분야 학과 정원을 대폭 늘렸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4년 1차 수시모집 결과 이번에 증원된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등에서 297명을 모집했는데 이 중 235명(79.1%)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연세대 인공지능학과는 추가합격까지 뽑았지만 수시모집에서 끝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수도권 주요대학 계약학과도 미등록이 속출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고 수도권대학 첨단학과 정원 증원을 허용한 탓에 가뜩이나 정원미달이 심각한 지방대 첨단학과는 학생모집이 더욱 어렵게 됐다.
첨단분야로 진출해야 할 이공계 인재들이 빠져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R&D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례로 2024년 예산편성에서 KAIST, GIST, DGIST, 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은 올해보다 10~15%가량 삭감된 예산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몇 가지 재정지원사업으로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기초학문 붕괴와 교육여건 악화 초래할 무전공제
또한, 교육부는 학과·전공간 벽을 허물고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확대하는 대학에 대해 과감히 지원하겠다며 올해는 대학이 준비도와 여건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1월말 경에 전공선택권 확대를 위한 노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애초 국·사립대 유형에 따라 20~25% 무전공 선발을 재정지원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했다가 단계적 추진으로 선회한 것은 학과·전공간 벽 허물기에 대한 대학현장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무전공제는 시장주의식 논리에 따라 학생을 소비자로 간주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기초학문의 붕괴, 교수 및 교육시설 확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교육부는 무전공제 확대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
[대교연 논평] 이주호장관의 ‘무전공제 인센티브’ 정책 철회해야(24.1.29.)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
교육부는 교육개혁으로 사회난제를 해결하겠다며 특히 대학개혁으로 역동적 지방시대를 견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RISE체계 구축, 글로컬 대학, 「대학구조개선법」, 첨단분야 인재양성, 무전공제 등 교육부가 제기한 사업은 모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오늘날 우리 대학이 직면한 지방대학의 위기, 대학 서열화, 대학재정난, 고액의 등록금 문제 등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지난 수년간 되풀이해 온 ‘자율과 경쟁’의 시장 논리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무책임하고 혼란만 부르고 있는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과 내용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교육의 공공성에 기반한 대학정책이 새롭게 수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