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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05.17 조회수 :933
부산대 민자사업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부산대는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으며, 검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으로 부산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민자사업이 대학 상업화를 조장하고, 비용을 학생들에게 전가시켜 대학 당국과 사업자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또한 모든 대학들이 ‘비밀유지’ 조항을 들어 협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대학구성원들이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해 왔다. 부산대 파문은 이런 우려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부산대 상황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부산대 파문의 전말은 이렇다.
2005년 12월 부산대는 국립대 최초로 BTO방식의 민자사업을 착공했다. 부산대는 민간업체인 효원E&C를 사업시행자로 복합쇼핑몰 성격의 ‘효원문화회관’(효원굿플러스) 공사를 시작해 2009년 2월 개장했다. ‘효원E&C’는 이 시설을 부산대에 기부채납하고 부산대로부터 30년간의 관리운영권(무상사용수익권)을 부여받았다.
부산대학교의 BTO사업 홍보 내용 (이미지=부산대학교 홈페이지)
그런데 문제는 400억 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시작한 효원E&C가 상가 분양 실적이 저조해 대출금 상환을 지연시키면서 발생한다. 2010년 대출금 상환 만기가 도래했지만 효원E&C가 갚을 수 없게 되자 부산대가 보증을 서 그 해 10월 사모펀드를 조성,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경영이 더욱 악화되면서 2012년 4월 이자 상환일에 이를 갚지 못했다. 만약 이로 인해 사업이 해지되면 주무관청인 부산대는 관련 협약 등에 의해 800억 원 대의 대출금을 떠안아야 한다.
사건이 불거지자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의문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대는 기성회비를 담보로 400억 원의 보증을 섰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원의 양산부산대 병원 이전으로 생긴 부지대금 18억 원을 업체의 이자를 갚는데 전용하고, 부산대가 어려워지자 부산대 병원 예산을 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한 효원굿플러스 임차인들은 효원E&C가 이자를 갚지 못해 사업계약이 해지되면 수백억 원의 임차금을 부산대가 책임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 민자사업이 무엇이길래?
그동안 국가기관인 국립대에서는 기성회비 예산 전용 등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이 정도 사례가 나온 적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우선 민자사업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대학에서 추진 중인 민자사업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자해 대학 교육시설(기숙사 등)을 건설(Build)한 후 해당대학으로 소유권을 이전(Transfer)하고, 해당 대학에 교육시설을 임대(Lease)해 임대료 수입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BTL방식이다. 국립대 민자기숙사는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신축됐다.
또다른 하나는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자해 대학 교육시설(기숙사 등)을 건설(Build)한 후 해당대학으로 소유권을 이전(Transfer)하고, 일정기간 직접 관리운영(Operate)하면서 사용료를 징수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BTO방식이다. 사립대 민자기숙사 대부분이 이 방식이다. 그런데 BTO 방식은 시설 이용 수요에 따라 수익률 변동이 크기 때문에 BTL 방식보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래서 BTO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수익률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해당 대학이 최소운영수익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 사립대 민자기숙사 비용이 매우 비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학 민자사업 시행 절차
그렇다면 대학이 민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당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정부가 시행하는 2천억 원 이상의 민자사업은 주무관청이 타당성을 분석한 후 기획재정부장관 소속으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상사업을 지정하고,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 실시협약 체결 등을 하는 경우에도 사전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다. 또한 주무관청은 실시협약을 체결할 때에는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반드시 자문을 받아야 했다.
사업 규모가 2천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주무관청 산하에 심의위원회와 공공투자관리센터를 만들고, 위와 같은 절차를 똑같이 밟아야 했다.
부산대가 민자사업을 시행할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대학 민자사업은 울산국립대를 제외하고 사업규모가 모두 2천억 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민자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대학은 주무관청인 교과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교과부는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2005년 2월 설치)로 하여금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 실시협약 체결 및 변경 시에 심의를 거치고, 한국교육개발원에 설치된 공공투자관리센터(2006년 5월 설치) 자문을 받아야 한다.
부산대학교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BTO사업 공사비 내용 (이미지=부산대학교 홈페이지)
부산대에 모든 권한 위임한 교과부
공사비가 500억 원이었던 부산대 ‘효원문화회관’ 사업 역시 같은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부산대가 2005년 11월 ‘국고지원이 없는 BTO 방식’의 사업계획을 보고 하자, 12월 7일 부산대 총장을 주무관청으로 지정 통보하며 모든 권한을 위임해 버렸다. 그러나 부산대 민자사업은 예산 규모를 떠나 사업 결과에 따라 국유재산 변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국립대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채권 채무가 국가로 귀속된다는 점에서 교과부가 부산대 총장을 주무관청으로 지정 통보하고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교과부는 부산대 총장을 주무관청으로 지정하면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61조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동 규정은 “주무관청은 이 법에 따른 권한의 ‘일부’를 소속 행정기관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권한’을 부산대 총장에게 위임한 교과부 조치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되었건 부산대는 주무관청으로 지정 받은 직후 어떠한 외부 통제도 없이 민자사업계획을 고시하고, 2006년 6월 1일 시행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실시협약서에는 사업시행 범위, 총사업비, 사업수익률 및 사용료,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최소운영수입 보장 및 대학의 재정 지원 여부, 위험 분담, 분쟁해결 등 해당 사업과 관련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부산대는 실시협약 체결 이후 협약서의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어느 누구에게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제기됐던 의혹과 거짓말
이로 인해 부산대가 애초 교과부에 보고했던 사업계획에 있었던 기숙사 시설(고시원과 원룸의 중간형태로 교직원 및 학생의 숙박시설 공간) 등이 없어졌으며, 최종 실시승인을 하기 전 분양과 공사에 들어가 불법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부산대 교수와 학생들은 실시협약서 공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런 문제들과 더불어 부산대가 시행사에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거나 이면 계약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의혹 제기에 부산대는 거짓으로 일관했다. 국회 회의록에 나온 2007년 10월 31일 부산대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한 국회의원과 부산대 총장의 질의 답변 내용을 보자.
○ 국회의원 : BTO의 특징은 최소운영수입 보장을 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부산대에서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을 하지 않았다? |
당시 부산대 총장의 부인은 5년이 지난 이후 거짓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봐도 부산대는 기성회비를 담보로 제공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원의 양산부산대 병원 이전으로 발생한 부지대금 18억원을 업체의 이자를 갚는데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사업이 해지되면 800억 원 대의 대출금을 떠안아야 한다. 실시협약서를 터무니없이 체결했거나 이면계약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부산대가 요청한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 결과 어떤 추가 내용이 터져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관계자 엄중 문책과 근본 대책 세워야
결국 부산대 사태는 관리 감독 기관인 교과부의 방치와 당시 총장의 과욕, 대학 당국자들의 도덕적 해이, 대학 내 민주적 통제 부재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이에 따라 당시 교과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부산대를 주무관청으로 지정했는지, 이후 관리 감독은 어떻게 했는지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 부산대 관계자들 역시 엄중한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
아울러 부산대 사태를 계기로 전국 대학에서 진행 중인 민자사업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감사원은 2010년 수십억 원의 국고손실이 예상된다는 국립대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 대학 민자사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또한 사립대들이 도입한 민자사업 기숙사는 비용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지만 계약 내용과 더불어 사업 시행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들이 있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과부는 사립대 민자사업 전반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한다.
끝으로 향후 불가피하게 추가 시행할 수밖에 없는 대학 민자사업이 있다면 교과부가 철저히 관리 감독하도록 법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되,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대학 민자사업을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