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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4.01.04 조회수 :1,068

※ 이 원고는 2023년 12월 20일  ‘경북대 인권모임’이 개최한 ‘지역대학위기 해법모색 포럼’에서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국립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임희성(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1. 국립대 통합, 왜 제기됐는가

 

1) 학령인구 감소

 

인구소멸 1호 국가가 한국으로 꼽힐 만큼 인구감소가 심각한 가운데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우리 대학이 직면한 최대의 위기가 되고 있음. 대학입학 대상연령인 18세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18세 인구는 2023446,954명에서 2040261,428명으로, 40% 줄어들 전망임.

 

 

<> 18세 장래인구추계

 

 

 

 

 

 

 

 

(단위 : )

연도

2023

2024

2025

2026

2027

2028

2029

2030

2031

인원

446,954

437,706

456,675

484,688

450,996

444,178

479,862

471,289

462,330

연도

2032

2033

2034

2035

2036

2037

2038

2039

2040

인원

434,666

442,337

430,163

386,730

349,523

322,439

295,918

276,230

261,428

자료 : 국가통계포(


대학 통합은 학령인구 감소의 주요 대응책으로 제시됨. 노무현정부는 2004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국립대 통폐합, 사립대 통폐합을 제시함. 그러나 사립대는 법인이 달라 통합이 어려워 이후 통합은 주로 국립대를 대상으로 논의되거나 추진됨.

  

2) 글로컬 대학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제시하고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글로컬 대학 30 추진방안등의 지방대학 육성책을 발표함.


글로컬 대학 30 사업은 국가-지역-대학의 세계적 경쟁력 동반 상승이라는 비전 아래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하여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임. 지자체, 지역산업체와의 연계를 강조함에 따라 1단계(예비지정) 지정 후 대학-지자체-지역산업체 등이 공동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하면 2단계(본지정) 평가를 통해 지원대학을 선정함.

 

2026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며 올해 10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함. 글로컬대학은 시작단계부터 경쟁이 치열했음. 참가대학수는 108곳이며, 94건의 지원서가 접수돼 101의 경쟁률을 보임. 비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97%가 신청서를 냈는데 그만큼 재정지원이 절실한 상황임을 보여줌.

 

글로컬사업 추진결과, 1단계(예비지정)에서 15곳의 대학이 통과했으며, 그 가운데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과대, 한림대 등 10곳이 최종선정됨.

 

1단계를 통과한 대학 중 대학간 통합을 내세운 대학은 모두 선정됨. 통합여부가 평가지표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대학간 통합이 선정에 유리하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국립대학 통합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 공주대와 공주교대, 충남대와 한밭대 등이 통합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임.


 

2. 국립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1) 바람직하지 않은 국립대 비중 축소

 

국립대 통합이 정원감축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정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함. 실제로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사업에 선정된 강원대-강릉원주대, 안동대-경북도립대는 사업신청서에 정원감축안을 제시함.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현실에서 국립대학을 줄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살펴볼 필요가 있음. 한국의 독립형 사립 교육기관에 등록한 학생 비중은 80%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음. 일본은 78%, 미국은 26%, 호주 22%, 독일 7% 등임.1) ,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는 국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체제를 갖추고 있음.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체제는 기형적으로 사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따라서 학령인구가 감소한다해도 국립대학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는 정부가 마음 먹기에 따라 기형적인 사학의존도를 줄이고 국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체제를 갖출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 이렇게 볼 때 국립대 통합은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라 보기 어려움.

 

2) 소규모 특성화대학 소멸시킨 국립대학 통합의 역사

 

우리나라 대학은 천편일률적인 종합대학의 형태를 띄면서 학생과 학과수를 늘려 양적팽창을 해왔음. 이에 교육수준의 향상, 재정투입의 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대학 특성화는 항상 제기된 우리 대학의 과제임. 그러나 국립대학 정책은 특성화된 소규모 국립대학을 종합대학 형태의 대규모 국립대학이 흡수시키면서 오히려 특성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음.

 

1992년 예산농전과 공주대 통합, 1995년 통영수전과 경상대 통합, 1996년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 통합하여 부경대 신설. 2001년 공주문화대와 공주대 통합, 2004년 천안공업대와 공주대 통합.

 

노무현 정부 시절 국립대학 연합대학 체제개편을 통해 대학간 역할 분담과 특성화를 추진하겠다며 부산대와 밀양대, 경북대와 상주대, 전남대와 여수대, 강원대와 삼척대, 충주대와 청주과학대 통합을 추진함. 당시 각 대학은 캠퍼스별 특성화를 내세웠음.

 

부산대는 밀양캠퍼스를 기존 농대 중심 인프라를 활용해 나노·바이오 분야로, 강원대는 삼척캠퍼스를 방재건설·관광레저·한방산업으로, 경북대는 상주캠퍼스를 복지분야 중견인력 양성으로, 전남대는 여수캠퍼스를 수산해양과 국제물류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했으나 오늘날 이들 캠퍼스 대부분은 특성화는커녕 낙후한 교육여건으로 퇴화하고 있음.

 

결과적으로 국립대 통합은 정부가 육성해야할 국립대학의 수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짐.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원사업으로 유도된 이번 국립대 통합도 이러한 과거의 되풀이가 될 가능성이 큼.

 

3) 국립대학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과정의 일환

 

한 대학에 1,000억 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글로컬 사업은 다른 재정지원사업과 비교해 볼 때 규모가 큰 편임. 그러나 지원규모가 크다고 현 정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가 높다고 보면 착각임.

 

국립대 통합을 촉발한 글로컬사업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이하 RISE)’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 RISE 체계란 지자체 주도로 지역발전과 연계하여 지역대학에 투자하고, 지자체의 대학지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체계를 말함. , 현 정부는 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한다는 목표 아래 RISE 체계를 도입함.

 

2023~2024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모든 지역으로 확대시행할 예정인 RISE 체계는 글로컬 대학을 중심으로 추진될 계획임. 실제로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30 사업계획에서 ‘RISE 체계 내에서 인재양성-창업-지역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컬대학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음.

 

따라서 글로컬대학에 지원하는 1,000억 원은 지방대학 위기 상황에 따라 일부 대학에 지원을 늘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국립대학 운영에 대한 책임이 지자체로 이양될 경우 국립대학의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으며, 지자체의 대학 관리감독에 관한 역량 부족으로 국립대학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

  

4) 대학구성원 의견수렴 외면한 졸속추진

 

국립대 통합은 글로컬대학 지원사업을 계기로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음. 실제로 통합을 추진하던 충남대와 한밭대가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채 사업계획서를 중복제출하여 탈락했으며, 부산교대 학생들은 부산대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음. 대학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통합 완료에만 글로컬 사업 기간의 절반이 지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2)

 

대학 통합은 중복된 학과 통폐합, 직원의 고용승계, 대학본부 및 주요 단과대학 소재지 결정, 정원 감축 등과 같은 무수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임. 따라서 오랜 기간 대학구성원의 의견수렴 등을 비롯한 내부검토가 필요함.

 

다른 나라에서도 대학간 통합은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추진됨. 20037국립대학독립행정법인법이 국회를 통과해 2004년 중반부터 대학 통합을 시작했다는 일본의 경우에도 실제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됨. 우리나라보다 늦기는 하지만 2007년도부터 대학 진학희망자 전원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었던 셈.

 

중국 역시 100개 대학을 세계 일류대학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의미의 ‘211공정1996~2000년까지 5년간 추진하고,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에 걸쳐 733개 대학을 288개 대학으로 합병함.

 


3. 지방국립대 정책이 나아갈 방향

 

1) 국립대 통합은 국립대 책임회피 정책의 일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식 교육이론이 지배적인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 안에서 국립대학은 사립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육비를 부담하는 교육기관 정도의 의미를 지닐 뿐 적극적으로 지원 육성해야할 대상이 되지 못함.

 

오히려 역대 정부는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책임을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해왔음.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국립대학을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국립대학 책임운영기관화, 법인화 등을 추진함.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지원도 최소한의 기본경비 외에는 사립대학과 동일하게 평가와 경쟁을 통한 차등지원의 형태로 이뤄져 결국 국립대학은 자체수익창출을 모색하거나 이마저 여의치 않아 기성회비 인상 등으로 재정을 충당하게 됨.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학의 양적팽창을 수수방관하던 정부정책은 정원감축 유도정책으로 전환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국립대학이 우선적인 정원감축 대상이 됨. 최근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권한 지자체 이양은 정부는 더 이상 국립대학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님. 이러한 과정에서 제기된 국립대학 통합은 아무리 캠퍼스별 특성화로 포장한다해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움.

 

2) 지방대 육성을 포함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방안 수립해야

 

서울대를 제외한 종합 국립대는 모두 지방에 소재. 따라서 국립대 육성은 지방대 육성의 핵심과제가 아닐 수 없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방국립대는 오랜 기간 정부정책에서 소외됨. 그 결과 2022년 기준 지역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는 서울대의 38%에 불과함.

 

최근 인구감소와 서울집중현상으로 지방소멸위기가 거론되면서 지방국립대 육성이 강조되고 있음. 내용의 타당성을 떠나 국립대학 육성사업, 글로컬 대학 30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서울대 10개 만들기등이 이슈가 되는 것도 지방소멸위기 극복방안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음.


그러나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인재양성과 양성된 인재의 지역사회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사회구조가 형성되어야 함. , 지방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지방살리기를 위한 국가전략이 필요하고 이러한 총체적인 계획속에서 지방대 육성이 병행되어야 함.

 

현 정부는 수도권공장총량제를 명시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취지까지 외면하면서 2042년까지 수도권에 300조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함. 이는 반도체 공장 수도권 몰아주기로 지방소멸위기를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음. 지역산업체와 연계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지방대를 육성하겠다는 정책과도 전면 배치되는 국정운영이 아닐 수 없음.

 

따라서 지방을 살리기 위한 국가전략은 전면적으로 새롭게 수립되어야 하며, 지방대 육성은 이러한 총체적인 계획과 맞물려야 성과를 얻을 수 있음. 그 과정에서 대학통합으로 국립대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정지원 확대로 국립대를 지역발전의 핵심기관으로 육성해야 함.

 

3) 통합반대를 넘어 국립대 육성을 위한 한 목소리 필요

 

국립대 육성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회복과 국가균형발전의 과제가 중첩되어 있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중요한 과제임. 또한 대학 등록금 인상, 사립대학의 부정비리, 지방대학의 위기 등의 문제가 심화하면서 국립대 육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 진보 보수를 떠나 정부와 국회에서 지방국립대 육성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

 

그러나 국립대 육성이 명분에 그치지 않고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 구성원이 어떤 목소리를 낼것인가가 매우 중요함. 국립대 통합 문제를 통합당사자간의 갈등으로 점철된 그들의 문제로 비춰지게 만들 것인지 국립대 육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제기할 것인지에 대한 대학구성원의 판단과 논의가 요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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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 경북대 인권모임 제공


1)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OECD 교육지표」, 2022

2) 김현아, "과감한 혁신" 글로컬대학 띄웠는데...통합에만 2년?, YTN, 202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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