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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1.12.27 조회수 :591
1. ‘미친 등록금의 나라’, ‘반값 등록금’ 이슈화로 전국이 들썩
2011년은 지난 수십 년간 고공행진을 거듭하다 1천만 원대에 이른 ‘미친 대학 등록금’을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진보․보수를 가질 것 없이 모든 언론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여론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급기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반값 등록금’ 추진 의사를 밝히게 되었다. 그러나 9월 발표된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은 국가 장학금을 일정액 확대하는 것에 그쳐 ‘반값 등록금’ 이행을 바라던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립대에 2012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기로 하고 서울시의회 예산 심의·의결을 마친 상태다.
올해 등록금 논쟁의 가장 큰 의의는 ‘개인 부담’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국민들의 인식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학 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또한 올해의 등록금 논쟁은 우리 사회 전반의 복지 확대 필요성을 확인하고, 여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대학 구성원들이 등록금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한 ‘등록금 심의위원회’ 도입이 시행된 첫해다. 하지만 전국 대학의 80%가 등록금을 인상했으며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구성문제, 개최횟수, 비밀유지 조항 등으로 인해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2. 용두사미 감사원 감사
‘반값 등록금’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6월 감사원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4백여 명의 감사인력을 투입해 ‘대학재정 운용실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예산편성 시 지출은 과다책정하고 등록금 외 수입은 과소계상하여 등록금 상승요인이 발생했으며, 사학법인의 학교운영경비 및 법정부담금 부담의무 해태 등이 있었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일부 사학의 교비 유출 등 사학비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결과는 그 동안 수없이 지적됐던 뻥튀기 예산 편성 등 방만한 재정 운영의 문제가 일부 사학이 아닌 전체 사학의 문제라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는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 사학 재정의 구조적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은 채 사립대학 재정운영의 문제점과 부정·비리 사례 적발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대안도 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아 애초 우려했던 정부의 ‘반값 등록금’ 책임회피형 감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리고 감사원은 대학별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에 대학들이 정부 방침과 다르게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3. ‘부실대학’ 선정, 대학 ‘퇴출’로 이어지다
지난 8월 교과 부는 2010년, 2011년에 이어 평가를 통해 하위 15% 내외의 대학을 선정해 정부재정지원을 제한하는 ‘2012학년도 평가순위 하위 대학 정부재정지원 제한 계획’을 발표했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장학금 지급률, 교육비 환원율, 학자금대출 상환율, 등록금 인상 수준, 산학협력수익률(전문대만 해당)의 9개 지표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 대학은 정부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부실대학’으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하위 15% 대학 선정을 시작으로 이들 중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 선정 → ‘경영부실대학’ 선정 → ‘퇴출’로 이어지는 구상을 그려놓고 있다. 실제 교과부는 지난 12월 ‘경영부실대학’ 4개교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실대학’을 걸러내는 평가지표의 50%를 차지하는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의 경우 지방대학에 일방적으로 불리할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들이 단기 취업자를 억지로 만들거나 위장 취업 등의 방식으로 취업률을 부풀리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한편, 부정·비리로 인해 지난 12월 교과부로부터 사실상의 퇴출인 학교폐쇄 명령을 받은 명신대와 성화대의 경우 소송제기 움직임이 이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과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부정·비리를 저지른 인사는 엄정히 사법처리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제도적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시범사례로 퇴출만 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4. ‘국립대 선진화 방안’ 시행, 법인화 압박
교과부가 지난해 발표한 ‘1단계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따라 2011년 2월 교육공무원임용령이 개정되어 단과대학장 임명방식이 직선제에서 총장임명제로 변경되었고, 2011년 국립대 신임교원부터 성과급적연봉제가 도입되었다. 이어 8월 23일 발표한 ‘2단계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따라 △국립대 총장직선제 개선 △총장의 대학운영성과목표제 도입 △학장 공모제 도입 △기성회회계제도 개선 △학부교양교육활성화 등 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은 정부가 행․재정적 제재를 통해 국립대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왜곡된 성과주의로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선진화 방안의 핵심인 총장직선제 폐지는 대학 민주화를 후퇴시키고, 정부 관치를 강화시키며, 궁극적으로 법인화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교과부는 9월 23일 국립 일반대와 교원양성대학 38교를 평가해 하위 15%에 해당하는 국립대 5교를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한 대학들은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지정에서 유예시킴에 따라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 선정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5. 서울대 법인화 무리수, 끊이지 않는 내홍
2010년 12월「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서울대법인화법)」이 통과된 이후 서울대 법인화를 둘러싼 내홍이 계속됐다. 서울대가 법인화될 경우 대학 공공성이 약화되고 정부재정지원은 축소되는 반면, 대학 자율성은 오히려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대학본부가 2012년 1월 1일 법인화 시행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에 맞추느라 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정관 제정, 교직원 신분전환 등을 추진한 탓도 크다.
이에 따라 서울대 교수, 직원, 학생들은 ‘서울대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울대 법인화의 문제점을 알려나갔으며,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고 법인화 재논의를 요구하며 대학 행정관 점거농성을 진행했다. 시민·사회단체인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1356명의 원고인단을 모집해 10월 17일에 서울대법인화법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서울대는 12월 22일 초대 법인 이사 후보 15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13명이 서울대 출신이고, 학외 인사에 사학법인 이사장, 대기업 회장 등 인사들만 포함되어 서울대 동문 중심의 교육계 기득권자로 이사회를 구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관 최종안도 함께 공개했는데 이사회 권한이 막강한 반면 이를 견제할 장치가 미비하고, 평의원회는 학생들은 배제한 채 47명 이내 교수와 3명 이내 직원으로 구성해 반쪽짜리 대표기구가 될 전망이다.
6. 비리재단 복귀, 사학들 몸살
사학분쟁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임시이사 대학에 정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비리로 물러났던 구 재단 측 인사를 복귀시키면서 학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분위는 지난 7월, 임시이사 대학이던 동덕여대에 이사정수 9명 중 5명을 구 재단 추천 인사로 선임했으며, 대구대에 이사정수 6명 가운데 3명을 구 재단 추천 인사로 선임했다. 대구미래대에도 정이사 7명 중에서 4명을 구 재단 추천인사로 선임했다.
사분위 결정에 따라 동덕여대 대학구성원들은 정이사 선임 결정에 대한 재심요구서를 사분위에 요청했으며, 대구대는 법인 사무국이 이사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한 날 종전이사 측 추천 이사들이 별도 이사회를 개최하겠다고 하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2010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세종대, 상지대 등에서도 구재단 복귀에 반대하는 분규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편, 임시이사 대학들은 9월 21일 ‘사학비리 척결과 비리재단 복귀 저지를 위한 국민행동’을 발족했다. 이들은 비리 사학재단을 감싸고 학교를 분규로 몰아넣는 사분위를 해체하고, 국정감사와 청문회로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7. 대학 내의 사각지대,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지난 1월 홍익대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홍익대는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49일간의 투쟁을 벌여 전원고용보장, 임금인상, 노조인정, 주5일 근무 등을 합의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홍익대가 노동자들에게 3억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홍익대 이외에 고려대, 이화여대 등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행되면서 교육기관인 대학의 비정함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학 비정규노동자 문제는 IMF 이후 정부의 무분별한 노동유연화 정책 속에 발생했다. 대학들이 단순 노무직을 용역업체에 하청을 주고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정작 고용승계나 노동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원청업체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해당 대학들은 한편으로는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축적해 놓아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한편, 대학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해당 대학 구성원들이 보인 반응은 천양지차여서 대학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과제를 남겨주기도 했다.
8. 앞길 막막한 법학전문대학원
2009년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2012년 2월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으나 변호사 공급과잉으로 인한 취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내년 2월이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 1400여 명(총 정원 1500명 가운데 자퇴자, 휴학생 제외, 예측치)이 배출된다. 여기에 사법연수원 41기(사법고시 51회)로 판사나 검사로 임관 받지 못한 변호사 700여 명이 같은 시기에 사회로 나와 결국 2100명이 취업을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올 2월에 사법연수원을 졸업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취업 재수 변호사까지 합치면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대형로펌이나 대기업이 적은 지방 로스쿨 학생들은 경쟁은 고사하고 실업에 대한 위기감마저 커지고 있다.
변호사 시험합격과 취업을 위해 대학별 로스쿨에서는 고시학원 강사 모셔오기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전문성·공익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특성화 교육은 외면 받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도입한 ‘학사관리 엄정화 방안’에 따라 상대평가가 강화되고, 유급제도가 도입되어 판검사 임용이나 로펌 취업에 유리한 과목에 수강생들이 몰리고, 학생 간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9. 숨 쉴 곳이 없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대학생들
올해 초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은 우리사회 경쟁지상주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카이스트는 2006년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세계 대학순위 상승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징벌적 등록금제, 전면 영어강의, 석·박사과정 연차초과자 수업료 납부 등의 제도를 도입해 논란이 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전국 대학에서 지난 9년간 연평균 230명의 대학생들이 자살했다. 초중고생 자살자 수보다 많다. 수많은 청춘들이 삶의 막다른 길에 몰려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수치다.
대학생들의 취업현실과 학자금대출 실태 역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4년제 대졸 취업률은 51%에 불과했는데, 이들 중 월급 150만원(세전소득) 이하가 4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들이 지난 9월 기준 2만9896명에 달했으며,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이 지난 6월 기준으로 4만794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러한 청년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창립한 ‘청년유니온’의 활동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노조설립이 허락되지 않아 법외노조로 활동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현실화, 30분 배달 폐지 캠페인, 주휴수당 지급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10. 대학캠퍼스 장악한 상업화 시설
최근 몇 년 사이 건국대, 고려대, 서강대, 숭실대, 고려대 등이 건설 자금 유치부터 운영까지 외부업체가 맡는 '민자 기숙사'를 신축하였다. 지난 2월 개관한 고려대 민자 기숙사의 기숙사비는 2인 1실 기준 월 39만5천 원으로, 3인 1실 기준 월 18만원이던 기존 기숙사와 비교해 두 배 넘게 올랐다. 건국대 '쿨하우스'역시 2인 1실 기준으로 한 학기(4개월) 기숙사비가 134만원이고, 의무적으로 내는 식비가 34만원이다. 1인 1실을 사용하려면 기숙사비만 한 학기에 200만원 넘게 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 외부업체들이 대학 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0월 고려대 총학생회가 캠퍼스 내 커피전문점 가격인하 운동에 나섰으며, 동국대의 경우 야회 휴게실 커피전문점 입점을 놓고 공사현장 점거 반대 시위까지 있었다.
대학들은 외부업체 유치와 관련,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데다 해당기업으로부터 발전기금을 받을 수 있어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값비싼 기숙사비와 커피 값 등으로 학생들 호주머니에서 이익을 빼가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뿐만 아니라 과거 사회적 분위기를 뒤늦게 따라가던 대학이 어느 순간 상업화의 최첨병이 되고, 학생들도 여기에 적응하면서 경제력에 따른 차별이 당연시되면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