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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멍에 씌워 강압 추진하는 국립대 구조조정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1.10.17 조회수 :618

지난 9월 23일, 교과부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을 발표했다. 국립 일반대와 교원양성대학(교대와 한국교원대) 38교를 평가해 하위 15%에 해당하는 대학(강원대, 충북대, 강릉원주대, 군산대, 부산교대)을 공개한 것이다.

 

‘부실대학’ 낙인에 대학들 분노와 동요 표출

 

교과부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을 퇴출까지 고려되고 있는 ‘경영부실 사립대학’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하지만, 해당 대학들은 ‘부실 국립대학’으로 낙인찍혔다는 당혹스러움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게 사실이다. ‘부실대학’ 문제가 집중적으로 보도돼 왔던 데다 교과부가 ‘경영부실 사립대학’ 문제와 묶어 함께 발표해 누가 보아도 ‘부실 국립대학’이라고 여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해당 대학들은 평가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충북대와 강원대 보직교수가 총사퇴했고, 충북대 교수·학생․동문 3천여 명이 모여 교과부 규탄 집회를 열었으며, 강원대 교수총회에서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 폐기를 주장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부산교대 교수회는 비상총회를 열어 총장 사퇴를 결의했고, 학생들은 수업거부 움직임까지 보였다.


설득력 잃은 평가지표들


대학들이 반발하는 핵심 이유는 평가 지표가 지방 국립대의 상황이나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정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을 지정할 때 평가 지표로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국제화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장학금 지급률,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록금 인상 수준, 대입전형 등 여러 지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을 총 40%(각 20%)나 반영해 “도세가 약한 대학”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항변을 낳고 있다.


특히 이 지표들은 대학의 자체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에 보다 큰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상황이고, 정부의 지방 차별 정책으로 지방대가 고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을 대학의 책임으로만 모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의 많고 적음도 그렇다. 국립대 재정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국고 지원이 적은 국립대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늘리려면 기성회비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등록금을 올리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해당 대학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평가 결과와 상관없는 교과부의 요구다. 교과부는 해당 대학들에게 개선 과제로 평가 시 취약했던 부분만이 아니라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중심적으로 반영해 제출하라고 했다.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란 총장직선제 폐지, 학부 교양교육 활성화, 기성회회계 운영 개선, 국립대 통폐합 등이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반영한 개선 과제는 일정 기간(1년 내외) 내 이행해야 하고, 미이행시 학생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교과부는 국립대 선진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로 국립대의 비효율적 운영체제가 국립대의 성과를 미흡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취업률, 충원율 등의 평가 점수가 낮은 것은 바로 비효율적 운영체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이번에 '구조개혁' 대상으로 내몰린 대학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국립대가 거의 동일한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다. 학벌주의 때문에 지난 반세기 동안 모든 국립대가 서울대 '따라하기'를 한 웃지 못할 결과다. 그런데도 이들 대학들에게만 '운영체제의 비효율'을 논하며 '구조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 설득력이 있는가?


강제와 강요로 얼룩진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


그러나 어디에도 이러한 해명은 없다. 하지만 당장 ‘부실대학’의 멍에를 쓴 대학들은 총장직선제 폐지를 비롯한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소수 몇몇 대학이 학생정원까지 감축하고,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해 나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평가는 교과부가 국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기 위해 ‘부실대학’ 이슈를 악용해 일부 대학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과부가 교원양성대학들에 취한 행태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교과부는 교원양성대학(교육대 10교와 한국교원대) 11교 중 9교는 총장직선제 폐지 등 선진화 방안 추진을 확약했다는 이유로 지정을 유예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총장직선제 폐지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이유 등으로 확약을 거부했던 광주교대와 부산교대는 정부의 부당한 압박을 받아야 했다.


애초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으로 지정됐던 모교대가 빠지고 부산교대가 지정됐는가 하면, 두 대학 모두 내년 신입생 정원 20% 가량 감축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과부는 내년 10개 교대의 전체 모집정원을 470명 줄 일 계획이었는데 이 중 절반(235명)은 10개 교대에 똑같이 할당하고, 30%(141명)는 교원 임용률에 따라 대학별로 차등 할당하며, 나머지 20%(94명)는 부산교대와 광주교대에 각각 47명씩 할당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결국 이 두 대학은 정부 압박에 무릎을 꿇고, 최근 정부 구조개혁안에 동참하겠다는 항복 선언을 했다.


정부 책임 회피하려는 ‘구조개혁’ 당장 중단해야


이주호장관은 최근 교원양성대학들이 “총장 공모제를 자발적으로 도입”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자율과 책임”을 신념처럼 부르짖던 장관이 과연 그 의미를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자율은 대학 자치에 기반한다. 따라서 운영 체제의 문제도 대화와 협의 속에서 대학 구성원이 스스로 선택해야 할 몫이어야 한다.


또한, 국립대학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으며,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국립대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책임은 다하지 않고, 대학에 부당한 간섭으로 대학 자치를 훼손한다면, 당장은 강압에 머리 숙일지 몰라도 그건 지지와 수용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몰아넣고, 강압과 강요로 일관하는 국립대 구조조정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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