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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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려 꼼수만 부린 부실한 등록금 대책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1.09.08 조회수 :448

정부와 한나라당이 8일 대학 등록금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우선 7천5백억 원을 들여 소득3분위까지 국가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대학들이 자구노력으로 7천5백억 원만큼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하거나 장학금을 확충하면 정부가 7천5백억 원을 매칭해서 소득7분위까지 확대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이렇게 하면 5% 수준의 명목 등록금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정부 방침대로라면 그 동안 450만 원씩 지급됐던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220만 원씩 지급됐던 차상위계층대상자의 장학금은 계속 유지되고, 소득2분위와 3분위 학생들에게 각각 135만 원과 90만 원의 장학금이 추가된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이 7천5백억 원이다. 어찌됐든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복병이 있다. 성적 조항이다. 정부는 소득3분위까지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으려면 평점 ‘B 학점’ 이상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학생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장학금을 못 받을뿐더러 상황에 따라 7천5백억 원 조차 모두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나머지 7천5백억 원이다. 정부는 대학들이 7천5백억 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하면 그에 대응해 국고 7천5백억 원을 대학에 지원해 학생들이 추가 등록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이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7천5백억 원은 지급되지 않는다. 결국 일정부분 장학금을 지원 받는 일부 저소득층 학생들을 제외한 다수의 학생들은 대학의 자구 노력 결과에 따라 등록금 감면 여부가 결정 나게 된다.

 

등록금 문제 해결 주체가 정부에서 대학으로 뒤바뀐 것이다. 피눈물 쏟는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를 정부가 생색만 내고 책임은 대학에 묻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으로 일차적 원인을 제공한 대학들 책임도 작지 않지만, 정부가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주는 식’의 정책을 내놓고, ‘나머지는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 해서는 안된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자구노력으로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장학금을 확대하면 정부가 추가 예산을 지원하고, 이 예산을 다시 학생들에게 지원해야 한다. ‘학교 예산만 축난다’고 생각한 대학들은 여론의 눈치가 보이기는 하겠지만 국고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 대학들이 이렇게 하더라도 정부가 제어할 뾰족한 수가 없다. 특히 올해 물가인상률이 4% 이상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법이 정한 기준(물가인상률의 1.5배)으로 하면 6%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매칭으로 조성한 7천5백억 원을 모두 집행하지도 못한 채 학생과 학부모들의 원성만 더 사게 될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오면서 2012년 대책만 내왔을 뿐 2013~2014년 등록금 경감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계속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제도적 장치마련으로 안정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급조된 대책을 발표해 민심을 움직여보려는 꼼수가 보이는 대목이다.

 

진정성 없는 이번 대책은 결과적으로 ‘5% 수준의 명목 등록금 인하’는커녕 현 정부에 대한 분노만 더 키우는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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