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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1.02.17 조회수 :551
사립대학들이 다시 등록금을 올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중 26교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고 그 중 동국대·동아대(4.9%)가 인상률 상한선(5.1%)에 거의 근접한 인상률을 보였다. 다음으로 건국대(4.7%)·세종대(4.5%), 중앙대·성균관대·경희대(3.0%), 고려대·서강대·한양대(2.9%)가 인상을 결정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직접 나서 동결 내지 소폭 인상을 권고하고 인상 대학에는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까지 했지만 대학들은 귀담아듣지 않거나 듣는 시늉을 내는데 그친 셈이 됐다.
2011년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로 중요한 한 해였다. 우선, 개정 고등교육법이 처음으로 시행돼 인상률 상한제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올해 인상률 상한은 직전 3개 연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인 5.1%였다. 또한, 대학구성원이 참여해 등록금 산정을 심의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도입됐다. 여기에 전·월세 대란에 따른 주거비용 상승 등 각종 물가상승과 맞물려 등록금 문제가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관심을 고려해서인지 정부도 초기에는 각 대학에 동결을 요청했으나 서울 지역 사립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면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 대학들은 교과부 경고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인상에 나섰을까?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2년 연속 동결에 따른 재정 압박을 이유로 들었지만 동결한 여타 국립대나 사립대에 비해 이들 대학만이 압박을 받을 리는 없다. 따라서 이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재정적 이익을 정부 권고의 무게보다 훨씬 크게 여겼다 할 수 있다. 교과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대학들 입장에서는 금전적으로 볼 때 등록금을 소폭이라도 인상하는 게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동결한 대학들 역시 국고 지원 감소보다는 정부와 관계를 고려한 동결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교과부는 대학들이 별반 압박을 받지 않는 ‘속 빈 강정’ 같은 대책으로 인상을 억누르다가 그나마 실패한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교과부는 등심위가 도입된 첫 해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각 대학은 등심위를 학칙에 명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임의대로 회의를 개최했고 구성에 있어서도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학생들을 1~2명 참여로 제한시켰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는 자료요청에 대한 권한도 무시하기 일쑤였다. 민주적인 등록금 논의 절차로 기대를 모았던 등심위는 유명무실해져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교과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대학들을 방치했다.
교과부와 대학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이제 더 이상 미시적인 대책으로는 등록금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인상률 상한인 5.1%는 국민들 요구와는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었고 교과부도 이를 인지해 3%라는 이도저도 아닌 나름의 상한선을 제출하게 됐으나 이마저도 따라주지 않은 대학들이 나왔다. 결국 대학을 견인할 수 있는 재정지원 예산 확보, 법적 근거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해와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교과부와 달리 국회에서는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반값등록금’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재정확보방안으로 내국세에서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에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발의해 놓았다. 민주노동당 역시 ‘직전 3개년도 월평균 가계소득 수준인 한 학기 150만원’ 실현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인 GDP 대비 1.1% 수준으로 증액하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등록금 상한제와 등심위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활동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상황에서 등록금 부담 줄이기는 곧바로 ‘서민감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반값등록금’이 진보·보수를 따지지 않고 전 국민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도 더 이상 고집을 버리고 대세에 동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