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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2.11.30 조회수 :1,305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예산 지원, 교육 과정, 특성화 전략 설립 등 교육부가 갖고 있는 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인재 양성 부서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취임 전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지난 23일 건양대에서 열린 '산업과 연계한 지방대 경쟁력 강화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내년 1월까지 지방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정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주호 장관은 정부 권한의 지자체 이양에 대해 “대학도 결국 지역 사회 일부분이다. 이젠 지역 대학이 중앙정부 전략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신산업 발전의 허브(hub)가 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방대학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명분은 그럴 듯 하지만 고등교육이 처한 현실을 봤을 때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지자체 이양 시, 학령인구 감소 대응 불가
우선, 범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어렵다. 현재 지방대학이 처한 어려움의 일차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이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적정 규모화 계획’에 따르면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1만 6천 명이다. 1만 6천여 명을 감축하더라도 2025년 미충원은 4만6천여 명 선으로 예상된다.1)
현실적으로 미충원 상당 부분은 지방대학에서 나타날 것이다. 정원 정책 권한이 지자체에 이양될 경우, 지자체장은 지역 대학 정원을 어떻게 조정할지, 부실 운영 대학에 어떻게 조치할지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한다. 그러나 4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자체장 입장에서 지역 대학 정원을 줄이거나 퇴출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사학 운영자 중에는 지역 토호이거나, 정치권 고위 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정원 감축을 최소화하고, 부실 대학에서 제외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다. 지자체장들이 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원 정책을 비롯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예산 지원 역시 합리성과 공정성 기대 어려워
예산 지원과 관련해서도 똑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주호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부 대학 예산이 사업별로 쪼개져 대학에 내려가는데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내려 보내니 대학이 그걸 따내려 보고서 준비에 매달린다. 앞으론 예산을 지역에 통으로 내려 보내 지자체장과 대학이 어떻게 쓸지 같이 상의해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예산의 지자체 위임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 방식만 바꾸면 해결된다. 우리 연구소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총액 지원하되, 사후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주호 장관이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그럴 생각은 않고, 지자체에 예산 지원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한다. 그럼 지자체는 대학에 예산을 지원할 때 목적을 정해 지원하던 기존 교육부 방식과 다르게 할 수 있을까.
특히 앞서 지적한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선출직 공무원인 지자체 장이 선거를 의식해 자신의 업적을 내세울 수 있는 정책을 세우고 그 분야에 집중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지자체장과의 친소관계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해당 지역 교수 등의 성향에 따라 지원 대학과 액수가 정해질 가능성도 크다.
사립대학 관리·감독 부실 우려
사립대학 관리·감독 부실도 우려된다. 지금도 사학 운영자들은 정부 관리 감독이 대학의 자율성을 해친다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관리·감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1년 법률을 개정해 사립대학 관련 권한을 위임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대학 설립 기준, 인가권, 지도·감독권, 시정 또는 변경 명령, 교육과정 운영, 학생 정원 등의 권한을 갖는다. 운영 초기 도 조례의 미흡함으로 인해 대학 설립(전환) 기준, 증원 등 기준이 미비했고, 이로 인해 도내 사립대학의 방만 운영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2) 일례로 전형 외로 학생을 불법 모집했음에도 적발되지 않았고, 이후 대학 구성원들이 비리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외에도 제주도는 제주사립대학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전문적 시스템이 부족하고, 부서 간 이동이 잦아 대학 제반 문제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3)
산학연을 통한 지방대학 육성 한계
정부 구상대로 지자체 이양을 통해 지방대학이 ‘지역에 필요한 신산업 발전의 허브(hub)’가 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동안 지자체와 지역 산업체, 대학 등이 연계한 사업은 지방대학 육성정책의 한 축이었다.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NURI 사업,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광역경제권 인력양성사업은 대학을 중심으로 지자체, 산업체, 연구소 등이 참여해 지역발전 전략을 도모하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산업체를 비롯한 각종 사회·문화시설의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이 지역 산업발전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컸다. 단적으로 2020년 지방 사립대학 학생 1인당 산학협력수익은 47만 원으로 수도권 114만 원의 41%에 불과했다. 지방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방대학이 배출한 인재와 생산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 한 지방대학이 지역 산업 발전의 허브로서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크다.
지방대학 정책, 정부 차원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연계해 수립해야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미충원, 재학생 이탈, 대학 재정 감소,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 심화, 취업난 등 총체적 위기에 놓여있다. 지방대학 위기는 정부가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명확한 정책 기조를 수립하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종합적, 단계적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진척될 수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체 대학 정원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정부 재정지원 규모를 어느 정도로 확대하고 어떻게 배분할지, 대학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 중앙 차원에서 조정하고,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 문제를 넘어 정주 여건, 취업 등 ‘사회’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대학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겠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지방대 육성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기는 것이다. 특히 이주호 장관은 과거 대학 설립을 자율화해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원인을 제공한 인사다. 그런데 이제는 위기에 처한 지방대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겠다고 한다. 지방대학의 미래는 지자체와 지방대가 알아서 하라는 전형적인 적자생존의 시장주의자다운 발상이다.
윤석열정부의 대학 권한 지차제 위임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국회에서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1) 대학교육연구소 논평, 자율적 정원감축 한계 드러낸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2022.09.15)
2) 허호준, "제주한라대 방만운영 부른 조례 수술", 한겨레, 2014.12.18.
3) 정민, 제주사립대학의 문제와 대안 모색-지도감독권 이양 이후를 중심으로, 제주연구원 제52집, 2019,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