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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2.11.16 조회수 :987
지난 15일, 정부는 11조 2천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고등교육 특별회계’)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장학금 등 학자금 지원을 제외한 교육부의 기존 대학 관련 사업예산 8조 원과 국세분 교육세 3조 원, 일반회계 전입금 2천억 원으로 11조 2천억 원을 확보하여 고등․평생교육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방적으로 추진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축소와 고등교육 예산 증액
이번 특별회계 구상에 담긴 국세분 교육세 3조 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되어 초․중등 교육비로 쓰였던 돈이다. 초․중등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한 초․중등 학교 구성원과 시도교육청, 교육단체 및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를 밀어붙인 셈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는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계속 늘어나서 불합리하다’라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과밀학급 해소, 노후시설 개선 등 교육예산을 늘려 해결해야할 초중등교육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를 외면하고 학생이 줄어드니 교육비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십 년간 침묵하다 갑자기 등장한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 확대 필요성
정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고등교육특별회계를 추진하면서 유독 고등교육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대부분 국가는 전체 경쟁력과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유사한 수준이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4~50위권 수준에서 지속 정체’하고 있고, ‘2019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는 $11,287으로, OECD 평균 $17,559의 64.3% 수준에 그치며, 격차도 커지는 추세’며, ‘국가 GDP 대비 정부 고등교육 지원 비율은 OECD 수준에 지속 미달’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30여 년 전부터 정치권을 비롯해 교육 관련 시민사회단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지금까지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 특히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기획재정부는 수십 년간 지금처럼 반응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재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가 한 목소리로 고등교육예산 증액 필요성을 구체적 수치까지 들어 강조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가 고등교육 예산 증액보다는 교부금 축소를 위한 근거 논리로써 국제 비교를 들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열악성을 강조한 것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정부가 증액한 예산 3조 2,000억 원 가운데 교부금에서 가져온 3조원을 빼면, 일반회계에서 순증한 규모가 2,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고등교육예산 증액, 대학 위기 극복에 도움될지 의문
그렇다면 예산이 늘어나는 고등교육 입장에서는 이번 방안이 환영할 만한 일일까. 이번 방안대로라면 고등교육예산은 3조 2천 억 원(국세분 교육세 3조 원, 일반회계 전입금 2천 억원)이 순증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 9,000억 원(증액), 대학·지자체·지역산업·혁신기관간 협력지원사업(RIS) 380억 원(증액), 지방대 특성화 5,000억 원(신설), 지역연구중심대학 3,500억 원(신설), 국립대 노후시설 개선 6,000억 원(증액), 국립대 기자재 확충 2,500억 원(증액) 등 예산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기존 사업의 추가 증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번 예산 증액이 교육부가 밝힌 통계처럼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대학들에도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일 수 있다. 특히 국립대학은 시설 개선과 기자재 확충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산 증액이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우리 대학들에 크게 도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90년대 들어서야 정부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본격화된 정부 지원도 일부 대규모 사립대학이 독식함에 따라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등록금에 의존하면서 항상 재정난에 시달렸다.
이처럼 열악한 재정 구조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소한의 인건비와 운영비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지방사립대학과 전문대학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증액한 3조 원 가운데 사업비 일부를 교직원 인건비와 경상비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부금 축소 논리는 대학에도 적용될 수 있어
오히려 정부의 고등교육 특별회계 도입 논리를 보면서 더 큰 우려가 드는 부분도 있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학령인구 감소는 초중등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우리 연구소 추계 결과,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0년 51만 명에서 2024년 43만 명, 2040년엔 현재의 절반인 2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해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 논리대로라면, 지금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2040년에는 대학 예산도 그만큼 삭감해야 한다는 얘기도 가능해진다. 최소한 삭감은 아니더라도 고등교육 예산을 현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이 더 높아진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정부, 교부금 축소를 위한 논리가 아닌 고등교육 미래 위한 예산 제시해야
정부가 실제 고등교육을 걱정하고 예산을 확충하려면 지금처럼 교부금 축소를 위한 논리로서가 아닌, 고등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에 따른 예산 확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 논리에 따라 역량 안되는 대학은 퇴출시키고, 남는 대학만 육성하겠다는 단순 논리로 가서는 안된다. 정부가 고등교육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 대학, 즉 퇴출 대학 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 위기의 근본 원인인 사립대학 중심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이를 해소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미래 설계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연구소는 고등교육의 미래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제안하면서 사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지역 사립대학 수준’ 또는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 규모 등을 제시한 바 있다. |
정부는 ‘고등교육 특별회계’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제정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는 고등교육 특별회계 법률안과 예산 심의과정에서 필요성과 타당성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11월 1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장상윤 교육부차관 등이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