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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9.08 조회수 :539
7일 교과부는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 대학의 교육여건 및 성과와 관련된 지표를 활용하여 대학을 평가, ‘제한대출그룹’ 24교, ‘최소대출그룹’ 6교 등 총 30교를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으로 선정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제한대출그룹’에 포함된 대학 소속 학생은 등록금의 70%를, ‘최소대출그룹’에 포함된 대학 소속 학생은 등록금의 30%만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 연구소는 이번 방침에 대해 학자금 대출제도를 대학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논평 '무엇을 위한 학자금 대출 차등화인가'(2010. 08. 05)>
아니나 다를까 교과부가 명단을 발표하자 이들 대학은 곧 ‘구조조정 대상대학’, ‘부실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학자금 대출한도의 내용을 보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데 실제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발표에 따라 대출에 제한을 받는 학생은 대출한도 제한대학의 ‘신입생’ 중 ‘일반학자금’을 대출받은 ‘소득 8~10분위’에 해당하는 학생으로, 이에 해당되는 학생은 누가봐도 극소수다.
뿐만 아니라 도입목적과 실행방안도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 선정은 ‘취업 후 상환제’가 도입되면서 제기되었고, 정책의 목적도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여 취업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상환율을 높이자는 데 있는데 정책의 적용대상에서 막상 ‘취업 후 상환제(든든학자금)’는 제외되었다.
따라서 교과부가 내세운 ‘학자금 대출제도의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취지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방침을 대학퇴출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교과부는 올해 ‘학자금 대출 한도 대학’으로 선정되었더라도 재평가받아 향상도를 인정받으면 내년에는 대출제한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학간판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한 번 찍힌 대학이 ‘패자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높아져야 재평가 받을 수 있는데 이들 대학의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명단발표 이후 더 높아질리 만무하다.
결국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은 질높은 대학으로 재탄생하기보다 퇴출대학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이들 대학이 퇴출되어도 무방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서둘러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마저 적지 않다. 이러한 반응과 주장에 힘입어 교과부도 앞으로 퇴출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 분명하다.
교과부가 구상했을 법한 시나리오를 말하자면, 학생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학자금 대출제한이라는 명분으로 대출한도 제한대학을 선정하고, 이들 대학이 결국은 벼랑끝으로 내몰려 대학문을 닫을 것인가 말것인가 기로에 서게 되면 교과부는 대학퇴출 통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이유로 학교법인 해산시 남은 재산을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재촉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일정한 보상없이는 문닫기 어렵다고 버티고 결국 정부가 잔여재산 직접 환원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퇴출의 최대수혜자는 부실운영의 책임이 있는 운영자가 되고, 최대피해자는 배움터와 일터를 잃는 학생과 교‧직원이 된다.
대학퇴출은 부실대학이라는 이유만으로 간단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다수의 지방대 몰락에 따른 국가균형발전의 문제, 교육기관이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잔여재산 환원의 문제, 학생과 교직원의 신분보장의 문제 등 심사숙고해야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추진된 정책의 후과가 얼마나 큰 지는 우리가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 대학퇴출은 1996년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 실패의 산물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이후 우후죽순 대학이 설립되었고 이들 대학 대부분은 부실운영을 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에 포함된 일반대학 15곳 중 10곳이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이후 설립된 대학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설립준칙주의 제정 주체인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사과 한마디 없이 대학퇴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라는 미명 아래 밀어붙인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이 오늘날 참담하게 대학퇴출로 귀결되었듯이 부실대학 청산으로 밀어붙이는 대학퇴출정책은 대학설립준칙주의의 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한다. 그리고 퇴출유도 정책을 중단하고 ‘부실대학’에 대한 대처방안에 대해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