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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8.20 조회수 :672
지난 8월 10일, 교과부는 “글로벌 교육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의 대외 개방 관련 이명박정부의 첫 번째 종합방안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및 질 제고 △우수 외국학교 유치 △국내대학 해외진출 지원 △이러닝(e-learning) 세계화를 “교육경쟁력 강화와 유학․연수수지 적자개선 효과가 큰” 4대 정책과제로 선정했다. 이 중 외국대학 유치 및 국내대학 해외 진출은 국내 대학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정부는 외국대학 유치를 위해 설립 기준을 지금보다 더 완화하고, 정부 및 공공재원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1996년 외국교육기관 유치 계획을 발표한 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대학은 두 곳이다. 정부는 성과가 미흡하다고 판단, 외국대학 진출을 활성화할 방안을 준비해 왔다.
그렇다면 외국대학이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큰 수익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외국대학은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투자 비용 감소 차원에서, 외국대학 설립기준을 완화하고, 정부‧공공기관 재원으로 교지‧교사를 무상으로 장기(20~50년)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익 보장차원에서, 결산상 잉여금을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교육경쟁 강화를 위해 국제적 교류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국제 교류를 위해 꼭 외국대학을 유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대학을 유치해 선진 학문과 기술을 도입하고, 유학․연수 수지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기대일 뿐이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대학이 해외 분교에 지식을 그대로 전수할 리 없다. 국내 유학․연수 수요를 어느 정도는 흡수하겠지만, 해외유학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대학들이 우리나라 정부 지원까지 받아 챙긴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까지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인데, 그에 상응해 우리가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외국대학 유치를 위해 우리의 손익은 따지지도 않고 외국대학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외국대학들의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정부가 외국대학 유치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인 송도글로벌캠퍼스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 9월부터 개교하는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학생은 중국인 학생 17명이 전부라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대 등은 입주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조성자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송도글로벌캠퍼스는 부동산 개발수익으로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금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정부 발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송도글로벌캠퍼스 사업의 와해를 막아보려는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만약, 와해를 막기 위한 방책이라면 대학의 질을 가리지 않고 외국대학을 유치할 수도 있다. 자칫 영리대학까지 유치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어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진의가 무엇이든, 외국대학 유치 사업이 우리에겐 별다른 이익 없이 커다란 국가 재정 손실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대학 유치 사업에 대한 근본적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이명박정부는 처음으로 국내대학의 해외분교 설립 계획을 구체화했다. 해외분교 설립 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설립 재원이다. 해외분교 설치에 거액의 자금이 투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교비로 해외분교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는 등록금 해외 유출과 다르지 않다. 등록금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립대학 상황에서 교비로 해외분교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니. 이렇게 될 경우, 국내대학 부실화는 시간문제다. 교육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우리나라 대학 현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튼튼한 재원 마련 없이 어설피 해외진출에 나서 분교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한국 대학교육에 대한 이미지만 훼손하고 `학위장사`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그렇다고 교비로 해외분교 교육여건을 확충하도록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쪽 모두 실패하거나, 어느 한 쪽이 희생양이 돼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 관할청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 해외분교가 비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6월, 모 대학 총장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 후 교비를 빼돌린 것이 적발된 적이 있다. 해외분교로 전출한 후 교비를 빼돌릴 가능성 역시 있다. 교육과정에 연수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국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중 돈벌이에 나설 수도 있다. 해외 분교가 한국계 외국인을 대상으로 기부금입학 등 부정입학의 온상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더욱이 우리가 해외에 진출하면, 외국도 우리나라로 진출할 수 있는 게 WTO, FTA 시대의 국제 질서이자 원칙이다. 해외분교를 계획하고 있는 대학은 서울대, 동국대, 홍익대, 숭실대 등이다. 이들 대학이 먼저 진출을 꾀하자 교과부가 법제도 정비에 나선 측면이 강하다. 각 대학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출한 것이지만, 정부는 전체 대학교육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해외분교 설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국내 대학에 대한 보호 장치도 깨질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교육기관의 진입․진출은 막대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며, 그만큼 실패에 따른 손실도 크다. 국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 우리나라 교육 전반을 왜곡하거나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조사와 계획을 필요로 한다. 장시간 추진해온 외국대학 유치 사업이 난항에 부딪히고 있다면, 맹목적인 추진보다 근본적 사업 검토와 현황을 분석해야 하는 게 옳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분교 설치는 이명박정부가 처음 실시하는 사업으로 아직 첫 삽을 뜨기 전이다. 또 다른 삽질이란 비난을 사기 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