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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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교협, 전문대와 직업교육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는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5.11 조회수 :503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는 지난 4일, 프레스센터에서 ‘2010 직업교육 선진화정책 대토론회’를 열어 고등직업교육 선진화 정책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수업연한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전문대교협은 수업연한에 대한 규제완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수업연한에 매이지 않은 채 기능과 역할 중심으로 고등교육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수업연한 중심의 구태의연한 고등교육체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수업연한 자율화에 담긴 전문대학의 보다 솔직한 바람은 일반대와 전문대 학제구분의 단계적, 점진적 철폐다. 4년제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 운영, 학장에서 총장으로 대표자 명칭 변경 허용, 교명으로 ‘대학교’ 사용 허용, 3년제 학과 설치 기준 폐지 등 최근 전문대교협이 내세운 일련의 요구 내용은 모두 일반대와 전문대 구분 폐지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이 위기라고 한다면 전문대학은 위기를 넘어 붕괴 직전에 놓여있다. 전문대학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위기이므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갈수록 다양하고 전문화된 기술 및 직업 수요가 늘어나는 시대적 변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전문대교협이 토론회에서 성명서까지 발표한 배경에는 이러한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해법으로 ‘일반대와 전문대의 구분 폐지’를 들고 나온 전문대교협의 모습에는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의 미래에 대한 진정성 담긴 고뇌가 아니라 일반대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아 학생모집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얄팍한 계산만 보이니 문제다.

 

그간 정부의 지원, 사회적 인식 등 모든 면에서 전문대는 일반대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차별 대우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해왔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전문대의 93.1%를 구성하고 있는 사립전문대는 그간 전문대 위기론과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 학생들의 무저항 등에 힘입어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해왔으며 그 결과 2009년 현재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은 599만 6천원으로 일반대 학생 1인당 평균등록금(742만원)의 80.8%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교육여건은 형편없다. 전문대학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는 39.7명으로 일반대학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 30.5명보다 무려 9.2명이 많다. 전문대학의 교육여건이 열악한 것은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전문대 운영자들의 투자 노력이 부재한 탓도 크다. 2008년 전문대학 전체 예산에서 법인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오십보 백보이지만 일반사립대 법인전입금 비율이 4%인 것에 비하면 적어도 너무 적다.

 

가뜩이나 재정이 빈약한 상황에서 전문대학 운영자들은 소규모 특성화를 꾀하는 운영의 묘를 살리지도 못했다. 부정비리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서해대학, 동주대학, 신흥대학, 창신대학, 목포과학대학, 마산대학 등 여러 전문대학이 교수채용비리, 공금횡령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대와의 구분을 없애기 위한 각종 규제완화만을 요구하는 전문대학 운영자의 모습이 우리나라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참교육자의 모습으로 비칠 리 만무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규제완화’를 신봉하는 현 정부가 이러한 요구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수업연한의 규제완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전문대의 규제완화 요구를 대거 수렴하는 과정에서 국제화 거점 전문대학 육성 등 차등지원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의 전부다. 여기에 이번 토론회에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제시한 영리법인의 단계적 허용까지 관철된다면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전문대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영국, 미국, 핀란드, 독일, 호주 등이 직업교육기관을 공립으로 운영하면서 정부의 투자를 늘려 적극적으로 직업전문화 시대에 대처하는 모습과는 너무도 상반된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전문대 운영자와 정부당국의 인식의 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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