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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국회서 철저히 따져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22.07.21 조회수 :1,088

정부가 19일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양성을 주문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그러나 당시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수도권대학 정원 규제완화가 언급되면서 반도체 인력양성정책이 지방대학 시대라는 국정과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수도권정비계획법 범위 안에서 그동안 수도권대학이 줄인 정원 8천 명의 여석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대학 정원증원 예고, 지방대 위기 가중될 것


정부가 8천 명을 마치 활용 가능한 ‘여석’으로 해석해 수도권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은 큰 문제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온 역대정부의 구조조정은 공통적으로 수도권집중이라는 범사회적 현상을 외면한 채 정원감축 부담을 일방적으로 지방대학에 강요해왔다.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노무현정부 이후 지방대학 입학정원은 14만 5,573명(2003년~2021년)이 줄었다. 같은 시기 수도권대학 입학정원은 3만 5,101명이 감소했다. 따라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려면 수도권대학의 정원감축 노력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감축한 인원마저 되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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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19(),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미지=교육부 누리집 갈무리)

 


‘계약정원제’ 역시 수도권대학의 모집인원을 확대시킬 소지가 크다. 정부는 별도의 학과를 정원외로 신설하던 기존의 계약학과 규정을 완화해 기존학과에 기업체와 협의된 규모의 학생을 정원외로 한시적 증원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계약학과 학생모집에서 수도권대학이 지방대학보다 더 유리함을 감안하면 정원외 모집의 수도권 쏠림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방안은 수도권대학 정원증원을 예고하는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 정책과도 충돌한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학령인구 감소 대응 방안’을 통해 각 대학에 ‘2023~2025 적정규모화 계획(정원감축안)’을 지난 5월 20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맞춰 대학들은 정원감축안을 준비해 교육부에 제출했을텐데 정부가 정원증원방안을 내놓았으니 대학으로서는 혼란이 아닐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를 맞아 정원 감축 여부에 대해 일관된 신호를 보내야 할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관련 문제 의식 부족한 사회부총리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방대 위기를 바라보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인식이다. 박 부총리는 이번 방안과 정원감축 정책과의 관계에 관한 기자질문에 대해 미국 중국 등과 우수인재 총량을 맞추기 위해 반도체 인력양성계획은 넓게 잡고 한계대학에 대해서는 퇴로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2040년이 되면 만 18세 인구가 지금 수준의 절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이를 ‘대학 퇴출’만으로 대응할 경우 지방대학은 위기를 넘어 소멸에 직면할 것이고 이로 인한 지역사회의 경제적·사회적 손실은 전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선 회생 후 퇴출’을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서울 주요 대학 전․현직 총장들조차 이제는 서울 대규모 대학의 정원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박 부총리가 이런 문제의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요 예측과 예산 확보 계획 부실 속에 규제 완화만 확대


지방대학 위기를 무릅쓰고 반도체 인력양성을 해야 할 만큼 반도체 인력양성계획이 치밀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지난해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은 10년간 3만 6천 명의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한 반면, 이번 방안은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반도체 산업매출 증가율 등의 전망을 반영한 수요예측치에 근거했다고 답했다. 시장 경기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이러한 수요예측만 믿고 인력을 양성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대졸자의 실업난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이외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해놓고 뚜렷한 재정 규모나 지원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대신 이번 방안은 규제 완화로 점철되어 있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경우 정원증원시 적용되는 4대 요건(교지·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 가운데 교원확보율 조건만 충족하면 정원증원을 허용하고, 국립대의 경우 첨단분야 학과 증설시 교원확보 기준인 전임교원 확보율 80%를 70%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교원자격 기준도 완화하여 반도체 학과 강사, 겸임·초빙교원 등의 자격을 학교법인정관에서 정하도록 하는 특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첨단분야 인력수 늘리기에 급급하여 교육여건의 부실화를 노골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는 정부 방안의 실효성과 타당성 엄밀히 평가해야 


역대 정부에서 대학 인재육성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특정학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교육부장관, 기재부, 과기부, 고용부, 산자부, 중기부 관계자 등이 총출동해 합동 브리핑을 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지방대 총장들이 1인 시위를 하고, 박 부총리를 만나 정부 방침에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수도권 대학 중심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소통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발언과도 배치된다.


정부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은 예산심의 등 국회 논의를 거쳐야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국회는 정부 방안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엄밀히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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