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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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11.12 조회수 :467

지난 3일,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이하 “취업후 상환제도”) 시행방안”이 공개되면서 적지 않은 비판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월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취업후 상환제도 도입을 전격 발표하면서 구체적 운영방안을 9월 중 확정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까지 그 운영방안이 공개되지 않다가, 정부가 한국장학재단이 발행하는 채권 보증을 서는 것에 대한 국회 동의를 얻기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시행방안을 보고하면서 취업후 상환제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보고한 시행방안이 지금까지 정부가 밝혀왔던 것과 크게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시행방안에 따르면, 연간소득이 1,500만 원을 초과한 시점부터 연간소득에서 1,500만 원을 제외한 금액의 20%(연간 소득이 5,000만 원 이상이면 30% 적용)를 상환해야 한다. 연간소득 1,500만 원은 최저생계비(2009년 4인 가구 기준 연간 1,592만 원)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최저생계 수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학자금 상환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더욱이 초과 소득의 20%를 상환하도록 한 것은 대다수 서민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연간소득이 3,000만 원이면 연 300만 원, 4,000만원이면 500만원, 5,000만원이면 1,05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특히, 저소득층은 빈곤탈피를 위해 쓸 수 있는 가용 자산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학자금 상환이 계층이동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교과부가 지난 7월 발표에서 “상환기간은 최장 25년 이내에서 대출자 본인이 소득상황 등을 감안하여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것과 전혀 다르다.


학자금 상환 관리방안은 더욱 문제이다. 졸업 후 3년까지 상환을 시작하지 못하면 무직자, 전업주부라도 재산조사를 벌여 소득을 산정하고, 그 후에도 1년간 상환하지 않으면 원리금 전액을 상환하거나 일반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조세 탈루 등 불법적 미상환자에 대한 관리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졸업 후 3년 이후부터 재산조사까지 벌여 학자금을 상환하도록 하겠다는 데에 이르면, 앞에선 ‘소득이 없으면 상환의무가 없다’며 대출을 부추기고, 뒤에선 대출금을 받아내기 위해 재산 압류도 서슴지 않는 가혹한 채권 추심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뿐만 아니라 취업후 상환제도는 저소득층일수록 상환부담이 커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소득이 적어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 갚아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9년 학자금 대출금리 5.80% 기준으로 2,000만 원의 학자금을 대출 받았다면, 거치기간 이자는 5년 동안 580만 원, 10년 동안 1,2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원금에 대한 상환 기간 이자는 5년 동안 285만 원, 10년 동안 585만 원으로 증가한다. 학자금 대출을 더 받는다면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더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현행 학자금대출 제도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상장학금 지원하거나 거치기간 이자를 면제 또는 저리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영했으나 취업후 상환제도는 이러한 지원이 전혀 없다(연간 200만 원의 생활비 지원 제외). 교과부는 취업후 상환제도가 “재학 중 이자부담이 없는 제도”라고 했는데, 이는 거치기간 이자를 면제해준 것이 아니라 원금 상환 이후로 미룬 것일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취업후 상환제도가 등록금 인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2009.9.4)에 따르면, 미국은 학자금 대출이 늘어나면서 등록금도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자금대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들이 손쉽게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인상돼 학생들이 더 많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수록 등록금은 더 인상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명박정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돈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학자금 부족으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고 강조해왔다. 말 그대로 취업후 상환제도가 시행되면 당장 돈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뿐이다. 취업후 상한제도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빚을 떠안게 해 가난의 대물림을 공고화할 뿐만 아니라 대다수 서민을 ‘빈곤화’할 개연성이 높다. 현재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다수의 젊은이들이 힘겨운 대출 상환으로 인해 내 집 마련, 결혼, 출산을 연기하고 있다는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학자금대출을 늘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명박정부가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애초 취업후 상환제도는 고액 등록금으로 인한 서민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출되었다. 그러나 이번 방안 어디에도 그러한 도입 취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데에는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교과부를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시행방안을 마련한 탓도 있다. 다시 말해, 서민 가계와 대학재정운영이라는 측면보다 정부의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측면만 과도하게 고려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과 원성을 사고 싶지 않다면, 당초 취지에 맞는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삼모사식 대책을 내놓아 등록금 부담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을 현혹하기보다 실질적 등록금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 내년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사립대학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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